4대강 담합 건설사들, 공공공사 63조 수주·사회기금엔 117억
"실적 부진" 이유로 회피..실제론 민간사업 빼고도 60조 넘게 따내
국토부, 사실상 방관..문진석 의원실 "책임지고 제재 방안 강구해야"
[경향신문]
4대강 사업 담합으로 제재를 받았던 대형 건설사들이 특별사면을 받은 뒤 20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기금을 조성하기로 했으나 5년 동안 117억원을 납부하는 데 그쳤다. 이후 건설사들은 63조원 규모의 공공공사를 수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건설사들이 책임을 외면하는 동안 국토교통부가 이를 방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사회공헌기금 출연금 납입액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8월 기준 건설사들이 사회공헌기금으로 납부한 금액은 총 117억1000만원이다. 2015년 약속한 2000억원 규모에 비하면 5.86% 수준이다. 2015년 특별사면을 받은 74개 건설사 중 기금을 낸 기업은 16개에 그쳤다. 20억원 이상 납부한 기업은 삼성물산(20억원)·현대건설(21억2000만원) 두 곳뿐이다. 한편 16개 건설사가 특별사면을 받은 이후 2020년 8월까지 수주한 공공공사 규모는 63조660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계는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사회공헌기금 납부가 부실하다는 지적에 경기 및 실적부진을 이유로 들어왔으나, 민간사업을 제외한 공공사업에서만 60조원 넘는 사업을 따낸 것이다.
지난 5년간 가장 규모가 큰 공공사업을 수주한 건설사는 대림산업으로 4조4367억원(53건)을 수주했다. 대우건설이 3조4677억원(66건), 포스코건설이 3조1172억원(34건)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들이 같은 기간 사회공헌기금으로 납부한 금액은 각각 10억원, 11억6000만원, 11억6000만원이다. 16개 건설사는 공공공사 수주를 통해 2017년 2조2213억원, 2018년 5조3281억원, 2019년 4조3842억원 등 매년 순이익을 올렸다.
건설사들이 책임을 회피하는 동안 국토부는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토부가 문진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5년 8월 당시 국토부는 담합 건설사 특별사면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찰자격 제한을 ‘과도한 행정 제재’로 표현했다.
국토부는 당시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건설업에 대한 과도한 행정 제재로 다수 업체가 입찰 참가자격 제한을 받고 있어 건설경기 활성화와 해외공사 수주에 애로(가 있다)”라며 “건설산업 부조리 근절을 위해 처벌을 강화해 불법행위 엄단 의지를 건설업계에 전달(했다)”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후 지난해 9월, 지난 8월 건설협회에 출연금 납입 이행을 촉구하는 협조요청 공문을 두 차례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문 의원실 측은 “국토부는 사실상 공정위 제재를 받던 건설사들에 특별사면을 허용해주는 대신 이들이 사회공헌기금을 조성하는 데 보증을 선 것과 마찬가지”라며 “사회공헌기금 납부 의지가 없고, 사면 이후 공공공사 수주를 해온 건설사들에 대해 국토부가 지금이라도 책임지고 제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2년 17개 대형 건설사는 4대강 사업 입찰 당시 부당공동행위가 적발돼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1115억원을 부과받고 공공공사 입찰자격에도 제한을 받았다. 이들 기업은 광복절 특별사면을 신청해 2015년 8월 모두 사면됐다. 당시 사면에 비난 여론이 거세자 10대 건설사를 비롯한 74개 건설사는 자정결의대회를 열고 20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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