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떠난 '1살 천사'..뇌사 정민이, 3명에 새 생명 선물
뇌사 판정 후 석 달간 연명치료를 받은 생후 12개월 아이가 주요 장기를 기증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28일 생후 12개월 된 서정민 군이 지난 26일 심장·폐 등을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세상에 태어난 정민 군은 지난 7월 위독한 상태가 돼 경기 성남에 있는 분당차병원으로 옮겨졌다. 119를 통해 급하게 응급실에 도착했지만 이미 심정지가 온 상태였다. 심폐소생술로 다시 깨어나긴 했지만, 뇌파가 잡히지 않았다고 한다.
뇌사 추정상태로 3개월간 연명 치료를 받은 정민 군은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에 빠졌다. 지난 16일 병상에서 첫 생일을 맞은 정민 군은 열흘 뒤인 26일 장기와 조직 등의 적출 수술을 받았다. 심장과 폐, 간장, 신장 등은 3명의 어린 환자에게 기증됐다.
정민 군의 부모는 연명치료를 하며 아들이 다시 눈 뜨길 기도했지만, 회복 불능의 상태가 됐다는 의사 설명에 기증에 동의했다고 한다. 정민 군의 부모는 “정민이만큼 아픈 사람이 하루에 6명이나 기증을 받지 못한다는 기사를 봤다”며“정민이가 어딘가에서 숨 쉬길 바라고 조그마한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정민이를 보내며 엄마 이나라 씨(28)는 “정민이를 통해 장기기증 선입견이 낮아지길 바란다. 병원 의료진이 따뜻하게 도와주고 기증자와 가족 예우를 잘 해줘서 감사하다”며 “장기 기증은 생명을 살리는 일인 만큼 따뜻한 마음으로 바라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민아, 우리 걸음마 연습했잖아. 하늘나라에 가서 즐겁게 친구들과 뛰어놀고, 쉬고 싶을 때는 엄마 곁으로 와서 쉬어 줘”라며 “끝까지 착하기만 했던 정민이를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사랑해줄 거야. 건강한 옷 입고 다시 와줘.”
엄마는 정민이가 들을 것이라고 믿고 이렇게 말했다.
조원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12개월은 아기 천사 서정민 군이 하늘나라에서 편히 잠들길 희망하고, 어려운 결정을 내려주신 부모님의 뜻을 잘 전달하여 정민 군을 통해 새 생명을 살 친구들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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