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SI첩보 무차별 공개에 당혹.."임무수행에 많은 지장"

김귀근 입력 2020. 10. 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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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피격사망 전후 북한 무선통신 감청 내용 줄줄 새
[그래픽] 소연평도 실종자 피격 추정 위치 (서울=연합뉴스) 장성구 기자 =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어업지도선에 타고 있다 실종된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하다 북측의 총격을 받고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sunggu@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군 당국은 1일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되어 북한 해상에서 피격 사망한 공무원 A씨 사건을 둘러싸고 군이 수집한 SI(Special Intelligence) 첩보가 무차별적으로 공개되자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다.

SI는 무선교신 감청 등에 의해 수집된 특별취급 첩보를 말하는데 이런 단편적인 첩보가 모여 하나의 완성된 '정보'로 생산된다.

특히 SI는 북한군의 도발 징후 등을 사전 예측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이번 A씨 피격 전후로 북한 단속정과 육상 부대 사이 오간 통신 내용이 사실 여부를 떠나 정치권에서 경쟁적으로 유출되고 있다. 더욱이 국회 국방위원회 야당 위원들은 물론 여당측 인사들까지 유출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위원회와 정보위원회 관계자들을 인용해 지난달 22일 오후 9시께 북한 해군사령부가 현장에 나가 있던 대위급 단속정장에 "사살하라"고 명령했고, 정장은 "다시 묻겠습니다. 사살하라고요? 정말입니까?"라고 되물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북한군이 A씨를 밧줄로 끌고 갔다", "소총을 의미하는 세 자리 숫자가 포함되어 있다"는 등의 내용도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런 주장에 대해 국방부는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우리 군이 획득한 첩보 사항에 '사살', '사격' 등의 용어는 없었다"면서 "(북측이) 총격했을 정황, 불태운 정황들은 단편적인 여러 조각첩보들을 종합 분석해 얻은 결과이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 후에 재구성한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군의 첩보 사항을 무분별하게 공개하는 행위에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국방부는 "군의 민감한 첩보 사항들을 임의로 가공하거나 무분별하게 공개하는 것은 우리 군의 임무 수행에 많은 지장을 초래할 뿐 아니라 안보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군 및 국방정보본부 관계자들도 SI 내용이 무차별 공개되는 데 대해 강한 우려감을 표시했다.

정보 당국의 한 관계자는 "지금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제기하는 첩보 사항이 맞다 틀리나를 떠나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런 행위가 반복될수록 군의 임무 수행에 막대한 지장을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군 관계자는 "SI란 용어가 국민 누구나 아는 보통명사가 되어 버렸다"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SI 첩보 사항을 유출하는 것은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다는 것을 북측에 고스란히 알려주는 격"이라며 "어떤 정보 자산으로 수집했는지 그대로 노출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앞으로 우리 군이 수집해야 할 더 중요한 사항을 놓칠 수 있다"면서 "무차별적으로 SI가 유출되면서 군사 상황을 정치 쟁점화하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방부 청사 [연합뉴스TV 제공]

정보 분야에 오래 몸담았던 한 예비역은 "과거 정부 시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불거졌을 때 그가 양치질을 할 수 있는 상태라는 등의 민감한 첩보가 공개된 적도 있다"면서 "이후 대북 인적정보(휴민트) 채널이 거의 와해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8년 와병설에 휩싸였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양치질을 할 수 있을 정도라는 보도가 잇따랐다. 이는 휴민트를 파악된 첩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부 관계자들은 정부의 대북 정보 수집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불필요한 세부첩보를 공개한 셈이다.

이런 민감한 정보들이 새어 나온 후 북한 권력 핵심층에 접근할 수 있었던 정보원들이 줄줄이 숙청됐다는 말도 나왔다. 이후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했을 때 대북정보 수집능력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2011년 12월 19일 김정일 위원장 사망 사실이 낮 12시 북한 발표에 나오기 전까지 정보 당국은 물론 외교·안보 라인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당시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조차도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정일 사망 사실을 북한 조선중앙TV의 방송을 통한 발표 전까지 모르고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때 회의에서 한 여당 의원은 "(국정원의) 정보수집 능력이 인터넷 검색 수준이다"라고 비꼬았다.

군 관계자는 "SI가 유출되면 북한은 통신 주파수를 바꿔버리거나 해당 주파수를 사용하지 않는다"면서 "북한이 사용하는 새로운 주파수를 찾는데 수개월이 걸릴 때도 있다"고 말했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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