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는 왜 그랬을까①] '자식 공세'에 감정 상한 추다르크

백상진,김판,이현우 2020. 10. 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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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적 기질인가, 전략적 승부수인가
추미애 장관 화법 들여다보니
아들 군복무 특혜 의혹이 제기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답변 태도는 정치권 안팎에서 연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검찰이 추 장관과 아들 서모씨 등 주요 관련자들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사건 자체는 일단락됐다. 당초 야당이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할 때만 해도 정치권에서는 커다란 비리나 위법 사안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야당의 의혹 제기 과정에서 추 장관이 보여준 고압적이고 공격적인 태도가 오히려 관련 논란을 에스컬레이드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 과정에서 야당뿐 아니라 여당 의원들조차 “추 장관의 애티튜드(태도)가 굉장히 불편하다”(조응천 의원)고 비판했다. 이번 의혹이 지난해 ‘조국 사태’에 비견될만한 문제가 될 게 아닌데 추 장관의 답변 방식이 기름을 부었다는 시각도 있다.

추 장관은 5선의 중진 국회의원이자, 집권여당 당대표까지 지낸 정치인이다. 장관 신분으로 국회 상임위원회와 대정부질문에서 “소설을 쓰시네” “공정은 근거없는 세치 혀에서 나오지 않는다”처럼 거친 표현을 쓰는 것은 다소 의아할 정도라는 평가도 나온다.

국민일보는 추 장관을 오래 지켜본 주변 인사들을 통해 추 장관의 심리를 들여다보고, 그의 ‘거친 입’이 불러온 정치적 효과를 분석했다. 정치권 인사들은 공통적으로 “자녀 문제가 제기되자 감정이 격해졌다”고 봤다. 오랜 전투적 기질, 자존심 강한 캐릭터가 이번 논란으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법무부 장관 이후를 내다보는 그가 당내 친문 표심에 적극적으로 어필하기 위한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정치인 ‘부모’
먼저 자녀를 향한 공세에 평소 잘 챙겨주지 못했던 정치인 부모로서의 미안함과 애틋함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있다. 추 장관은 당 대표 시절에도 사석에서 아들에 대한 애틋함 마음을 몇 차례 언급했다고 한다. 주로 같은 처지에 있는 여성 정치인들과 동병상련을 나눴다.

아들 서모씨가 입대하던 2016년 11월 28일, 야당 대표였던 추 장관은 탄핵 정국의 한 가운데에 있었다. 아들이 입대할 오전 시간에는 당 대표실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했고, 오후에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마련을 위한 긴급 토론회에 참석했다.

추 대표와의 대화를 기억하는 민주당 의원은 “아들이 카투사 합격했다고 해서 부러워했더니, 추 대표가 ‘제대로 밥도 못해줬는데 군대 보내니 너무 좋다. 평소에 잘 못 챙겨주는데 그나마 군대에 가면 애가 아픈지, 밥은 제대로 먹는지 그런 것이라도 나라가 챙겨주니까’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 의원도 비슷한 시기 아들을 군에 보냈는데, 당시 당 대표였던 추 장관으로부터 “아들 입대할 때 훈련소 안 가면 평생 한이 돼요. 아무리 급해도 다녀오세요”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추 장관을 잘 아는 정치인들도 “추 장관이 원래 거침없이 발언하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야당과 언론이 자식 문제로 정치 공세를 퍼붓는다고 생각하니 더 감정적으로 대응한 것 같다”고 했다.

한 중진 의원은 “정치인 부모가 갖고 있는 최고의 미안함이 바로 가족이고, 그 중에서도 자식”이라면서 “나도 자식들하고 제대로 못 놀아준 게 가장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인들은 다들 이렇게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 있는데, 아들이 꾀병을 부렸다는 것처럼 몰고가니깐 더 화가 났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성정치인을 얕본다는 생각
추 장관 주변에서는 야당과 언론이 유독 추 장관에게 각박하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계속 만들어지는 ‘설화’의 밑바탕에는 여성 정치인에 대한 멸시와 편견이 깔려 있다는 인식이다. ‘여성은 고분고분해야 한다’는 봉건적인 의식 구조가 밑바탕에 깔려 있어서 보수야당과 언론이 이를 더 불편하게 본다는 의미다.

추 장관의 측근 인사는 “여성 정치인이어서 더 엄격한 잣대와 기준이 적용된 것 같다. 자꾸 언론과 야당에서 ‘화법’ ‘태도’를 이야기하는데 그건 본질이 아니다”며 “정치권이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답변이 나오지 않으면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겁박하고, 언론은 망신주기에만 몰두한다”고 비판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2009년 한나라당 원내대표 시절 당시 환경노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추 장관을 겨냥해 “나오기 싫으면 집에 가서 애나 보든지, (국회의원) 뱃지를 떼야한다”고 발언했다가 논란이 됐다. 당시 여성단체들은 “여성은 집에 가서 애나 봐야하는 존재인가”라며 “여성의 사회활동에 대한 부정이자 여성의 일 자체를 부정한 발언”이라고 비판하면서 사과를 요구했다. 홍 의원은 2017년 방송을 통해 “(추 대표가) 애를 한 번 먹여서 ‘할 일 없으면 집에 가서 애를 봐라’ 그 소리를 한 일이 있는데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추 장관 본인도 자신이 여성 정치인이어서 더 공격의 대상이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한다. 추 장관의 대표 재임 시절, 민주당은 가짜뉴스대책단, 허위조작정보 특별위원회 등을 만들어 언론 보도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다. 특히 추 장관은 “내가 여성 당 대표여서 조금 더 무시받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래서 우리는 더 열심히 더 치열하게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변에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들 논란을 대하는 추 장관의 화법이나 태도는 ‘여성 정치인’과는 무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여성 중진 의원은 “추 장관이 특별히 여성이라고 해서 불이익을 받았는지는 모르겠다”며 “요즘은 남녀 여부가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일반적으로 남성 중심 정치구조 속에서 여성 정치인이 더 눈에 띄고, 더 비판을 받는다고 볼 수는 있다”면서도 “추 장관 가족과 관련된 논란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추 장관의 거친 화법이 ‘장관의 언어’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은 여권에도 분명히 존재한다. 또 다른 의원은 “원래 화법이 그렇다고 쳐도, 장관의 목소리는 정부의 목소리”라면서 “장관의 언어로는 적절하지 않다. 정치인의 화법과 국정의 실 책임자로서의 화법은 달라야 한다. 그 태도 때문에 본질이 왜곡 될 수도 있고 전달이 안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결국 문제를 키우는 마이너스 화법이고, 마이너스 자세”라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의 다른 중진 의원도 “추 장관을 좀 아는 사람들은 장관이 되면 화법이나 자세가 과연 바뀔지 반신반의하고 있었는데 결국 이렇게 됐다”며 “특유의 화법 때문에 당 내에서도 별로 친한 의원이 없다. 화법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는 의원들이 꽤 많았다”고 했다.

백상진 김판 이현우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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