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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망자 20만명.."미국의 비참한 실패"

김윤나영 기자 입력 2020. 09. 23. 21:41 수정 2020. 09. 23.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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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인프라 충분한 부국
도저히 이해 안 되는 일"
전문가들 방역 실패 자조
연말까지 38만명 예측도

[경향신문]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을 두고 “미국의 비참한 실패”라는 극단적 평가가 나왔다. 22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숨진 미국인이 20만명을 넘어섰다는 보도가 나오자, 전문가들은 전 세계 최강국 미국의 방역실패를 지적하면서 “불명예스럽다”고 자조했다.

미국은 코로나19 사망자와 확진자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 이대로라면 연말까지 코로나19 사망자가 미국에서만 약 38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왔다.

미 베일러의과대학의 세드릭 다크 박사는 AP통신 인터뷰에서 “미국은 비참하게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민주주의와 도덕적 리더십이 있고, 과학과 기술을 통해 달을 여행한 미국을 경외심으로 바라보기도 했다”며 “코로나19 사태는 미국이 얼마나 비과학적이 됐는가를 보여줬다”고 했다. 존스홉킨스대학 보건안전센터 제니퍼 누조도 AP통신에 “최첨단 연구실과 일류 과학자들, 많은 의약품을 비축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미국이 이 지점에 도달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전염병 전문가인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CNN방송이 주최한 화상 콘퍼런스에서 사망자 20만명이 발생한 것을 두고 “정신을 매우 번쩍 들게 하는, 어떤 면에선 충격적인 일”이라고 참담함을 토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감염병 대응에 어떤 점수를 주겠냐는 질문에 “내 평가가 필요한 게 아니라, 숫자를 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대처에서) 우리는 경이적인 일을 해왔다”면서 자신에게 ‘A+’를 주겠다고 한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존스홉킨스대는 이날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20만명을 넘어섰다고 집계했다. 누적 확진자도 690만명에 달한다. 사망자 수는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에서 숨진 미군의 2.5배, 2001년 9·11 테러로 숨진 희생자의 66배다. CNN은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이라크전쟁, 아프가니스탄전쟁, 걸프전쟁 등 5개 전쟁의 미군 전사자를 합친 것보다 많은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느슨한 대응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유행 초기인 지난 2월 코로나19를 감기에 비유했고, 방역 강화를 주장한 보건의료 전문가들을 경질했다. AP는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에 대한 근거 없는 개념을 주장했고, 입증되지 않은 위험한 치료를 추천했다”며 “대량의 검사가 미국의 확진자를 많아 보이게 한다고 불평하고, 마스크 착용을 정치 논쟁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가 지금보다도 두 배 가까이 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워싱턴대 의대 보건계량분석연구소는 미국 정부가 방역을 강화하지 않으면 연말까지 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약 38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신에 대한 전망도 회의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대선 일정에 맞춰 무리하게 백신 승인을 서두르고 있지만, 뉴욕타임스는 어른용 백신은 내년 여름에야 미국 시장에 출시될 수 있고 어린이용 백신은 내년 가을학기 시작 전까지 나오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백신 자체에 대한 미국인들의 회의론도 커지고 있다. 악시오스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는 이날 ‘1세대 백신이 나오면 가능한 한 빨리 접종하겠다’는 미국인은 39%라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28~31일 조사 때보다 8%포인트 떨어졌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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