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맨] "학교 좀 살려주세요"..지방의 교육 현실

염규현,남형석 2020. 9. 26.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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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제가 지금 건너고 있는 다리가 경남 하동과 남해를 잇는 남해대교거든요. 지난주에 전남 영암에서 응급실조차 없는 의료 환경에 대해 알아봤다면, 이번에는 아이들 교육 문제를 좀 짚어보려고 합니다. 이곳 남해는 현재 어떤 상황인지 들어가서 며칠 지내보면서 한번 답을 찾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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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남해를 뜹니다." "중학교가 사라졌습니다."

(유명 스타들의 휴양지 / 바다의 이름을 그대로 품은 도시, 남해)

여기 지금 중고등학교가 제일 많이 몰려있는 읍내 거리인데요. 지금 학생들이 꽤 많이 보입니다.

"로드맨에서 나왔거든요? 들어본 적 있어요? <아니요.> 열심히 할게요."

[김혜민, 지영, 최은서/성명초교] "<학생이 많이 줄었어요?> 한 40명? 아니, 50명 돼요. 원래보단 좀 줄었어요. 전학도 몇 명씩 가요. 입학생이 없어서."

읍내를 조금만 벗어나도 상황은 더 심각해집니다.

여기가 학교 인근 마을인데요. 지금 사람을 찾기가 힘듭니다.

(마을에 있는 초등학교에 들러 보니...)

돌봄 교실 하고 있다고 하니까 한번 들어가 보겠습니다.

(가야금에, 난타까지 다채로운 수업들 / 생각보다 학생들이 많다?)

[학생들] "<지금 뭐 하고 있었어요?> 난타요!"

(일단 친해져야 한다...!)

[학생들] "<교실에 몇 명?> 20명. <그러면 4학년이 20명인 거예요?> 아니요. 4학년이 4명, 1학년은 1명!"

(알고 보니 1~6학년이 한 교실에 모여 수업 중)

[이태진/초등학생] "여기 제자리고 여기 친구 자리 선생님 자리요. <(반 친구가) 몇 명까지 되면 좋겠다?> 저는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고 다섯 명까지만요."

폐교 위기에 내몰리자, 마을의 두 학교는 힘을 합쳐 학생 유치에 나섰습니다.

(교장 선생님들 취조(?)하는 로드맨)

[백종필/고현초 교장선생님, 정금도/도마초 교장선생님] "<학생이 오면 먼저 뭐가 있습니까?> 꿈같은 전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주택을 알선해드리고 있습니다. <주거 알선. 또 뭐가 있습니까?> 일자리를 알선해 주고 있습니다. 농지도 무상으로 대여해 드립니다. <주로 어디서 연락이 많이 와요?> 서울, 대전, 경기, 인천, 강원, 광주, 전주, 대구, 부산 전국 각지에서 많은 소식이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양준근/고현면 차면마을 이장] "이게 빈집입니다. <내부는 깨끗하네요?> 네. 집을 손을 봐놨기 때문에 도배도 깨끗하고 장판도 깨끗하고."

(주택 옆에 있는 농지도 보너스 / 일자리까지?)

[김건임/A컨테이너 대표] "특히 남해 지역에 거주할 수 있는 사람들이 (찾기) 어려워요. 그래서 단기 근무를 하고 떠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자녀분을 데리고 있는 가족이라면 장기적으로 남해 거주할 생각이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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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인 혜택을 주는 이 마을. 정말 학생들이 왔을까요?

[하지우/도마초 전학생] "저는 '하지우'고, 창원에서 이사 왔어요."

(한 달 사이 두 학교에 5명 전학 + 향후 30여 명이 더 올 예정 / 어느새 친구들과 친해지고..)

[하지우/도마초 전학생] "처음에 올 때는 긴장됐는데 (친구들도) 같이 사이좋게 지내고 그래서 좋았어요."

[조수빈/도마초 학생] "뭔가 교실이 더 꽉 찬 것 같고 친구가 늘어서 기뻐요!"

[전은재/도마초 학생] "학생 수가 늘어서 친구가 많아졌어요!"

