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모녀 쓸쓸한 죽음..아무도 그들에게 관심 없었다

강대한 기자 2020. 9. 2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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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경남=뉴스1) 강대한 기자 = 경남 창원에서 정신질환을 앓던 모녀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숨진 채 발견돼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도대체 이들 모녀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대미문의 비대면 한가위가 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촘촘한 복지망'을 표방한 정부의 복지정책에 사각지대는 없는지 되돌아 보게 된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숨진 모녀, 20일 지나 발견

29일 마산회원구청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오전 11시30분쯤 마산회원구 한 원룸에서 어머니 A씨(52)와 딸 B씨(22)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웃들이 A·B씨가 드나드는 걸 본지 오래됐고 악취가 풍긴다고 집주인에게 전해, 집주인이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현관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갔다. 밖으로 열리는 현관문의 집안 손잡이에는 마치 외부 침입자를 막으려 한 듯 화장실까지 끈이 연결돼 묶어져 있었다.

약 23㎡(7평) 남짓한 집안에는 20㎏짜리 살포대가 15개나 쌓여 있었다. 좁은 원룸에서 움직이기 불편할 정도였다. 방안 여기저기 옷가지들이 쓰레기와 함께 널브러져 있었고, 방 가운데 이불을 깔고 두 사람이 숨져있었다. 천장을 바라보고 나란히 누운 채로.

경찰은 침입흔적이나 극단적인 선택으로 볼만한 정황을 찾지 못했다. 가스누출 및 아사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했지만, “외견상 사망할 이유가 없다”고 토로했다.

한여름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집에는 선풍기는 있었지만 에어컨은 따로 없었다. 또 냉장고 안에는 김치 등 일부 반찬이 있었고, 밥솥에는 소량의 밥이 남아 있었다.

숨진 지 20여일만에 발견된 터라 사체의 부패 정도도 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인미상’결론을 내렸다. 수사를 맡은 경찰 역시 그저 둘의 사망원인에 대해 ‘돌연사’라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년 함께 살다 숨진 모녀 정신질환 앓아

모녀는 딸이 성인이 된 2018년부터 함께 지냈다. 딸은 13살 때인 2011년 아동학대(방임)로 어머니와 떨어져 아동복지시설로 옮겨졌다. 이후 7년이 지나 친권을 가진 어머니가 데려가 함께 살았다.

2011년 당시 어머니는 정신분열 진단을 받은 바 있으며, 딸은 병원 진단을 받은 바 없지만, 아동시설에서 경계성 지능 장애와 자폐증 증세를 보였다고 경찰에 전했다. 장애등급 5~6급 정도의 가벼운 수준이었으며,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 모녀는 장애인으로 등록돼 있지 않았다. 이들 스스로 장애인 등록을 신청치 않아 따로 취약계층에 속하지 못한 셈이다.

마산회원구청 관계자는 “독거노인·기초생활수급자·장애인 등을 취약계층이라고 통틀어 부르곤 한다”고 말했다.

독거노인은 만65세 이상 혼자 사는 어르신을 말한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중위소득이 30%이하일 경우 생계, 40% 이하 의료, 45% 이하 주거, 50% 이하 교육 지원을 받는다. 또 장애가 심할 경우는 연금을, 심하지 않을 경우는 수당을 받게 된다.

◇사실상 취약계층…모녀는 왜 방치됐나

모녀의 어머니는 일정 기간 의료비가 꾸준히 드는 저소득층인 ‘차상위본인부담경감’ 대상자였다. 2012년 4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의료 지원을 받다가 중단됐다.

‘차상위본인부담경감’ 지원금 지원대상자 여부 판단은 구청에서 하지만, 유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담당한다. 때문에 구청은 어머니가 대상자에서 중지된 사유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소득이 100만원 이상될 경우 중단된다고 부언했다.

모녀가 살던 동네 주민들 진술로는 어머니가 인근 시장에서 쌀장사를 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일용직 노동으로 돈벌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돈벌이를 하면서 소득이 100만원을 넘었거나 진료기록을 제출하지 않는 등 사유로 차상위 계층에서 빠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또 차상위 계층이 행정당국의 관리·감독에서 벗어나 있어 사달이 난 측면도 있지만, 문제는 취약계층 안부확인에 있어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구청 관계자는 “1년에 몇 번을 방문한다든지 기준은 없다”면서 “먼저 연락이 오든, 서류 제출을 위해 연락을 하는 등 여러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리적·현실적으로 모든 취약계층을 찾기 힘들다는 점을 강조했다.

회원구에 가장 취약계층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의료급여대상자’만해도 6000명에 이르고, 독거노인 등은 이를 몇 십배 더 넘는다는 설명이다.

구청 관계자는 “일일이 찾아뵈면 고마워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반대로 방문 자체를 거부하시며 2~3번 찾아봬도 보기 힘든 분도 계신다. 이런 분들 말고도 너무나 많은 취약계층이 있는데, 계속해서 반감을 가지시는 분을 케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00년 이전에는 연령을 기준으로 수급보호를 받았지만, 해마다 취약계층이 확대되다보니까 복지 담당공무원이 모두 관리하기가 힘들다”고 덧붙였다.

rok18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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