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화가 '춘향영정' 60년 만에 쉬쉬하며 철거

이수진 2020. 9. 24.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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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전주]
[앵커]

대표적 친일 화가 이당 김은호의 춘향 영정이 봉안된 지 60년 만에 철거됐습니다.

그런데 남원시는 친일 잔재를 청산하는 철거 작업마저 쉬쉬하기에 급급했습니다.

이수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굳게 닫혀있던 춘향 사당 문이 열립니다.

학예사와 공무원들이 사당 안에 걸려 있던 이당 김은호의 춘향 영정을 떼어냅니다.

지난 60년 동안 자리를 지켰던 친일 화가의 춘향 영정.

영정을 떼어내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10분 남짓이었습니다.

[강경식/춘향영정교체위원장 : "너무 오래 걸려서 부끄럽고 창피합니다. 앞으로 춘향 사당을 처음 건립했을 때 그 3·1 독립정신, 민족혼을 살려서 이 춘향 사당이 제대로 최초의 그 뜻을 살릴 수 있도록..."]

시민들도 환영했습니다.

[김옥주/남원시 도통동 : "앞으로 시민들의 의견을 청취해서 후손들에게 기억되는 춘향 영정이 만들어졌으면..."]

이당 김은호의 친일 행적이 드러난 이후에도 철거에 반대하는 여론이 적지 않다며 미온적인 입장을 보였던 남원시.

남원시는 지난 10일, 춘향 사당에 있는 친일 화가의 춘향 영정을 철거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춘향 영정을 언제 철거할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몰래 철거하려다 세간의 빈축을 샀습니다.

남원시는 새로 봉안할 춘향 영정을 마련하기 위해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학술 연구 용역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양일규/남원시 자치행정국장 : "어떤 작품을 할 것인지는 우리 시민들의 의견도 들어보고 전문가들의 용역을 거쳐서 새로운 영정을 들일 계획이에요."]

봉안된 지 60년 만에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친일 화가의 춘향 영정.

친일 잔재 청산이라는 당연한 시대적 과업에 더는 늑장을 부리는 지자체가 나와서는 안 됩니다.

KBS 뉴스 이수진입니다.

촬영기자:한문현

이수진 기자 (elpis100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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