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의 남자' 김병준 "야만적 칭송"..김정은 띄운 여당 때렸다

이해준 2020. 9. 2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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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20일 사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해상 표류 중인 공무원 A씨를 사살한 북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유화적 태도를 "야만에 대한 야만적 칭송"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병준 전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정책실장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역임했던 터라 이번 발언에 더 관심이 쏠린다.

김 전 위원장은 "북의 반인륜적 범죄 행위를 규탄하던 청와대와 여권의 태도가 하루 만에 돌변했다"며 "하루 두 번이나 김정은의 메시지를 전하는… 청와대 춘추관이 북의 공보실이 된 듯 착각이 들 정도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여당 대표는 얼음장 밑에서도 강물이 흐른다'며 반색했고, 통일부 장관은 '미안하다'는 표현을 쓴 것을 두고 북의 변화를 실감한다"고 맞장구를 쳤다"고 북을 감싸는 여권을 질타했다.

그는 '더 중요한 것은 야만이 정당화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런 야만이 현장의 즉흥적 판단 때문에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며 이런 야만이 제도화되고 있다는 말이다. 김정은은 보고를 받았건 받지 않았건 이런 제도화된 야만을 만들고 유지하는 집단의 우두머리"라고 진단했다.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던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공무원이 북한군의 총을 맞고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24일 조사에 나선 인천해양경찰서가 공무원이 탑승했던 무궁화 10호에서 공무원이 신었던 슬리퍼를 공개했다. [뉴스1]

이어 '김정은은 몰랐을 것', '변화가 느껴진다', '통 큰 지도자'라고 두둔하는 여권을 향해 "야만에 대한 야만적 칭송"이라고 일갈하며 "어찌하다 이 나라에 야만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나. 그것도 '민주', '인권' '정의' '평화' '공정'의 거짓 깃발로 그 얼굴을 가린 채 말이다"라고 분개했다.

김 전 위원장은 "몹시 분하다. 이를 바로잡을 힘도, 세력도 없는 것 같아 더욱 그렇다"고 안타까워했다.

한때 '노무현의 남자'로 불렸던 그는 지난 2018년 7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페이스북

「 〈야만에 대한 야만적 칭송〉

북의 반인륜적 범죄행위를 규탄하던 청와대와 여권의 태도가 하루 만에 돌변했다.

청와대는 어제 하루 두 번이나 김정은의 메시지를 전하는 브리핑까지 했다. 청와대 춘추관이 북의 공보실이 된 듯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자 뜻밖의 ‘복음’이라도 날아 온 듯 정부 내외의 문파(文派) 인사들이 일제히 나섰다.

여당 대표는 “얼음장 밑에서도 강물이 흐른다”며 반색했고, 통일부 장관은 ‘미안하다’는 표현을 쓴 것을 두고 북의 변화를 실감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국정원장도 가만있지 않았다. 김정은 위원장은 보고받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김정은 면죄부’를 발부했다. 여당 인사들도 ‘남북관계를 반전시킬 계기’라는 등, 이들과 입을 맞추고 있다.

장외 문파는 한술 더 떴다. 어떤 이는 유-튜브 생방송 중 ‘희소식’이라 쾌재를 불렀고, 어떤 이는 김정은의 ‘통 큰 면모’를 추켜세우기까지 했다.

화가 난다. 우선 당장은 이러한 수사(修辭)와 칭송을 통해 사건의 의미를 축소하고 진상을 은폐하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청와대만 해도 그렇다. 사건 초기 ‘핫라인이 작동하지 않아서’ 라는 핑계를 댔지만, 정작 어떻게 청와대와 노동당 간 친서라인은 유지 가동될 수 있었는지 말이 없다. 또 사건 발생 후 그렇게 신속했던 ‘통지문’ 전달라인이 국민구조가 절실할 땐 왜 그래 먹통이었는지에 대해서도 그렇다.

그러나 이게 다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야만(野蠻)’이 정당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화가 나는 정도가 아니가 분하고 분해 숨조차 쉬지 못할 지경이다. 어렵게 쌓아 온 문명의 역사가 다시 내려앉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사람을 사살하는 장면을 생각해 보라. 그리고 그 뒤의 일도. 이런 야만이 어디 있는가. 사람을 사람으로 보았다면 그럴 수 있었겠는가.

중요한 것은 이런 야만이 현장의 즉흥적 판단에 의해서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란 점이다. 북한 같은 전제국가에서 이런 일이 현장의 자율적이고 즉흥적인 판단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무슨 말이냐? 이런 야만이 제도화 되어 있다는 말이고, 김정은은 보고를 받았건 받지 않았건 이런 제도화된 야만을 만들고 유지하는 집단의 우두머리라는 말이다.

이런 자명한 일을 앞에 두고, 김정은은 몰랐을 것이라고, 그래서 책임이 면제된다고? 김정은의 ‘미안하다’는 상투적인 말 한마디, 그것도 대내용 자성의 소리도, 체제변화의 약속도 아닌 것을 두고 변화가 느껴진다고? 또 통 큰 지도자’라고? 심지어 이 사건이 오히려 남북관계의 전기를 만들 수 있다고?

야만에 대한 야만적 칭송이지 변명이다.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들에게 개개인은 자신들이 원하는 가치를 얻기 위해 존재하는 도구이자 수단이다. 즉 그들이 말하는 ‘대의’를 위해 희생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존중’과 ‘사람중심’ 그리고 ‘인권’을 말하지만, 이는 상대를 찌르고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것일 뿐, 그 본래의 가치를 존중하고 추구하는 말은 아니다. 야만적 인간관, 권력이 커질수록 이들의 인간관은 북쪽의 전체주의적 인간관을 닮아가고 있다.

분하다. 평화도 통일도 문명을 유지하기 위해 이루어야 하는 것 아닌가? 정권의 안정성이 아무리 중요해도 끝내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고, 일이 있는 것 아닌가? 어찌하다 이 나라에 야만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나. 그것도 ‘민주’ ‘인권’ ‘정의’ ‘평화’ ‘공정’의 거짓 깃발로 그 얼굴을 가린 채 말이다.

분하다. 몹시 분하다. 이를 바로 잡을 힘도, 세력도 없는 것 같아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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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에게 국민 개개인의 생명권과 이를 위한 정부의 의무를 명료하게 제시한, 그래서 세계의 많은 민주국가들이 민주주의의 기본정신으로 삼고 있는 〈미국독립 선언문〉의 한 구절을 소개한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고, 조물주는 몇 개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하였으며, 그 권리 중에는 생명과 자유와 행복의 추구가 있다. 이 권리를 확보하기 위하여 인류는 정부를 조직하였으며(후략)

서해 최북단 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후 북한군에 피격·사망한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 A씨(47)가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가 26일 오전 인천시 연평도에서 전남 목포 서해어업관리단으로 돌아갔다. 사진은 이날 이른 아침 무궁화10호가 출발 전 연평도 앞바다에 정박해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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