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하차' 청원까지 등장한 김어준..독립성 명분에 뒷짐진 서울시

양지윤 2020. 9. 3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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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코로나 바이러스 취급해 화장(火葬)" 발언 논란
"세금으로 운영하면서 공정성·균형감 없는 건 문제"
이용수 할머니 음모론에 특정 지역 비하 발언으로 방심위 조치
최승호 전 MBC 사장 "사실에 접근하는 방식 문제..틀린 건 인정해야"일갈
서울시 TBS 독립성 보장 뒷짐..
(그래픽=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북한군은 이제 방화복 같은 걸 입고 방독면을 쓰고 배 주위를 돌면서 의사 확인을 했다. 그 행위를 보면 그 자체로는 방역이란 말이에요.(중략) 여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해상에서 총살을, 사살을 하고 화장해 버린 거 아닙니까. 그 쪽 관점에서 보면 사망한 이후 소각을 한 거죠. 굉장히 반문명적이고 비인간적인 행위라 비난받아서 마땅하고.”
TBS 라디오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 홈페이지 갈무리.

TBS 교통방송 라디오 진행자 김어준씨가 서해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 관련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지난 25일 ‘김어준의 뉴스공장’ 방송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북한에서) 코로나19 때문에 바이러스 취급을 받은 것”이라며 시신에 기름을 뿌리고 불태운 행위를 화장(火葬)이라고 언급하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김씨의 방송 하차를 요구하는 청원까지 등장했습니다.

청와대에 ‘김어준 방송 하차’ 청원 등장…음모론·공정성 훼손 발언 논란 잇따라

청원인은 “특정 진행자에 대한 헌법상 언론의 자유를 방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수입을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영방송사가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이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 방송을 진행하는 점에 대한 문제 제기”라며 “김어준씨가 공영방송이 지켜야하는 최소한의 공정성과 균형감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방송을 자주 진행해왔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미투 운동에 대한 음모론을 비롯해 코로나19 확산 초기 특정 지역에 대한 비하, 위안부 피해 할머니에 대한 음모론, 최근 북한의 민간인 사살사건에 대한 화장이라는 표현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며 “이 사건에 대한 제대로 된 해명이나 사과의 변을 내지도 않았다”고 꼬집었습니다.

김씨의 트레이드마크가 되다시피 한 음모론은 한때 기존 언론이 제기하지 못했던 이슈를 끄집어 낸다는 점에서 조명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발언들은 객관적인 정보에 근거했거나 합리적인 의심으로 보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5월 방송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에 대해 “굉장히 뜬금없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누군가의 의도가 반영돼 있다”라며 배후설을 제기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달 14일 배후설 논란과 관련해 ‘주의’ 조치를 의결했습니다.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불명확한 사실을 주관적 추정으로 단정해 언급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방송의 공정성을 훼손한 발언도 논란이 됐습니다. 지난 3월 방송에서는 “코로나 사태는 대구 사태이자 신천지 사태”라고 말해 지역 비하 발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고 방심위는 “특정 지역에 대한 편견, 갈등을 불러올 여지가 있는 표현을 방송한 것은 관련 심의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권고 조처를 내렸습니다. 또 지난해 6월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낸 책에 대해 “정치인들이 출판기념회를 많이 하긴 한다”며 “그래도 책의 형식과 꼴은 갖춰서 내는데”라고 말해 경고를 받기도 했습니다.

최승호 전 MBC 사장 “김어준식 사실 접근 방식 문제…틀린 건 사과해야” 일갈

최승호 전 MBC 사장(현 뉴스타파 PD)은 TBS 방송과 별개로 김씨가 ‘18대 대선 조작설’과 ‘세월호 고의 침몰설’을 주장한 데 대해 “사실에 접근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공개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최 전 사장은 7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김어준 총수는 비슷한 패턴의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어떤 중대한 사안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발견되면 그것에 대해 취재하기보다 상상하고 추론하고 음모론을 펼치고 때로는 영화를 만든다. 그러다가 강한 반박이 나오면 거기에 대해서는 책임있는 답변을 하지 않고 무시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김어준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언론인”이라며 “계속 이런 방식은 곤란하다. 틀린 건 틀렸다고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일갈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최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끓어오르면서 잠잠했던 하차론이 다시 힘을 얻고 있습니다. 김씨 하차를 요청한 청원인은 “김씨의 방송은 TBS 교통방송이 지향해야 하는 공익성이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TBS에서 김씨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결국 국가가 음모론을 지원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지난 2018년 국민의힘(당시 자유한국당)이 서울시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TBS는 그 해 김씨에게 출연료로 회당 100만원(주 5일 기준 500만원)을 지급했습니다. 당시 MBC 라디오 최고 인기 프로인 ‘배철수의 음악캠프’와 ‘여성시대’의 진행자는 회당 60만~65만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방송 독립성 보장’ 명분에 뒷짐 진 서울시 …“보도 공정성 훼손도 직시해야”

TBS를 기존 산하 사업소에서 독립 법인화한 서울시는 김씨 발언의 파장이 커지자 신경을 쓰는 분위깁니다. TBS는 지난 2월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티비에스)’로 새 출발했지만 시 출연기관으로 남아 있어 올해 서울시로부터 분기당 약 100억원, 연간 400억원을 지원받습니다. 서울시는 국민청원에서 제기된 문제를 겸허히 받아 들이지만 방송 독립성 확보를 위해서는 TBS와 방심위가 판단해야 할 문제라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국민들이 청원을 통해 제기한 우려는 서울시 입장에서 의미있게 받아들인다”며 “다만 방송의 독립성 보장을 규정한 방송법에 따라 출연자 선정과 내용은 TBS가 자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가 독립성 보장을 명분으로 계속 뒷짐만 지고 있는데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방송의 공정성 훼손 문제 해결은 더욱 요원해지고 음모론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은 더욱 커질 수 있어 서울시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입니다.

양지윤 (galile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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