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나서면 판이 바뀐다"..김무성 등판설에 술렁이는 부산

심새롬 2020. 10. 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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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추행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지난 6월2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오 전 시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뉴스1]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4·15 총선 직후인 지난 4월 23일 자진 사퇴했다. 여직원 강제추행 혐의를 숨기고 사퇴 시기를 총선 이후로 조율했다는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를 받았다. 경찰은 8월 25일 강제추행 혐의만 적용해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한달 뒤 여성단체인 ‘부산 여성 100인 행동’이 오 전 시장에게 시정 파탄 등의 책임이 있다며 시민 5500여명의 서명을 받아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박원순은 사망으로 끝났지만 오거돈은 아직 재판에 넘겨지지도 않았다.” 한 여권 인사는 내년 4·7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서울과 부산의 차이를 이렇게 표현했다. 부산·경남(PK)을 지역구로 둔 전현직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분위기가 계속 나쁘다”, “여론이 영 좋아질 기미가 없다”는 우려가 지속하는 가운데 당내에서는 부산 시장 후보를 내야 할지, 낸다면 누구를 내보낼지를 두고 고심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김영춘·김해영…승부수 될까
민주당에서는 오 전 시장 사퇴 직후부터 거론된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 김해영 전 의원 등 두 명이 하마평에 오른다. 부산에 지역구를 가졌던 김 사무총장(부산 진갑)과 김 전 의원(부산 연제)은 지난 4·15 총선에서 각각 3.5%포인트, 3.2%포인트 차이로 국민의힘 후보에 석패했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3선에 해수부 장관까지 지낸 김영춘의 장점은 안정감이고, 김해영은 참신한 40대 기수라는 점에서 세대교체 상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지낸 김해영 전 의원이 지난 7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20대 국회에서 대표적인 민주당 소신파 중 한 사람으로 꼽혔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현역인 서병수 의원이 출마 의지를 보이는 점을 들어 민주당에서도 ‘현역 등판론’이 나온다. 정작 재선이 된 박재호, 전재수, 최인호 의원 등은 모두 “내년 부산시장 보궐 선거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선거까지 남은 6개월간 민주당 지도부 방향에 따라 상황이 바뀔 수 있다.

이낙연 대표는 23일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여론뿐만이 아니고 집권여당으로서 어떤 것이 책임 있는 처신인가가 더 중요한 고민이 될 것”이라며 서울·부산에서 모두 후보를 낼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면서 “2개의 보궐선거에 후보를 낼 건지, 어떻게 임할 것인지 하는 것은 늦지 않게, 책임 있게 결정해서 국민께 보고 드리고 그 이후에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김무성 등판론 나오는 야권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설이 나오는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8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김대지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뉴스1]

국민의힘은 ‘부정ㆍ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한 경우 재보궐 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민주당 당헌을 들어 여당이 무공천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국민의힘 부산시당은 25일 “민주당이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후보자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중적 행태에 부산시민은 혼란스럽다”고 논평했다.

국민의힘은 판세 자체가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미 오 전 시장의 성추문 사퇴 전 총선에서 부산 18석 중 15석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당내 공천 경쟁이 본선보다 치열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자천타천 거론되는 인사는 10명이 넘는다. 최근 김세연 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당 일각에서 김무성 전 의원의 등판설도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 부산 초선의원은 “후보군이 수십명인데 대부분은 속된 말로 간을 보고 있거나, 인지도를 올리려는 것”이라며 “지지율 선두인 김세연 전 의원이 불출마한 현재는 서병수 의원, 박형준 전 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이언주 전 의원 정도가 3강이고 김무성 전 의원이 나설 경우 판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준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장이 6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초선의원 공부모임 '명불허전 보수다'에서 강의하고 있다. 박 전 위원장도 야권의 유력한 부산시장 후보군 중 한명으로 꼽힌다. [뉴스1]


서 의원은 2018년 부산시장 재선 도전에 실패하고 총선에 나서 5선에 성공했다. 주변에선 “편한 복장으로 다니던 서 의원이 최근엔 넥타이를 꼭 챙겨 맨다”고 전했다. 박형준 전 위원장과 이언주 전 의원도 지역에서 조직 구축에 들어갔다고 한다.

"약점이 많다"는 의견도 있다. 부산지역의 의원은 “서 의원은 시장직을 뺏긴 데다 총선 다음 해 또 출마하면 시선이 곱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나머지 둘은 인지도는 높지만, 시민들이 ‘진짜 부산사람’이란 생각을 잘 안 한다”고 했다.

당 관계자는 “부산시장 선거는 이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서울시장 선거에 힘을 보태야 진짜 승리”라며 “수도권 표심에 도움이 될 중도 이미지의 후보나, 함께 선거를 이끌 거물급 리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무성 전 의원이 부산시장 선거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야권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은 김 전 의원이 7월 1일 서울 마포구 대한병원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더 좋은 세상으로' 제2차 세미나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는 모습. [뉴스1]


한편 부산에서 3선을 한 이진복·유재중 전 의원과 박민식 전 의원, 현역인 조경태·장제원·박수영 의원 등도 후보군으로 꼽힌다.

심새롬·윤정민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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