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정경심 재판부 이건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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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재판 중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지난 17일 법정에서 쓰러진 데 이어 24일에도 재판 도중 건강 이상을 호소하며 결국 부축을 받고 나갔다. “재판을 미뤄 달라”는 정 교수 요청에도 이날 재판은 진행됐고, 정 교수가 퇴정한 후에도 재판은 계속됐다. 재판부는 결심(結審)도 계획대로 11월 5일 하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일부 친문(親文) 네티즌들은 “판사라는 **가 사람을 죽이려 한다”며 원색적인 욕설을 퍼붓고 있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사람이 아프다는데 너무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재판부의 이 같은 태도는 1년 동안 진행된 재판이 마무리 단계에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증인신문은 24일로 끝났고 서증(書證) 조사와 검사의 구형, 최후 변론만 남아 있다.
그동안 이 법정서 오간 말들은 여론을 뜨겁게 달궜다. 2주간의 인턴 활동으로 조국 전 장관 딸 조민씨를 의학 논문 제 1저자로 올려 준 단국대 장영표 교수는 “조씨 기여도가 가장 컸다”고 강변했다. 정작 그의 아들은 “서울대 심포지엄에서 조민을 본 적이 없다. 내 인턴 경력도 허위”라고 자백했다. 영화 ‘기생충’을 보듯, 위조 혐의를 받는 동양대 표창장의 제작 과정이 분(分)단위로 공개되기도 했다. 반면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던 조 전 장관은 ‘형사소송법 148조’를 300번 넘게 반복하며 증언을 거부했다. 이처럼 각 장면이 생생한 이유는 이 재판이 ‘적시’에 진행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32번의 재판이 무리 없이 진행됐다. 거의 매주 증인신문이 있었다. 그 결과 ‘조국 사태’의 여파가 가라앉기 전에 법정에서 실체적 진실이 어느 정도 드러났다.
‘적시 재판’의 대척점에 있는 사건은 형사 21부에서 진행 중인 울산 선거 개입 의혹 재판이다. 기소 후 8개월 가까이 피고인 없는 ‘준비 기일’만 계속되고 있다. 기록 복사와 증거 제출 방법을 둘러싼 지루한 공방만 이어지고, 사건 실체에 한 발짝도 다가가지 못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1심 재판 기한(6개월)을 이미 넘긴 ‘위법’상태다. 13명의 피고인 중 현직 의원(황운하, 한병도)과 시장(송철호)은 아예 재판 중 임기를 채우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청와대의 선거개입 의혹’ 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의 실체가 잊힐 상황이다. 댓글조작 가담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지사의 2심도 마찬가지다. 이제야 선고기일이 잡혔지만 이미 법정기한(3개월)을 7배 넘겼다. 김 지사는 임기를 채우는 것을 넘어 ‘대권출마’ 얘기까지 나온다.
피고인이 아프다고 방어권을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적시 재판’의 가치도 중요하다. 재판 막바지에 이른 정경심 재판부는 고민 끝에 후자를 선택했다. 재판을 직접 본 자신들이 내년 인사이동 전에 결론을 내겠다고 한 것이다. ‘지연된 정의’의 위험성을 볼 때 타당한 결론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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