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北만행에도..정부, 도쿄올림픽 '단일팀' 예산편성했다

김형원 기자 2020. 9.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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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공무원 피격, 단일팀 구성이 국민정서와 맞느냐" 비판
2018년 1월 문재인 대통령이 충청북도 진천군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을 방문해 남여 아이스하키 대표팀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도 예산에 다가올 도쿄올림픽 남북단일팀 추진을 위한 수십억 원대 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앞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단일팀 구성으로 여자 아이스하키팀 선수들이 출전기회를 잃어 공정성 논란이 있었다. 그럼에도 2021년으로 예정된 도쿄올림픽에서 단일팀 구성을 재추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실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내년도 예산에서 ‘남북체육교류’명목으로 23억3100만원을 편성했다. 지난해 남북이 여자농구·여자하키·조정·유도 4개 종목에서 단일팀 ‘코리아’를 구성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구체적으로 ’2020 도쿄 올림픽 등 국제대회 공동진출'과 관련한 예산은 15억3200만원으로 잡혔다. 이 가운데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한 4개 종목 선수들의 합동훈련비는 2억3000만원(한 종목당 5700만원 가량)이었다. 문체부는 “1회당 14박15일 일정으로 남북 선수단이 합동훈련을 할 것”이라고 했다.

체육계 안팎에서는 “단체종목에서 단일팀 구성이 가능한 종목은 여자농구 정도가 남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여자하키는 올림픽 예선에서 탈락했고, 조정은 본선진출 가능성이 희박한 까닭이다. 유도는 개인종목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단일팀’취지를 살리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실제 여자농구 단일팀을 의식한 듯 문체부는 내년에 ‘남북 통일농구경기’ 개최를 계획하고 있다. 여기에는 3억6900만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2월 도쿄올림픽 최종예선 영국전에서 승리한 뒤 환호하고 있다./AP 연합뉴스

지난 2월 우리 여자농구팀은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1승2패로 조3위를 차지, 극적으로 본선진출을 확정했다. 2008년 베이징 대회 이후 12년만에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된 것이다. 이문규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 감독은 귀국 인터뷰에서 “예선을 치르면서 선수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그 동안 해온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남측 선수들로만 가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했었다. 이후 이 감독은 올림픽 본선진출권을 따냈음에도 연임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여자농구팀 본선 지휘는 다른 감독이 맡게 됐다.

이 같은 정부의 여자농구 단일팀 추진 움직임에 대해 정치권을 중심으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서해상에서 참혹하게 총살당한 상황에서 단일팀을 구성하는 것이 국민정서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도 “문재인 정부가 ‘단일팀’으로 남북간 평화무드를 띄울 공산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이달 초 도미타 고지 주한일본대사 만나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의 평화의 기운이 도쿄올림픽에서 이어지고, 이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통해서도 계속 평화의 움직임이 확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 남북단일팀에 대한 의지를 시사한 바 있다.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지난 7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하고 있다./연합뉴스

김승수 의원은 “평창올림픽 당시 강제적인 단일팀 구성으로 평생 꿈꿔온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했던 우리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있었다”면서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멈추지 않고 도쿄 올림픽에서 우리 여자농구 선수들의 기회마저 앗아가려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단일팀 구성에 앞서 대한민국 공무원이 총살·소각되는 참혹한 일을 겪고 시신조차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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