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학가 원룸 '공실' 공포.. 집주인도 학생도 지친다

김신혜 기자 2020. 10. 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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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수업에 원룸 10곳 중 3~4곳 빈방.. 학생들, 생활비라도 아끼려 고향으로
지난 19일 낮 성북구 안암동 참살이길. 코로나19로 고려-연세대 가을 정기전이 취소돼 현수막 하나 걸려 있지 않은 거리가 한산하다. /사진=김신혜 기자
기대가 또 한 번 무너졌다. 얼굴 맞대고 어깨 부딪히며 듣는 게 대학 수업임에도 올해 상반기부터 시작된 대학 비대면 수업이 하반기까지 이어지면서 대학생들은 캠퍼스가 아닌 방구석에 갇혔다.

지난 19일 낮 12시쯤 '머니S'가 찾아간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인근의 주택가는 한산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이라면 연세대와의 가을 정기전을 앞두고 현수막이 여기저기 걸렸을 곳이다. 축하 공연을 준비하는 동아리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일대에서 자취하는 학생들이 점심을 먹으러 나오는 시간. 그들은 보이지 않고 좁디좁은 '참살이길'이 넓기만 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가을 정기 연고전마저 취소됐다. 학생들은 답답해서 속이 터지고 대학가에 생계 터전을 잡은 임대인과 공인중개사는 죽을 맛이다.

"경기 불황으로 원래 힘들었는데 코로나가 결정타였죠. 학생들은 이제 방까지 빼겠다네요"

집 주인과 학생들 사이에 낀 공인중개사 A씨(71)의 한숨이다. 26년 동안 안암동 일대에서 중개업을 해온 A씨는 '대로변 풀옵션 500/40'이 적힌 종이를 사무실 바깥에 붙였다. 지난 1994년 대학생으로 붐비는 이 동네가 좋아 가족과 함께 이사왔다는 그는 요즘 경험하지 못한 적막감을 느낀다고 했다.

고려대학교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 공실 전단지가 붙어있다. /사진=김신혜 기자
A씨는 "여기 임대업자들은 좀 다르다. 돈 많은 건물주를 생각하면 안 된다. 월세 받아 생활비 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면서 "융자 받아 마련한 건물인데 착한 건물주 같은 건 여기선 참…"이라며 답답함에 말끝을 흐렸다.


늘어나는 공실… "월세 내려서라도 메우는 게 이득"


대학교 수업이 2학기에 들어섰지만 빈 원룸이 있다는 전단지가 새로 붙었다. /사진=김신혜 기자
9개월째로 접어든 코로나19 사태에 대학 주택가 공실이 늘었다. 골목에는 원룸 세입자를 찾는 전단지가 여기저기 붙었다. 또 다른 중개사 B씨(65)는 "10곳 중 서너곳은 확실히 비었다. 2학기 수업이 이미 시작됐기 때문에 지난해였다면 꽉 찼어야 할 방들이 빈 채로 널려있다"고 말했다.

위치가 좋고 신축인 건물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여러 사정으로 학교 인근에 머물러야 하는 학생들이 좋은 조건의 방을 먼저 찾기 때문이다. 오래된 건물일 경우 공실이 40% 수준까지 늘어났다고 중개사들은 입을 모았다.

고시텔을 겸업해 운영하는 A씨는 "방 60개 중 51개가 비었다"며 한숨을 내뱉었다. 그는 "지난해 11월 짐을 먼저 옮기고 방학 중 고국으로 돌아갔다가 코로나가 터져 들어오지 못한 중국인 학생이 있는데 지난 4월까지 월세를 보내더니 이후 연락이 끊겼다"며 "학생 동의 없이는 문을 따고 들어갈 수가 없어서 짐을 그대로 뒀다. 고시텔은 까먹을 보증금도 없다"고 푸념했다.

