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간다] 단속 현수막 아래 버젓이 '불법 개시장'

조희형 2020. 9. 29.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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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바로간다, 인권사회팀 조희형 기자입니다.

경북 문경의 한 국도 인근에서 정기적으로 새벽에 개를사고파는 시장이 열리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도 공공장소에 모여 짐짝처럼 싣고온 개를, 식용견이라며 버젓이 흥정하는 개시장인데요.

지자체에서 처벌하겠다는 현수막을 내걸어 놓은 바로 그 자리에서 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현장으로 바로 가보겠습니다.

저는 경북 문경의 한 국도 인근 공터에 나와있습니다.

지금 시간이 새벽 3시 반을 넘어섰는데, 곧 있으면 이곳에서 살아있는 개를 사고파는 시장이 열린다고 합니다.

저희가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해놓고 기다려보겠습니다.

새벽 5시를 넘기자 1톤 트럭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날이 밝자 차량 수십대가 공터에 가득 찼습니다.

트럭마다 짐 칸에 작은 철장들이 가득 쌓여있는데, 그 안에 짐처럼 욱여넣어진 개들이 큰 소리로 짖어댑니다.

상인들은 철장 안을 들여다보거나 아예 개를 꺼내 살펴보면서 흥정을 합니다.

"두 마리 이거, 이거, 두 마리 샀는데 잡아가서 파니까 만 원 남더라고요."

5만원 권 지폐 다발을 꺼내 서로 주고 받더니, 개 목에 올가미를 걸어서 다른 트럭으로 끌고 갑니다.

(이런 애들은 얼마씩 해요?) "(한 마리에) 한 15만 원 하지."

끌려가는 개들은 발버둥을 칩니다.

이런 시장은 일주일에 두 번씩 열립니다.

이곳에는 "불법 가축시장을 열면 처벌하겠다"는 경북 문경시의 현수막이 걸려있습니다.

그런데 상인들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개장수] (강아지 파시는 거예요?) "네." (이런 애들은 다 먹는 거예요?) "그렇죠."

혐오감을 주는 모습이, 공개된 장소에서 버젓이 이뤄지는 현장.

불법 아니냐고 묻자 "시에서 허락 받았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개장수] (대놓고 (영업)하시는데요?) "시에서 나왔었습니다. (영업을) 연장했습니다." (아, 그런 게 있어요?) "…"

개를 실은 트럭들은 다 빠져나갔습니다.

개시장이 열렸던 자리에는 각종 오물들이 남았습니다.

개를 식용 목적으로 거래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불법입니다.

가축 시장은 지자체에 등록해 운영되는데, 가축 거래 대상에 개는 해당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문경시를 찾아가 봤습니다.

올 해까지 한시적으로 운영을 하게 해준 건 맞다고 합니다.

[경북 문경시 관계자] "그분(개장수)들도 생계가 있는 분들이잖아요. 자기들이 책임지고 12월 말까지는 철수를 한다고 약속을 했어요."

그러면서 소규모 시장이고, 현실적으로 법 적용이 쉽지 않다는 논리를 폅니다.

그러면 단속하겠다는 현수막은 왜 걸었는지 묻자, "심리적 압박용"이라고 말합니다.

[경북 문경시 관계자] "그걸 볼 때마다 사실 심리적 압박감을 주기 위해서 (현수막을) 안 떼는 이유는 각성을 하라 이거예요."

이 상태라면 개 시장은 연말까지 28번이나 더 열리게 됩니다.

동물보호단체는 개들이 임의로 불법 도살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지자체가 지나치게 소극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박상욱/동물권행동카라 활동가] "지자체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제지가 없는 게 큰 문제로 보입니다."

문경시는 지난 8월엔 4억 원이나 들여 반려동물을 위한 미용실과 놀이공원을 만들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식용 개시장을 방임하면서 반려동물 시설을 이미지 개선에 활용한 두 얼굴의 지자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문경시는 MBC의 취재 이후에야 개 시장을 즉각 단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동물보호단체는 동물학대와 불법 가축시장을 개설한 혐의에 대해 개 시장에 참여한 상인들을 형사 고발하기로 했습니다.

바로간다 조희형입니다.

(영상취재·편집 : 김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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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형 기자 (joyhyeong@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0/nwdesk/article/5925798_3252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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