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제주만 30만명?..의료진은 "설 이후 못 본 아빠, 보고파" 눈물|한민용의 오픈마이크

한민용 기자 입력 2020. 9. 26. 19:46 수정 2020. 10. 1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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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픈마이크, 이번에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8개월 전 갔던 코로나 병동을 다시 찾아갔습니다.

[댓글에 그런 거 있잖아요. 우리 집 앞은 명지병원인데 이런 거 있죠. 나 어떡해 울컥해…]

이분들인데요. 지난번에는 감염될까 봐 의료진을 꺼리는 사람들 때문에 이렇게 의료진 요청으로 얼굴을 다 가렸었는데, 그사이 여러분이 보내준 따뜻한 응원 덕분에 이번에는 모자이크 없이 지난 8개월 동안 의료진이 어떤 하루를 보내왔는지 전해드리겠습니다.

[기자]

그때만 해도 병원은 13번째 확진자를 돌보고 있었습니다.

숫자를 매길 수 있을 정도로, 확진자 수가 많지 않던 시절입니다.

하지만 그 이후 누군가는 클럽에 갔고, 누군가는 황금 연휴라고 휴가를 떠났습니다.

누군가는 믿음을 지켜야 한다며 교회에 갔고, 또 누군가는 광화문에 나갔습니다.

하지만 지난 8개월 동안 이들은…

[박미연/명지병원 코로나 병동 간호팀장 : 못 갔죠. 거의 집, 병원, 집, 병원…]

숨이 턱턱 막히는 방호복을 입고, 환자의 곁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병원은 그사이 더 바빠졌습니다.

[박미연/명지병원 코로나 병동 간호팀장 : (그사이) 더 힘들었던 부분이 많았어요. 중환자 간호하면 혼자서는 절대 움직일 수 없는 컨디션이니까. 저희가 들어가서 체위 변경을 해준다거나…]

병실 안을 볼 수 있는 모니터로 상황을 지켜봤습니다.

[박미연/명지병원 코로나 병동 간호팀장 :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지금 기저귀랑 뭐 가는 것 같아요. 시트도 교환하고.]

모니터 안 간호사는 벌써 3시간 넘게 음압병실에 있습니다.

[박상훈/명지병원 내과 전공의 : 선생님 (네.) 죄송한데 지금 프레셔가 잘 안 들어가거든요. (아 13으로요.)]

분명 방호복 입고 일하는 건 2시간이 한계라고 했는데, 이제 7~8시간도 거뜬해졌다고 합니다.

[박미연/명지병원 코로나 병동 간호팀장 :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습관이 돼서요. 처음 할 때는 너무 힘들잖아요.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는 것 같아요.]

이렇게 적응하기까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8개월간 마스크에 쓸린 의료진의 '콧등'이 말해줍니다.

[명지병원 코로나 병동 간호사 : 이거요? 영광의 상처라고 생각해야죠. 시간이 꽤 지났는데 아직 안 없어졌어요.]

8개월 사이 코로나와 싸워 이겨낸 환자도 많았지만 그렇지 못한 환자도 적지 않았기에, 의료진의 긴장감은 더해졌습니다.

중환자는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질 수 있는 만큼, 모니터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습니다.

[박상훈/명지병원 내과 전공의 : (이렇게 확대해서 보시는 거예요?) 네, 화면을 확대해서…]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도, 환자 상태가 갑자기 바뀌었습니다.

[박상훈/명지병원 내과 전공의 : 선생님 언제부터 이레귤러 했어요? (RR는 9회 정도 밖에 안 나와요.) 그게 언제부터였어요?]

누군가는 코로나에 무뎌졌다며 걸리면 걸리는 거라고 말할 때, 의료진은 필사의 각오로 코로나와 싸워온 겁니다.

환자들 역시, 그랬습니다.

[박미연/명지병원 코로나 병동 간호팀장 : 1번은 진짜 중증환자예요. 보호자들이 식구들마다 다 녹음을 해가지고 여기 안에 녹음기를 넣어줬어요. 그래서 계속 틀어놔요. 환자분 힘내라고…]

모두가 같은 마음이면 좋겠지만, 추석 연휴, 제주도에만 30만 명이 몰린다고 합니다.

의료진도 이 뉴스를 봤습니다.

[박미연/명지병원 코로나 병동 간호팀장 : 진짜 전국으로 퍼지는 것 아닌가 다시…입원환자가 되게 많아지겠구나. 점점 끝나는 날은 멀어지는구나.]

의료진은 추석이 또 다른 '기폭제'가 되진 않을까 걱정하며 추석에도 경계태세에 들어갑니다.

[박미연/명지병원 코로나 병동 간호팀장 : 연휴 때 새로운 환자가 발생해서 멤버가 필요하면 추가 멤버 들어올 수 있으니까 개인 스케쥴 조금 자제하셔야 될 것 같아요.]

누구보다도 지쳤을 텐데, 그 어느 때보다 가족이 주는 포근함 정겨움이 필요할 텐데 괜찮은 걸까.

막 음압병동에서 나온 간호사에게 물었습니다.

[명지병원 코로나 병동 간호사 : (부모님 보고 싶진 않으세요?) 이번 추석 때는 못 보기는 하는데 조만간 보러 갈 거예요. 코로나 터지고 못 본 지가 좀 오래돼서. (반년 넘게 못 보셨겠네요) 네. 설날 이후로 못 봐가지고. 보고 싶고, 조만간 잠잠해지면 보러 갈게.]

의료진은 제주도도 강원도도 고향도 아닌, 이곳 병동에서 묵묵히 추석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영상그래픽 : 이정신 / 연출 : 홍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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