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처가 고소인 판결문 보니.."수익 절반 못받자 대출방해, 약정서 작성 협박"

강광우 입력 2020. 9. 2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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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의 처가를 고소한 사업가 정모씨가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고발인 조사 출석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 씨는 지난 2월 윤석열 검찰총장의 아내와 장모를 직무유기죄, 소송사기죄로 고소·고발했다. [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의 처가를 고소한 사업가 정모씨는 25일 "윤 총장 처가의 모의로 누명을 쓰고 징역살이를 했다"고 주장했다. 윤 총장 장모 측은 "법원 판결로 확정된 사실이 있는데도 근거 없는 비난과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정씨 "17년간 송사, 3년간 징역…진실 밝히겠다"
27일 중앙일보가 이번 사건 관련한 정씨의 판결문을 살펴보니 정씨가 제기하는 의혹 대부분은 법원이 이미 사법적 판단을 내렸다. 정씨는 윤 총장 장모 최모씨를 상대로 지난 17년간 민·형사 소송 20여건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2월에도 최씨와 윤 총장 부인 김건희씨를 소송 사기 혐의 등으로 고소·고발했다.

정씨가 제기하는 의혹의 핵심은 2003년 최씨와 서울 송파구에 있는 스포츠센터 채권(근저당권부채권)에 투자해 얻은 수익 50여억원을 절반씩 나눠 갖기로 약정했지만, 최씨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씨는 "약정서가 정씨의 강요로 작성됐다"며 정씨를 고소했다. 정씨는 이에 강요·무고죄 등 실형을 선고받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수익금 절반 못 받자 대출방해, '약정서 도장 찍으라' 협박"
정씨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2004년 11월 서울동부지법에서 사기미수·강요·신용훼손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이렇다.

정씨는 2003년 3월쯤 최씨 측에 "(152억원 상당의) 스포츠센터 채권을 수의계약으로 92억원에 매입할 수 있다. 10억원만 준비해 주면 채권을 매수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제안을 받아들인 최씨는 2003년 6월 약 100억원에 이 채권 등을 낙찰받았다.

양측의 분쟁은 정씨가 예상 수익금의 절반을 달라고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정씨는 이를 보장받지 못하자 최씨 측에 대출을 해주기로 한 은행에 "채권에 대한 분쟁이 있다"고 고지해 대출을 정지시켰다. 판결문에는 "정씨가 채권에 대해 어떤 권리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은행에 허위 내용을 기재한 내용증명우편을 보냈다"고 적시돼 있다.

대출 정지 통보를 받게 된 최씨는 계약이 해지될 것이 두려워 정씨에게 대출방해 행위를 철회해달라고 요청했다. 정씨는 이를 이용해 최씨에게 '이익을 균분한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제시하면서 "계약금을 날리기 싫으면 나와 합의하라. 약정서에 도장을 찍으라"고 협박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해 7월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오른쪽은 윤 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 [청와대사진기자단]


"정씨, 최씨 허위 고소장 접수…시위해서 망신주겠다"
정씨는 2005년 4월에는 최씨에 대한 무고죄로 동부지법에서 또 유죄 판결을 받았다. 최씨를 형사처분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기재한 고소장을 검찰에 접수했다는 이유에서다.

정씨는 현재 최씨와 김씨가 약정서를 작성했던 법무사 백모씨를 매수해 본인에게 누명을 씌웠다고 주장한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사건 판사는 "최씨가 법무사 백모씨의 입회 아래 정씨와 함께 작성한 약정서 중 최씨 자필로 기재한 주민등록번호, 최씨의 이름 옆에 날인된 인영(도장), 정씨의 이름 옆에 날인된 인영, 법무사 백모씨의 이름 옆에 날인된 인영을 지우는 방법으로 약정서를 변조했다"는 내용을 허위로 판단했다.

정씨는 2005년 9월에 최씨에 대한 협박죄 등으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정씨가 2013년 11월경 최씨에게 "회장님(최씨)과 가족의 연고지와 사업장에 법이 정하는 집회신고를 하고 본인의 억울함을 만천하에 알리려 계획하고 있다", "사람 7~8명을 집으로 데리고 가서 시위해서 망신을 주겠다"는 등의 협박을 한 범죄사실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2006년 4월 앞선 세 사건 판결이 모두 병합돼 진행된 항소심에서는 정씨는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2006년 6월 대법원에서도 정씨의 상고는 기각됐다.

정씨는 2년간 복역하고 출소한 이후 백씨의 자수를 토대로 최씨를 무고죄로 고소하는 등 다시 법적 공방을 벌였으나 모든 결론은 불기소였다고 했다. 당시 정씨는 역으로 무고죄로 고소돼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정씨는 민사 재판에서도 최씨에게 승소하지 못했다. 정씨는 최씨를 상대로 수익금의 절반에 대해 가압류 신청을 냈지만, 2005년 1월 동부지법 민사부는 "피보전 권리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여권서 신호보내자 수사 본격화하는 이성윤 지검장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서울중앙지검은 윤 총장 처가 사건 수사를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여권에서 윤 총장 처가 사건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면서부터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상습 무고꾼의 말에 검찰 수사가 놀아나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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