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물백신 못믿어 유료접종"..동네의원 북새통
문제 백신 0.015%만 조사
접종 폭주에 번호표 발급도
24일 낮 12시 30분 서울 은평구의 한 고층빌딩 1층 로비에 50여 명의 사람이 길게 줄을 늘어섰다. 빌딩 4층에 위치한 내과의원에서 유료 독감백신을 맞기 위해서다. 병원은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150명분의 독감백신만 접종하기로 하고 병원 앞 4층과 1층 로비 벽에 '오후 1시 30분부터 1층에서 접종 순서 번호표를 부여한다'는 공지문을 내걸었다.
이곳에서 만난 A씨는 "아이가 무료 접종 대상이지만 무료 접종분에 문제가 생겼다고 하니 나중에 접종을 재개한다고 해도 맞히기 꺼림칙하다"며 "돈 내고 맞는 게 낫겠다 싶어 오늘 등교 수업이 아닌 아이 손을 잡고 달려왔다"고 말했다. 현재 일선 의원의 유료 독감백신 가격은 대략 3만5000~4만원 정도다.
이곳 병원뿐만 아니다. 무료 접종용 독감백신 500만도즈(1회 접종분) 일부가 유통 과정 중 상온에 노출된 뒤 국가 무료 접종이 전면 중단되자 돈을 내고서라도 독감백신을 접종하려는 사람들로 동네 병원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이날 은평구의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에 전화해 소아 독감 접종을 문의한 결과, 해당 병원은 "유료 접종분은 안전하기 때문에 무료 접종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지금 바로 맞는 게 좋다"며 "다만 현장에서 덜 기다리려면 '똑닥'(병원 예약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미리 예약하는 게 줄을 덜 설 수 있고, 앱으로 예약을 하더라도 40분 이상은 대기해야 할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문제가 된 500만도즈 백신은 신성약품이 국가 조달을 통해 유통하기로 한 1259만도즈 중 일부로, 의료기관에 공급됐지만 실제로 투여되지는 않았다. 백신은 상온에 장시간 노출되면 내부 단백질 함량 저하 등 유효성 문제가 발생한다. 독감 예방 효과가 없거나 떨어지는 물백신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문제의 백신 500만도즈 가운데 당국의 유효성 검사가 진행 중인 물량이 극히 일부라는 주장이 나왔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질병관리청은 신성약품이 유통한 독감 백신 500만도즈 가운데 750도즈만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보내 검사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750도즈는 전체 물량(500만도즈)의 0.01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500만도즈를 전수 검사해도 국민 불안이 지속될 상황인데 750도즈 샘플 검사는 의미가 없다"며 "500만도즈를 전량 폐기하는 동시에 보건복지부가 책임지고 백신을 재생산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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