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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코로나 6개월째..아이들 돌봄 공백 주로 엄마가 메워

이혜인 기자 입력 2020. 09. 2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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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 연기 등에 '돌봄휴가'
여성 62%·남성 38% 사용
신현영 의원실 자료 공개

[경향신문]

초등학교 2학년 딸의 엄마인 회사원 이모씨(38)는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코로나19 1차 대유행이 발생했던 지난 3월 초 가족돌봄휴가를 사용했다. 등교개학이 연기되고 학원까지 모조리 휴원하는 통에 아이를 맡길 곳이 없었다. 이씨는 “아이가 하루 종일 혼자 집에 있을 상황이라 가족 중 누군가는 돌봄 공백을 메워야 했다”면서 “회사에 눈치가 보이긴 했지만 결국 내가 휴가를 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린이집, 학교, 학원 등이 문을 닫아 생기는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부는 지난 3월16일부터 가족돌봄휴가를 유급으로 전환했다. 남녀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지난 6개월간 가족돌봄휴가 사용자의 약 62%가 여성으로, 남성의 1.6배가량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증가하는 가정 내 돌봄 부담을 여성이 더 많이 지게 되는 ‘독박 돌봄’이 통계로도 드러난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2020년도 가족돌봄휴가 및 비용 긴급지원 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3월16일부터 9월9일까지 모두 12만254명이 가족돌봄휴가를 사용했다. 여성이 61.6%(7만4061명), 남성이 38.3%(4만6002명)였다.

여성이 돌봄에서 더 많은 짐을 지는 경향은 다른 통계에서도 나타났다. 노동부에 따르면 노동시간 단축제도의 일종인 ‘워라밸 일자리 장려금’ 사용자는 지난해 5985명에서 올해 9186명으로 증가했다. 역시 여성이 6290명으로 전체의 68%를 차지했다. 한국여성노동자회가 지난 5~6월 여성 노동자 3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절반 이상(56.3%)이 ‘코로나19로 인해 돌봄노동이 증가했다’고 했으며, 전체의 35%가량이 ‘돌봄 부담이 계속되면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일을 그만둘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여성의 돌봄 부담은 작은 사업장일수록 더 두드러졌다. 사업장 규모별로 가족돌봄휴가 사용자를 살펴보니, 전체 사용자의 28.6%가 10인 미만 사업장에서 나왔다. 1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남녀 종사자 비율이 1.1 대 1 수준이나, 가족돌봄휴가 사용자는 여성이 69.0%로 큰 차이를 나타냈다. 상대적으로 육아 관련 제도가 잘 갖춰져 있는 큰 규모의 사업장(300인 이상)에서는 가족돌봄휴가 사용자의 45.4%가 남성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김명숙 한국여성노동자회 활동가는 “일반적으로 사업장 규모가 작으면 고용안정성이나 근로조건이 좋지 못한 편이고, 부부 중 한 사람이 돌봄을 해야 하는 상황이면 열악한 조건에 있는 여성이 더 쉽게 일을 중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상황이므로 가족돌봄휴가 외에도 여성 고용 안정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활동가는 “이미 지난 2월부터 돌봄 공백을 메우지 못하는 사람들이 일을 많이 그만뒀을 것”이라며 “고용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유급이든 무급이든 다양한 제도 지원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현영 의원은 “코로나19 시대에 일하는 엄마들에게 주어진 직장에서의 업무수행과 가정에서의 양육 부담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이 이번 통계에서도 확인됐다”며 “돌봄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공공돌봄대책을 더 세밀하게 계획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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