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일 없는 린스·식용유..코로나 추석에 중고거래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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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김모(32)씨는 최근 생애 첫 중고거래에 나섰다.
1인 가구 직장인 최모(31)씨는 "회사에서 주는 선물 세트가 가성비 좋다고는 하지만, 개인적으론 선물이라고 느끼진 못하겠다"라면서 "햄을 좋아하지도 않는데, 한 번에 수십개씩 선물로 들어오면 처치가 곤란하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명절 전후 각 중고거래 사이트에선 '선물 세트를 판다'는 글은 하루에도 수백개씩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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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 한정된 '선물 세트'·1인 가구는 양에 부담 느껴
처치 곤란한 선물 세트는 '중고거래'.."생활비 챙겨"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김모(32)씨는 최근 생애 첫 중고거래에 나섰다. 우연히 이번 추석 선물로 식용유가 들어 있는 세트를 세 개나 받았기 때문이다. 작년만 해도 선물을 고향에 들고 내려갔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탓에 집에 머물기로 하면서 김씨는 고민 끝에 ‘식용유 팝니다’라는 글을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렸다. 김씨는 “혼자 사는데다가 요리도 즐기지 않아서 몇 푼이라도 벌려고 거래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맞이한 추석, 가족이나 친척과 비대면으로 만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 수칙을 지키겠다는 이들이 늘고 있다. 방역 당국도 연일 “직접 대면을 자제하고, 선물과 통화로 대신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시민들 사이에선 실제로 만나지 못하는 만큼 서로 주고받는 선물에 더욱 정성을 쏟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온라인 쇼핑기업 ‘이베이코리아’가 지난 15일부터 일주일간 홈페이지 방문객 136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 이번 추석에 가장 많이 지출을 늘릴 항목을 ‘선물’이라고 꼽은 이들은 응답자의 33%로, 응답 항목 중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즉, 집에서 단출히 추석 명절을 보내는 만큼 친지와 주변 지인들에게 주는 선물에 지출을 늘리겠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주로 선물로 주고받는 상품이 한정되다 보니 비슷한 선물을 받는 일은 흔히 일어난다. 특히, ‘명절 단골’ 선물인 샴푸·린스 세트, 식용유 세트는 겹쳐 들어오기 일쑤여서 받는 이들에겐 달갑지만은 않다. 직장인 박모(35)씨는 “린스는 잘 쓰지도 않는데, 명절마다 샴푸·린스 세트를 선물로 받다 보니 집에 린스만 4~5통이 쌓여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게다가 혼자 사는 이들은 용량이 크거나 개수가 많은 대규모 음식재료 선물 세트를 부담스럽게 여긴다. 1인 가구 직장인 최모(31)씨는 “회사에서 주는 선물 세트가 가성비 좋다고는 하지만, 개인적으론 선물이라고 느끼진 못하겠다”라면서 “햄을 좋아하지도 않는데, 한 번에 수십개씩 선물로 들어오면 처치가 곤란하다”고 토로했다.
일부는 처리하기 곤란한 선물들을 모아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되팔기도 한다. 집 한구석을 차지하는 물건을 팔아 생활비도 챙길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최씨는 “안 쓰는 물건을 동생이나 친구들에게 나눠주다가 올해 설날 선물부터는 되팔아왔다”면서 “몇만원이라도 버는 게 낫다고 생각해 올해도 받은 선물을 거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명절 전후 각 중고거래 사이트에선 ‘선물 세트를 판다’는 글은 하루에도 수백개씩 올라온다. 품목은 한우나 인삼 등 고가 상품부터 와인, 조기, 밀가루, 치약 세트까지 다양하다. 중고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에 따르면 최근엔 중고거래로 올라오는 상품권을 노리고 이를 구하고자 검색하는 이들도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한편 중고거래 과정에서 피해를 겪는 사례가 있어 거래에 나서는 이들은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청은 최근 “추석 선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고가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하고자 하는 심리를 이용해 직거래·쇼핑몰 사기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거래 대상의 전화번호·계좌번호 등을 경찰청 앱에 검색하는 등 거래에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순엽 (s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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