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부실관리..처음이 아니다

2018년 보건소·병원 점검
30%만 적정온도로 보관

[경향신문]

국가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 중단 사태를 부른 백신 ‘상온노출’ 사고 전에도 백신 관리가 부실하게 이뤄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기관 10곳 중 7곳이 백신 냉장유통(콜드체인)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병관리청에서 제출받은 ‘국내 생백신의 콜드체인 유지관리 현황분석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보면, 보건소와 민간병원 86곳 중 26곳(30.3%)에서만 백신을 적정한 온도에서 보관했다. 백신은 제조사에서 출고된 후 2~8도에서 보관돼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이 보고서는 질병관리본부(청) 의뢰로 2018년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보건소 39곳과 민간병원 47곳을 대상으로 백신 보관 냉장고 온도를 2주간 모니터링한 결과다.

보건소의 경우 조사대상 중 24곳(61.5%)에서 백신 온도가 2도 아래로 내려가거나 8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등 부실하게 관리됐다. 백신 온도를 2~8도로 유지한 보건소는 15개(38.5%)밖에 되지 않았다.

동네의원과 병원·종합병원 등 민간병원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백신을 적정온도로 유지한 병원은 11곳(23.4%)에 불과했다. 병원에 있는 한 냉장고는 최저 온도가 8.9도, 최고 온도가 10.7도나 돼 백신 보관 기능이 아예 없었다.

허술하게 보관된 백신은 역가(효과)도 제각각이었다. 이론적으로 제조번호가 같은 백신은 역가가 같아야 하지만, 동일한 번호임에도 보관장소에 따라 역가 차이가 났다. 보고서는 이 같은 역가 차이의 원인으로 공장 생산·출하 과정상 문제, 공장 출하에서 보건소 도착까지 운송 과정상 문제, 냉장고 보관 등 콜드체인 문제 등을 꼽았다.

신현영 의원은 “제조부터 접종 직전까지 콜드체인이 유지되도록 체계적인 지침이 마련돼야 국민이 안심하고 백신을 접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