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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질뻔한 32년 불소 연구..日 소부장 공세로 N랩 '날개' 달았다

김민수 기자 입력 2020.09.2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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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N랩에 지정된 화학연구원 정보전자폴리머연구실 연구원이 고기능 고분자 적용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화학연구원 제공.

대전 대덕연구단지의 한국화학연구원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의 핵심 소재인 불소 소재를 32년간 연구해 온 계면재료화학공정연구센터가 있다. 일본이 지난해 한국을 상대로 소재·부품·장비(소부장)에 대한 수출 규제를 단행하기 훨씬 전부터 불화수소와 불화폴리이미드 등 불소 소재를 연구해왔다. 이 센터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사라질 위기에 있었다. 불소 화합물은 일본과 독일 등 소재 강국에서 대부분 수입할 수 있기 때문에 센터 규모로 연구를 지속할 필요가 굳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지난해 7월 일본의 소부장 수출 규제로 상황은 급반전했다. 수입으로 수급할 수 있었던 핵심 소재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수입선 다변화와 핵심 소재 기술의 발빠른 개발이 대책으로 제시됐다. 정부는 소재 기술 연구를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국가대표 연구기관’으로 ‘국가연구실(N랩)’을 지난해 12월 지정했다. 계면재료화학공정연구센터도 불소화학소재공정연구실로 간판을 바꾼 N랩으로 지정됐다. 32년간 불소 화합물 소재를 연구해 온 박인준 불소화학소재공정연구실 책임자는 “수입만으로 핵심 소재 수급이 이뤄지다 보니 그동안 불소 연구에 대한 호응이 없어 연구센터가 존폐 기로에 있었다”며 “N랩 지정으로 32년간 이어온 불소 연구를 지속할 수 있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소부장은 결국 ‘장기 지원이 성공의 관건’

일본의 소부장 공세로 그동안 등한시됐던 전략 소재 연구가 다시 활기를 띄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일본의 수출 규제 직후인 8월 28일 ‘소부장 연구개발 투자전략 및 혁신대책’을 발빠르게 수립했다. 후속 조치로 지난해 12월 N랩 12곳을 지정했다. 

화학연구원의 불소화학소재공정연구실과 석유화학촉매연구실이 지난해 말 지정됐고 정보전자폴리머연구실이 지난 7월 추가로 N랩에 선정됐다. 화학연 N랩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대기업들의 공급선 다변화 의지를 체감하고 있어 연구자나 소재 중견중소기업들의 ‘파이팅’도 살아났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촉매연구실은 2015년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주도로 출범한 융합화학공정연구단(CCP융합연구단)을 기반으로 지정된 경우다. CCP융합연구단은 올해 말까지 운영될 예정이었지만 N랩에 지정되면서 연구의 연속성을 확보하게 됐다.  박용기 석유화학촉매연구실 책임자는 “국내 대표 산업 중 하나인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인 촉매 소재는 거의 100% 수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90년대 초에도 국가지정연구실 사업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연구과제가 끝나면 연구실이 사라지는 형태였다”며 “N랩은 국가적인 위기감이 반영된 만큼 장기적·안정적으로 석유화학 촉매 소재를 연구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보전자폴리머연구실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이 연구실은 고기능고분자연구센터를 기반으로지정됐는데 당초 다른 연구조직과의 통폐합이 거론됐지만 N랩에 지정되면서 안정적인 연구가 가능해졌다. 김용석 정보전자폴리머연구실 책임자는 “당장 연구비 지원을 받지 않더라도 국내에서 부족한 고분자 소재 관련 연구자들이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다는 점에서 N랩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며 “대기업 중심으로 전략 소재 품목 공급자 다변화가 대세가 된 만큼 수년내 품목별 기술 확보가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日 독점 부술 불소계 코팅제 수년 내 나온다

불소화학소재공정연구실 연구진이 개발한 수소자동차용 전불소계 연료전지 전해질. 화학연 제공.

석유화학 산업의 꽃은 촉매 기술이다. 원유에서 가솔린이나 디젤 연료 및 화학연료를 얻으려면 촉매 공정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한번 쓰고 나면 버리게 되는 석유화학 관련 촉매 소재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일본을 비롯해 미국·독일서 수입하는 촉매 소재 규모만 연간 1조5000억원~2조원에 달한다. 박용기 석유화학촉매연구실 책임자는 “수년간 축적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나프타 분해촉매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며 “N랩에서의 연구를 지속해 수년 내 소재를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세계적으로 일본 업체 ‘다이킨’만 생산하고 있는 디스플레이용 지문 방지 불소계 코팅제 원료 기술도 수년 내 확보될 전망이다. 이미 실험실 규모에서 디스플레이용 지문방지 및 방오성 불소계 코팅제 제조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2022년까지 N랩을 통해 상용화 공정 기술을 개발한다는 목표다.

불소화학소재공정연구실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수소자동차용 ‘전불소계 연료전지 전해질’ 제작 원천기술도 확보했다. 박인준 연구실 책임자는 “디스플레이용 지문 방지 불소계 코팅제의 경우 부가가치가 상당히 높은 기술이지만 일본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며 “국내 원천기술이 취약한 불소 고분자 분야 연구역량을 N랩을 통해 쌓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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