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산 사라질까, 플라스틱 먹어치우는 '수퍼 효소' 나왔다

이민정 2020. 10. 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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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불러온 또 하나의 불청객이 있다. 바로 플라스틱 쓰레기다. 전염병에서 인류를 보호한 마스크, 언택트를 위해 사용한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가 아무렇게나 버려지면서다. 플라스틱은 완전히 분해돼 자연으로 돌아가기까지 수백 년이 걸리기 때문에 지구 곳곳에 쌓여만 가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사용된 마스크와 장갑이 아무렇게나 버려져 바다에서 발견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중앙포토]

여기, 플라스틱 쓰레기 대란을 해결할 구원투수가 나타났다. 플라스틱 분해를 촉진해 완전분해 시간을 단축하는 ‘수퍼 효소’(super-enzyme)가 그 주인공이다. 2년 전 영국 포츠머스대학 존 맥기핸 교수팀이 개발한 ‘플라스틱 먹는 효소’의 성능을 높인 최신 버전이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맥기핸 교수팀은 미국 국립재활용 에너지연구소 연구진과 공동으로 개발한 수퍼 효소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근호에 소개했다. 이번에 개발한 수퍼 효소는 플라스틱을 자연상태에서보다 6배 빠르게 분해한다.

거문도 해수욕장에 쌓인 플라스틱 쓰레기. [중앙포토]

연구진은 돌연변이 효소 ‘페타제’(PETase)와 ‘메타제’(MHETase)를 결합했다. 두 효소는 2016년 일본의 한 쓰레기장 플라스틱병에서 발견한 ‘플라스틱 먹는 박테리아’에서 발견됐다.

페타제는 수퍼 효소의 초기 버전인 플라스틱 먹는 효소를 말한다. 연구진은 2018년 박테리아의 구조와 작동원리를 연구하던 중 우연히 페타제를 발견했다. 페타제가 플라스틱 표면을 공격해 분해 속도를 최대 20%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과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다만 상용화를 위한 대량 생산과 분해 능력 향상이 숙제로 남았다.

페타제의 한계는 박테리아에서 발견한 두 번째 효소 메타제와의 결합으로 극복됐다. 두 효소를 결합한 결과 플라스틱 분해 속도는 2배 빨라졌고, 효소 활성력은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태국 방콕의 라드프라오 운하를 따라 모인 플라스틱 쓰레기들. 방콕 운하는 매일 최대 3t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수거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연구진은 수퍼 효소가 플라스틱 재활용 산업에서 활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효소가 플라스틱을 원재료 수준으로 완전히 분해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플라스틱은 재활용하더라도 불투명 섬유로만 사용하는 등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수퍼 효소로 분해된 플라스틱은 새것처럼, 무한대로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 경우 플라스틱 생산을 위한 석유 등 화석자원 의존도도 낮출 수 있다. 또 수퍼 효소는 섬유 분해 효소 등과 결합이 가능해 재활용이 어려웠던 의류 쓰레기 처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연구진은 보고 있다.

2018년부터 연구를 이끈 맥기핸 교수는 “환경오염의 주범인 플라스틱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대안이 마련된 것”이라며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조업체 등과 협력해 추가 연구를 진행하면 1~2년 안에 산업 현장에서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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