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마스크' 홀로 딴 세상 중국, 내수 중심 '쌍순환' 성장 시동

이승호 2020. 9. 2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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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진자수 39일째 0명
통계 의심되지만 공포 사라져
2분기 성장률 3.2% 회복세 완연
내수로 단기 체력 기르고 버티기
글로벌 공급망서 우위 차지 목표
첨단기술 10개 집중 육성 계획

내수 믿고 ‘농성전’ 돌입
코로나19 발원지로 지목된 중국 우한에 있는 워터파크에서 8월 15일 열린 수상 파티. 수천 명이 몰렸지만, 마스크를 쓴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 [우한 AFP=연합뉴스]
“다들 안 써요.”

최근 중국 현지인이 기자에게 전한 말이다. 중국에선 요즘 사람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고 했다. 마스크를 쓰는 건 공식 행사 정도라고 한다. 일상생활에서 마스크를 쓸 일이 별로 없다고 한다. 실제로 그렇다. 최근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중국 학생 대부분이 마스크 없이 수업을 받는다고 보도했다.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마스크 없이 등교해도 괜찮다고 권고했기 때문이다. 중국 프로축구 경기엔 관중이 마스크도 안 쓴 채 입장한다. 마스크를 벗기는커녕 21일에야 수도권에서 등교를 재개한 한국과 천양지차다. 한국의 K리그와 프로야구는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발효 이후 무관중 경기 중이다.

격세지감이다. 5~6개월 전만 해도 마스크와 소독제 사재기를 하던 중국인이다. 과도하다고 느낄 정도의 방역 의식을 보였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컸다. 그랬던 이들이 바뀐 것이다. 확진자 수 때문이다. 24일 기준 중국의 코로나19 본토 내 확진자 수는 39일째 ‘0’명이다.

경제도 회복세가 완연하다. 15일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선 8월 소매판매가 2조9273억 위안(약 509조 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0.5% 늘었다. 소매 판매가 플러스 증가율을 보인 건 코로나19 충격 직전인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이다. 산업 생산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6% 증가했다. 지난해 12월(6.9%) 이후 최고치다.

중국의 2분기 경제 성장률은 3.2%다. 사상 최악이었던 1분기 -6.8%에서 빠르게 반등했다. 현재로썬 중국이 전 세계 주요국 중 올해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할 유일한 나라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6월 세계 경제전망에서 중국만 1% 성장할 것으로 봤다. 미국(-8%), 유로존(-10.2%), 일본(-5.8%), 한국(-2.1%) 모두 마이너스로 예측했다. 중국 내부 예측은 더 긍정적이다. 4분기에 6%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거란 예측(마쥔 인민은행 금융정책위원)까지 나온다.

내수 띄우기도 적극적이다. 국경절 황금연휴(10월 1∼8일)를 맞아 중국 당국은 전국 관광지 입장권을 전액 면제하거나 할인해 주기로 했다. 베이징시 정부는 3억 위안(약 516억)어치의 무료 외식 할인쿠폰을 발행한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 8일 코로나19 방역 표창대회에서 유공자를 표창하고 있다. [로이터]
물론 중국 정부 통계를 믿지 못한다는 의견도 많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달 16일부터 지난 6일까지 21일간 중국에서 한국에 입국한 사람 가운데 5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중국이 본토 확진자 수를 0명으로 발표한 기간과 겹친다. 경제 통계도 그렇다. 지난 7월 중국 국가통계국은 6월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관련해 잘못된 수치를 발표했다가 20분 만에 정정하는 대형사고를 쳤다.

그럼에도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중국인의 공포가 사라졌고, 일상생활이 회복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 지난 8월 코로나19 발원지였던 후베이성 우한에서 마스크도 안 쓰고 집단 맥주 파티를 벌일 수 없다. 반면 전 세계는 경제 성장은커녕 코로나19 불길 잡기에도 벅차다. 하루 평균 확진자가 인도에선 9만 명, 미국에서 4~5만 명씩 쏟아진다.

왜 중국만 상황이 다를까. 코로나19와 경제의 상관관계를 정확히 파악해 움직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29일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교수는 중앙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국가적 코로나19 방역 전략을 세 부류로 나눴다.