[김경심/하지우 학생 어머니] "학군이 치열한 동네에 살았거든요. 학교 마치고 오면 학원가고, 그 학원 마치면 또 학원가고. 근데 여긴 오니까 (아이들이) 텃밭을 가꾸고 달걀 부화시켜보고, 너무 마음에 쏙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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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맨] 지방에선 이렇게라도 학교 살려보겠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남해에 폐교된 학교만 몇 곳인지 아십니까? 34곳입니다. 남해만 이럴까요? 지난 10년간 전국 682개 학교가 문을 닫았습니다. 그런데 그중에 인구의 절반이 넘는 수도권에 있던 학교는 28곳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남해처럼 초등학생이 오면 혜택을 제시하는 지자체와 지방 교육청들이 늘고 있습니다. 전남 화순, 경남 함양 등에서도 학생이 오면 집을 제공하고 해외 어학연수까지 보내주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모시고 온 초등학생들, 지역인재로 자라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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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가 다닐 중·고등학교는?)

(초등학교) 뒤쪽 마을이거든요. 지금 여기 학교를 졸업하면 중학교도 가야 할 텐데.

[정 모 씨/고현면 주민] "<사장님. 뭐 하나만 여쭤볼게요. 이 동네에서 중학교는 어디로 가면 됩니까?> 중학교가 없어요. 중학교가 사라졌습니다. <그럼 고등학교는 또 어디로 갑니까?> 각자 알아서 가는 거죠. <각자도생이군요.>"

지금 고현중학교 왔거든요. 잡초가 잔뜩 자랐습니다.

지우가 이 마을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더 멀리 떨어진 다른 마을 중학교로 가야 한다는 겁니다. 다른 곳은 사정이 좀 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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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남해 유명 관광지 중 하나인 독일마을입니다.

(관광지로 유명해진 마을, 학교는?)

지금 여기가 학교로는 쓰이지 않고 있습니다. 폐교가 돼서.

[조행우/남해 독일마을 인근 주민] "의료, 교육, 여러 가지 조금 아무래도 부족한 게 많으니까. 젊은 사람들이 정착할 수 있는 그런 기반이 조성돼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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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내로 돌아가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이유찬/고등학생] "<후배들은 점점 중학교 가기가 힘들어지는 상황이거든요?> 어쩔 수 없죠. 여기 머무는 것보다 빨리 떠나는 걸 추천 드립니다, 솔직히. <어디로 떠나요?> 오히려 교육 형편이 안 좋아지니까 그런 교육을 받을 바에는 다른 교육 잘되는 지역으로 자기가 이동할 수밖에 없죠."

(밤이 되자, 버스정류장 주변으로 몰려드는 아이들)

[송유건/고등학생] "다 남해를 뜹니다. 10명 이상은 떠나갔어요. 엄청 멀리 그냥 서울 쪽으로."

조금 전에 막차가 떠나니까 거리에 학생들이 싹 사라졌습니다. 지금 시간이 저녁 8시 반밖에 안 됐거든요.

[이 모 씨/남해읍 A 서점 주인] "옛날에는 2월 말, 3월 초 되면 애들이 막 공부한다고 문제집도 사러 오고. 어느 순간부터 그런 게 없어. <5년 정도 지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맨땅에 애들이 없는데 서점이 유지를 할 수 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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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맨] 갈만한 중고등학교가 거의 없다는 얘긴데요. 남해는 일단 기숙형 중학교를 만들어서 통학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데, 중학생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는 것 또한 지방살이의 서러움이겠죠.

그리고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습니다. 서울과 지방간의 '교육 격차'인데요. 남해를 넘어서 대부분 지방의 중등교육 수준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수능 성적을 놓고 보면요. 국어만 봐도, 10년 전에는 평균점수가 서울보다 높은 지역이 11곳이나 됐는데, 지난해에는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이러니 애써 초등학생 데려와도, 공부 좀 한다 하면 서울로 보낼 수밖에 없겠죠?

지역인재를 지역에서 키워내려면 결국 중등교육과 대학, 일자리까지 연계해서 고민해야 한다는 겁니다. 학생의 수준이 그 도시의 수준이고, 학생들이 사라지면 도시의 미래도 함께 사라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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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의료나 교육처럼 기본적인 인프라조차 사라지고 있는 지방 도시들. 결국 대부분은 관광 산업에 매달리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관광도시가 된 곳들의 주민들 삶은 좀 나아졌을까요?

다음은 속초와 목포로 갑니다.

로드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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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규현,남형석 기자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0/nwdesk/article/5922597_3252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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