비대면 강의에 따라 자취하는 학생들이 줄어들자 중개업자들은 월세 내리기에 나섰다. B씨는 "구옥의 경우 집주인에게 최대 20%까지 내려 받도록 유도한다"며 "학생들은 사실 학교 비대면 수업에 여기 머무를 이유가 없는데 월세를 내려서라도 붙잡아야 임대인한테 이득"이라고 귀띔했다. 학생들 입장에서도 나중에 다시 집을 구하는 것보다 적은 월세로 방을 유지하는 게 낫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A씨는 "집이 비면 언제 다시 채워질지 모른다. 어떤 학생들은 휴학을 해도 취업 준비 등의 이유로 학교 인근에 머물러야 한다더라. 시국이 워낙 특수하니까 서로 배려하자는 것"이라며 평균적으로 월세 40만~60만원에서 5만~10만원 정도 내린다고 밝혔다.



학생들 "생활비라도 줄여야죠"


대학생들은 오락가락하는 대면·비대면 수업에 방을 빼지 못하고 있다. /사진=김신혜 기자
경희대학교에 재학 중인 박소진씨(23)는 비대면 수업에 따른 잦은 월세 변동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박씨는 "1학기부터 수시로 바뀌는 코로나19 상황에 학교 측에서도 미리 수업 방식을 공지하지 못한다"며 "갑자기 '다음주부터 2주간 비대면 수업이다'고 하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언제 갑자기 대면 수업으로 바뀔지 몰라 방을 뺄 수도 없다"며 "월세만 나간다"고 답답해했다. 

박씨는 "그나마 나는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먼저 연락이 와 집 주인에게 월세 감면을 물어봐준다고 하더라"며 4개월 동안 기존 월세의 절반만 낸 적이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자 임대인 측에서 학생이 방을 뺄까 우려한 영향이다.

대학생들은 학교 생활 외에도 다양한 커뮤니티를 가진다. 이에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학생들은 학업을 중단하고도 고향으로 내려가지 않고 서울에 머무른다. 그나마 이들은 월세를 낼 만한 가정 형편이 되기 때문이다.

동덕여자대학교에 재학 중인 강윤아씨(23)는 "서울 생활권 비용이 만만찮아 학업까지 포기하고 고향에 내려간 친구들이 여럿 있다"며 "여유가 좀 되는 친구들은 방은 그대로 두고 생활비라도 아끼려고 본가에 내려간다"고 말했다. 그는 "월세는 그냥 버리는 건데 언제 또 상황이 나아질지 모르니 짐을 그대로 두고 갈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강씨는 비대면 수업이 지속된다는 소식에 휴학을 결정했지만 취업 준비 과정을 그만둘 수 없어 서울에 남았다.


막막한 대학가 "내년 1월쯤 돼봐야 안다"


젊은이들로 가득 찼던 신촌 연세대학교 인근 골목이 한산하다. /사진=김신혜 기자
신촌 거리의 고요함이 낯설다. 주말이면 몰리는 인파 탓에 차량 이동을 제한해 만든 신촌 문화 거리. 물총 싸움과 플리마켓이 성행하고 기타 멘 젊은이들의 노랫소리 들리던 때가 무색하다.
지난 19일 저녁 6시쯤 찾아간 신촌 골목 어귀에는 손님을 기다리는 몇몇의 점주가 건물 밖에 나와 있었다. 이따금 지나가는 젊은이들도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쉽게 술집을 찾지 않는다.

"이 거리가 텅텅 빈 상황이 말이 됩니까. 그 잘나가던 룸식 주점도 얼마 전에 처분했더라고요"
신촌에서 15년 동안 공인중개업을 한 C씨(63)가 하소연했다. 그는 "신촌 일대는 복합상권이라 부동산·자영업 등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며 "워낙 큰 상권이라 다른 대학가에 비하면 사람이 좀 있지만 주택가 방이 30% 정도 비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내년 1~2월이 돼봐야 안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어차피 자가격리를 감수하고도 입국하는 외국인 유학생이 있고 학생들도 장기간 학업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올해 2학기가 끝나고 겨울방학이 되면 학생들이 대거 빠질 텐데 그때도 코로나가 여전하면 진짜 큰일이다. 좀 더 지켜보고 이쪽 업계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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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혜 기자 shinhy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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