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구멍이 뻥뻥 뚫렸죠" 폐점 앞둔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눈물
화장품·서점·옷 가게 등 입점업체 짐 정리 '한창'
"폐점돼도 고용안정 보장" vs "타 지점 사례볼 때 불가능"
추석을 앞두고 찾은 대전 서구 홈플러스 둔산점. 폐점을 앞둔 이곳에는 추석에 대한 기대감 대신 불안감만 감돌고 있었다. 1층 출입문을 지나자마자 보인 한 화장품 가게의 배너에는 "영업을 종료한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미 매대에서 화장품을 찾아볼 순 없었다. 서점 역시 영업 종료를 위해 책을 싸느라 분주했다. 매장 곳곳이 사라지며 듬성듬성 영업하고 있었지만, 영업 중인 곳에도 손님은 드물었다. 그나마 점심시간에 식사하기 위해 푸드코트를 찾은 손님이 간간이 보였다.
영업 종료와 함께 허씨처럼 한순간에 사업장을 잃는 입점업체 등은 100여 명에 달한다.
홈플러스에 고용된 직원들에게도 올해 추석은 예년과는 다르게 다가온다. 캐셔로 일하고 있는 홈플러스 대전 둔산점 장미영 노조 지회장은 "원래 추석에 쉬지를 못 하는 일이라 명절 분위기는 손님들을 보며 느껴왔다"면서도 "올해는 그마저도 어렵게 됐다"고 털어놨다.
명절 즈음 마트에는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져 시끌벅적하곤 했다. 손님들이 과일과 홍삼, 생활용품 등 선물세트를 한아름 사 가면서 계산대도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올해는 그런 모습이 사라졌다. 올 추석에 장씨는 계산 대신 마이크와 피켓을 들며 부당함을 외치고 있다.
신씨는 "이커머스 쪽 평균 연령대가 50대 초반"이라며 "코로나로 주문이 폭주하며 제일 바빠진 곳이라 몸이 힘들었는데 요즘은 매각으로 인해 심적으로도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명절도 다가오고, 뉴스에도 나오다 보니 지인들이 어떻게 되는 거냐고 연락을 해온다"면서도 "해보는 데까지 할 거라고, 끝까지 싸워볼 거라고 대답한다"고 말했다.
앞서 홈플러스는 지난 6월 오프라인 유통업 불황과 코로나19 영향으로 급격한 매출 감소가 이어지며 회사 사정이 어려워졌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안산점, 대전 탄방점, 대전 둔산점의 매각을 확정했다.
홈플러스 측은 영업 종료 이후에도 고용은 유지된다는 입장이지만, 노동자들은 영업 종료가 이뤄진 지점에서 강제 전환배치나 해고가 이뤄진 사례 등을 들어 고용에 대한 불안감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노조 측은 "부천중동점에서는 다른 점포에 가자마자 강제전배(전환배치)를 하거나 해고자도 있는 상황"이라며 "대전지역에 있는 홈플러스에서도 한 매장 당 적게는 10명에서 많게는 30명까지 인력을 줄이고 있는 현실에서 이 많은 인원을 수용한 주변 점포는 없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이어 "사측은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실상은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마트사업을 포기하고 부동산 투기 개발을 하겠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둔산점에는 홈플러스 직영 직원 134명, 외주·협력업체 100여 명, 문화센터 강사 80명, 57개 입점업체의 직원 200여 명을 포함해 약 500여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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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CBS 김미성 기자] ms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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