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년 日식당도 문닫자..코로나 아닌 아베 욕하기 시작했다

이근평 입력 2020. 9. 24. 05:01 수정 2020. 9. 24.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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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위기 버틴 日 노포(老鋪)
코로나 위기에선 속수무책
500개 점포 폐점 통계도
"정부 늑장 대응이 화 키워"

한국인 관광객에게도 잘 알려진 일본 오사카의 복어 요리 전문점 ‘즈보라야(づぼらや)’가 지난 15일 100년의 역사에 마침표를 찍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불러온 불황을 버티지 못하고 2개 점포의 문을 닫은 것이다. NHK 등 일본 언론은 오사카 구시가지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이 식당의 복어 모양 풍선 간판이 철거되는 장면을 생생히 전했다. 이 식당은 지난 4월 7일 긴급사태 선언이 발령된 날 이후 영업을 재개하지 못한 상태였다.

일본 오사카의 복어 요리 전문점 ‘즈보라야(づぼらや)’의 명물 복어 풍선 간판이 지난 3일 새벽 철거되고 있다. [NHK 뉴스 캡처]

1868년 창업한 도쿄 도시락 전문점 ‘고비키초 벤마쓰(木挽町辨松)’도 코로나19의 불황을 피하지 못하고 지난 4월 폐업했다. 1885년 창업한 야마가타현의 장아치 전문점 ‘마루하치 야타라츠케(丸八やたら漬)’, 1936년 창업한 도쿄의 교자 전문점 ‘스위토포즈(スヰートポーヅ)’도 비슷한 이유로 장사를 접었다.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100년 이상 숱한 위기를 거치며 살아남은 가게들조차 코로나19 여파 앞에선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불황이 깊다는 의미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요식업계에선 아베 정부의 정책적 무능이 이런 참혹한 결과를 빚어냈다는 비난도 거세지고 있다.

22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도쿄 상공 리서치가 집계한 지난 2월부터 이번 달 15일까지 기업형 점포의 ‘코로나 도산’ 건수는 500건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보면 요식업이 70건으로 가장 많았고, 의류업이 54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음식점 도산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올해 13.2%가 늘었다고 한다.

마이니치신문은 “정책 목표를 고용 유지에 맞춰온 아베 정부가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코로나19 앞에서 우왕좌왕하던 정부의 모습이 요식업계 관련 정책에서도 그대로 되풀이됐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에 따라 일본 정부가 긴급사태를 선언한 뒤인 지난 4월 11일 밤 도쿄의 유흥업소 밀집 지역인 신주쿠 가부키초 거리. [AFP=연합뉴스]


임대료 지원 정책이 대표적이다. 지난 4월 7일 도쿄 등에서 선언된 긴급사태 이후 점포 임대료 같은 고정비를 정부가 지원한다는 논의가 시작됐지만 실제 지급이 이뤄진 건 지난달 4일이었다. 극심한 매출 하락에 시달리는 점포들 입장에선 너무 늦은 시점이었다. 긴급사태 선언 직후 휴업에 나선 상당수 점포가 다시 영업을 재개하지 못한 이유다. 다양한 드라마 배경으로 유명한 도쿄 진보초(神保町)의 이자카야 ‘요노스케(酔の助)’의 경우 4월 한때 하루 매상이 3만원 수준으로 떨어진 뒤 긴급사태 선언 다음 날부터 휴업에 들어갔지만 고정비를 버티지 못해 지난 5월 28일 폐업을 결정했다. “사업자에게 6개월간 임대료를 지불하겠다”고 한 아베 전 총리의 발언이 공수표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마이니치신문은 재계 목소리를 인용해 아베 정부의 이 같은 더딘 대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에너지 관련 기업 간부는 “중소기업의 경영자가 무엇을 곤란해하는지 도무지 알지 못한다”고 했고, 경제단체 관계자는 “경제산업성이 기능부전(機能不全)에 빠져있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경산성은 요식업 소비 캠페인의 민간 위탁비를 과다 측정하는 바람에 최근 재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원래 지난 7월 시작돼야 하던 사업이 기약 없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마이니치신문은 “경산성 내에서 ‘임대료 정책 관련 건이므로 국토교통성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변명이 나오는 점도 문제”라며 “3차 추경을 앞둔 상황에서 실책이 반복되면 일본 경제의 숨통을 끊어버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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