첫째는 스웨덴처럼 느슨한 방역을 하며 큰 모임만 제한하는 것이다. 둘째는 뉴질랜드·대만·베트남처럼 국경을 봉쇄하고 지역사회 유행을 차단해 국내에서 일상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를 통해 학교도 다니고 국내 여행을 하며 내수를 살리고, 백신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며 “강력한 입국 금지가 효력을 발휘했다”라고 평가했다. 반면 “유럽과 미국, 남미, 인도 등은 어중간한 방역 전략을 따랐다” 고 덧붙였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김 교수는 인터뷰에서 중국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국경을 봉쇄하고 지역사회 유행을 차단한 것은 어느 나라보다 중국이 철저했다. 2~4월 국내 이동을 강제로 막는 ‘셧다운’ 까지 단행하며 지역사회 감염을 막았다. 국제선 항공기는 중국 정부가 암암리에 운행을 제한한다. 극소수 인원만 중국에 들어갈 수 있다. 국경 봉쇄에 준하는 통제다. 이를 통해 39일 연속 본토 확진자 ‘0’명이란 결과를 얻었다. 일상생활이 안정되니 내수 활성화도 모색할 수 있다.

다른 나라는 중국이 부러우면서도 얄밉다. 코로나19 확산 책임이 큰 중국만 상황이 나아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중국 책임론’ 선봉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제75차 유엔총회 화상 연설에서 중국을 맹비난했다. 그는 “188개국에서 무수한 생명을 앗아간 보이지 않는 적인 ‘중국 바이러스’와 치열하게 전투하고 있다”며 “세계에 이 전염병을 퍼뜨린 중국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을 앞둔 트럼프는 악화하는 자국 실업률과 경제성장률이 걱정이다. 불리한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화웨이, 틱톡, 위챗 등 중국 기업에 가한 경제 제재 전선을 확대할 수 있다.

중국은 버틸 생각이다. 내수를 믿고 ‘농성전(籠城戰·문을 굳게 닫고 성을 지키는 전투)’을 할 태세다. 전략의 핵심은 ‘쌍순환(雙循環)’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5월 중국 공산당 정치국상무위원회 이후 쌍순환을 반복적으로 말한다. 정치협상회의(5월 23일), 기업좌담회(7월 21일), 정치국상무위원회(8월5일), 경제사회 전문가 좌담회(8월 24일), 중앙전면 심화 개혁위원회(9월1일), 기층 대표 좌담회(9월 17일) 등 공식 석상에선 언급을 빠뜨리지 않는다.

쌍순환은 말 그대로 2개의 순환 고리다. ‘국제 대순환’과 ‘국내 대순환’이다. 경제와 관련이 있다. 국제 대순환은 수출 중심 국제시장, 국내 대순환은 내수 중심 국내시장을 뜻한다.

방점은 국내 대순환에 있다. 시 주석은 17일 좌담회에서 “국내 대순환을 전제로 국내와 국제가 쌍순환하는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웨이링링(魏玲靈) 월스트리트저널(WSJ) 중국전문기자는 “쌍순환 개념은 1987년 덩샤오핑 시절 수립됐다”며 “다만 국제 대순환에 초점을 맞춘 덩샤오핑과 달리 시진핑은 국내 대순환을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 한다”고 분석했다. 장지창(張繼强) 화타이(華泰)증권연구소 부소장도 “시 주석은 중국 내 공급망을 장악해 해외 의존도를 낮추려 한다”고 해석했다.

다만 국내에 멈추지 않는다. 쉬린(徐林) 전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발전계획국장은 “중국은 글로벌 공급망에 편입돼 완전한 ‘국내 대순환’을 실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연구센터(CSIS)의 앤드루 폴크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내수를 키워 글로벌 공급망에서 우위를 점하는 게 궁극적 목적”이라고 말했다. 내수로 단기 체력을 기르고, 궁극적으론 기술을 발전시켜 국제시장을 주도한다는 게 쌍순환의 핵심이다.

이렇기에 블룸버그 통신은 “쌍순환 전략엔 ‘중국제조 2025’ 달성 의지가 숨겨있다”고 해석했다. 중국제조 2025는 2025년까지 10개 첨단기술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정책이다. 쌍순환은 곧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중국 지도부는 새 전략을 짤 때 초기엔 모호한 구호를 내세우지만 이내 구체화한다”며 “쌍순환 전략은 내년에 시작되는 14차 5개년 계획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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