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아들 '무혐의'.. 검찰, 늑장 수사에 면죄부 논란

이승엽 2020. 9. 2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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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8일 오전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모(27)씨의 군 휴가 미복귀 의혹 관련, 검찰이 수사 개시 8개월 만에 서씨를 포함한 관련자 전원 "혐의가 없다"는 수사 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서씨의 휴가명령서가 존재하지 않은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못한 데다, 추 장관 부부 중 한 명이 국방부 민원 전화를 걸었다는 의혹도 뚜렷하게 해명하지 못하면서 면죄부를 준 부실 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김덕곤)는 28일 군무이탈 및 근무기피 목적 위계 혐의를 받는 서씨에 대해 무혐의로 결론을 내고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군무이탈방조, 근무 기피 목적 위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된 추미애 장관에 대해서도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추미애 장관의 전 보좌관이었던 A씨가 서씨의 휴가 연장을 부정 청탁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에 따르면 22일에 걸친 서씨의 세 차례의 병가ㆍ연가는 모두 승인권자인 지역대장 B중령의 적법한 승인하에 이뤄졌다. 검찰은 서씨의 1차(2017년 6월 5~14일) 및 2차 병가(6월 15~23일)는 모두 의사가 발급한 진단서와 소견서 등에 근거했으며, 실제 서씨가 수술 및 치료를 받은 사실을 의무 기록 등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수사 과정에서 서씨의 휴가명령서 및 증빙서류가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이 논란이 됐으나 검찰은 "병가 승인 후 병가 명령이 누락됐으나, 승인권자는 지역대장이고 그에 따른 명령은 내부 행정절차 성격에 불과하다"고 봤다.

검찰은 3차 개인 연가(6월 24~27일) 또한 서씨의 한 차례 병가 추가 연장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뒤, 서씨가 지원장교 C대위의 안내에 따라 정기 휴가를 승인받았다고 결론 내렸다. 의혹을 제기한 당직병이 근무한 날은 서씨가 이미 정기 휴가 중인 상태였으며, 지원장교와 지역대장을 거쳐 휴가 승인을 받았다는 의미다. 검찰은 "추 장관도 서씨가 질병을 가장해 위계로서 병가 승인을 받은 것이 아니므로 이를 돕거나 가담한 행위에 대해 군무이탈방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검찰은 추 장관과 보좌관 A씨의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과 관련해서도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보좌관이 병가 연장을 문의하고, C대위가 그에 대한 원칙적 절차를 안내받은 것일 뿐, 이를 현행법상 '부정한 외압 혹은 청탁'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검찰은 추 장관이 서씨 휴가 관련 이틀에 걸쳐 A씨와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 받은 사실은 확인했으나, A씨으로부터 "추 장관으로부터 어떠한 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는 진술을 근거로 추 장관에게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추 장관이 보좌관에게 C대위의 연락처를 전달하며 "아들에게 연락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실도 검찰 수사 결과로 드러났다. 하지만 검찰은 관련자 진술만으로 "청탁이 아니다"고 판단, 면죄부 수사라는 비판이 불가피하게 됐다.

검찰은 국방부 민원실에 전화해 휴가를 문의한 당사자의 실체도 규명하지 못했다. 검찰은 추 장관 부부 중 한 명이 직접 민원 전화를 했다는 의혹 관련, 국방부를 압수수색했으나 해당 녹음 파일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늑장수사가 부실 수사로 이어져 결국 면죄부를 준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이 국방부 의견을 검증 없이 그대로 수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수사 결과 자료에 휴가 명령이 발생된 사례가 다수 확인됐고 미입원 환자에 대해선 요양심사위원회 심의를 거부한 사례가 있다는 국방부 입장을 그대로 인용, 관련 의혹 제기에 근거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검찰 수사 결과에 추 장관은 "장관과 장관 아들에 대한 근거없고 무분별한 정치공세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리게 된 점 거듭 송구한 마음을 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 장관은 법무부 대변인실을 통해 밝힌 입장문에서 "수사권 개혁과 공수처의 조속한 출범을 통해 검찰 개혁을 완수하는데 매진하겠다"는 뜻도 덧붙였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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