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서 백제시대 산성 발견.."그러나 훼손 우려 커"

서승신 2020. 9. 2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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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전주]
[앵커]

남원의 한 산에서 백제때 쌓은 것으로 추정되는 성곽이 발견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근에 대규모 태양광 발전단지가 들어설 예정이어서, 발굴도 하기 전에 훼손될 우려가 큽니다.

보도에 서승신 기자입니다.

[리포트]

남원시 보절면에 있는 한 산의 정상부.

울창한 수풀 사이로 튼튼하게 쌓은 성곽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군데군데 무너져 내렸지만 아직도 형태가 뚜렷합니다.

주변에는 깨진 기왓장들이 흩어져 있는데, 독특한 문양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성곽의 축조법과 기왓장의 각종 문양 등을 토대로, 이 일대를 고대 백제의 성 터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김종일/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 "유물들 특히 기와, 그리고 토기 등등을 보았을 때 백제와 아주 긴밀한 관계가 있었을 것이다. 축성 자체도 백제의 축성기법과 유사한…."]

특히, 백제 패망 후 부흥군의 복국운동 중심지 가운데 하나인 '거물성'으로 보고 있습니다.

삼국사기를 보면 거물성은 경남 거창의 거열성과 함께, 백제 유민들의 마지막 항거지인 서쪽의 주류성과 임존성을 수호하는, 내륙의 백제 성이었습니다.

또 신라와 국경이 맞닿아 당시 군사만 수백 명이 숨지는 등 치열하게 전투를 벌였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문헌상으로만 존재했을 뿐 유물 등이 발견되지 않아 정확한 위치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김종일/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 "현재 저희가 갖고 있는 문헌 자료들 그리고 여러 가지 지정학적 위치 등등을 통해 보았을 때 거물성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지 않나…."]

그런데, 이 유적이 제대로 발굴도 되기 전에 훼손될 처지에 놓였습니다.

인근에 대규모 태양광 발전단지가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은 3년 전 허가가 났는데, 유적 발굴 가능성이 커지자 업체가 착공을 서두르고 있다며 대책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박원균/보절면 외항마을 이장 : "아무 말 한마디 없었어요. 엊그제 와서 굴착기 들이대고 나무 베고 있는데 주민들이 가서 붙잡고 말렸어요. 이런 경우가 어디가 있습니까, 지금."]

경남 거창의 거열성은 최근 도 기념물에서 국가 사적으로 승격돼 체계적인 조사는 물론 복원까지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백제 부흥 운동의 주요 근거지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남원의 백제 산성은 발굴을 위한 첫 삽조차 뜨기 전에 훼손 논란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KBS 뉴스 서승신 입니다.

촬영기자:강수헌

서승신 기자 (sss4854@kb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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