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은 무슨, 한 푼이 아쉬운데".. 오늘도 문 여는 소상공인

파이낸셜뉴스 2020. 9. 2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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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막노동하러 가면서 둘이 운영하던 가게를 혼자 한 지 3주 정도 된 거 같다. '언젠가는 나아지겠지'하며 버텼는데, 가게 운영이 한계라 어쩔 수 없이 남편이 막노동일을 선택했다. 지금 우리에겐 추석보다 가게를 운영할 돈 한푼이 더 중요하다."

강씨는 "자전거로 하루 몇건씩 배달을 하는데 공방에서 돈이 안 나오다보니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며 "공방에서 어플로 배달건수를 보고 있는데 내가 공방을 운영하는지 배달하는 사람인지 헷갈릴 지경"이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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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급감에 임대료 내기도 벅차
남편은 막노동으로 생활비 충당
아내는 가게 운영하며 손실 메워
자영업자 장사 환경 만들어 줘야
29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먹자골목 전경. 점심시간임에도 오가는 손님이 많지 않다. 사진=김지환 인턴기자
"남편이 막노동하러 가면서 둘이 운영하던 가게를 혼자 한 지 3주 정도 된 거 같다. '언젠가는 나아지겠지'하며 버텼는데, 가게 운영이 한계라 어쩔 수 없이 남편이 막노동일을 선택했다. 지금 우리에겐 추석보다 가게를 운영할 돈 한푼이 더 중요하다."

■"한 그릇이라도 더 팔아야 하는데..."

29일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서 장사를 준비하던 강모씨(61·여)에게선 절박감이 묻어났다. 주택가에서 김치찌개집을 운영하는 강씨는 예년과 달리 올 추석엔 가게를 열기로 했다. 당장 수입이 급해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강씨는 찌개 육수를 준비하던 냄비 크기를 반으로 줄였다. 식재료 주문량도 평소의 3분의 1 정도로 줄었다. 찾는 손님이 준 까닭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까지 격상됐을 땐 특히 부담이 컸다. 당장 손님은 줄었는데 임대료는 여전했다.

강씨는 추석 당일을 제외한 연휴 기간 동안 영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한 그릇이라도 더 팔기 위해서다. 그는 "동네에 있는 회사·병원들이 쉬어서 손해를 볼까봐 걱정이긴 한데 조금이라도 팔려면 어쩔 수 없다"며 "남편은 추석 기간 동안 일하러 나가는데, 한편으론 일이 있다는 게 다행이면서도 (남편이) 걱정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연휴를 반납하고 가게문을 여는 상인은 강씨 뿐만이 아니다. 송파구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도 "매년 명절에 가족들과 놀러갔었는데, 이번 연휴를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족 여행을) 포기했다"며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와주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강씨 남편처럼 생활비 충당을 위해 일용직 시장에 나가는 사례도 심심찮게 발견된다. 양천구에서 공방을 운영하는 강모씨(43)도 배달일을 시작했다. 코로나19 이후 공방에서 수업을 할 수 없어 수입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강씨는 "자전거로 하루 몇건씩 배달을 하는데 공방에서 돈이 안 나오다보니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며 "공방에서 어플로 배달건수를 보고 있는데 내가 공방을 운영하는지 배달하는 사람인지 헷갈릴 지경"이라고 털어놨다.

내몰릴대로 내몰린 소상공인들 사이에선 예년과 다른 추석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가롭게 명절을 즐기기보다 조금이라도 손실을 메워야한다는 압박감이 크다.

■"장사할 수 있는 환경 만들어 줘야"

강원도 원주에서 직원 1명을 두고 회사를 운영하는 토목회사 대표 김모씨(59)는 조금이라도 이윤이 남는다면 규모를 가리지 않고 공사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최근 1년 간 공사를 단 한 건도 수주받지 못하며 운영비 조달이 급해진 탓이다.

김씨는 "명절 당일을 제외하고 공사를 할 계획"이라며 "회사를 운영하는 데 당장 필요한 100만원이 더 급하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김씨의 아내는 식당 주방일이나 마트 캐셔(계산대 직원) 자리를 알아보고 있지만 자리가 잘 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한편 단발성 재난지원금을 넘어 장기화된 위기국면을 버틸 수 있도록 자영업자들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자들이 지금 문을 닫지 않은 게 용한 상황에서 명절 기간에도 영업을 하는 건 당연한 선택"이라며 "재난지원금 같은 단발성 대응보다는 자영업자들이 정보통신(IT) 플랫폼에서 장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김지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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