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양해군의 꿈 '항모'.."이미 늦어" vs "비싼 표적"

지형철 2020. 10. 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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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경항모의 형상


■항공모함 보유에 전력 쏟는 中·日

오늘은 국군의 날입니다. 우리 군은 창군 이후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각종 고가, 첨단무기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우리 해군 또한 2차 대전때 미군이 쓰던 함정(기어링급)을 공여받아 주력함으로 운용하던 수준에서 이제 이지스함과 세계 최고 수준의 디젤 잠수함 등 첨단 함정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항모 보유를 추진 중입니다.

한반도 주변은 지금 항공모함을 보유하려는 경쟁이 치열합니다. 중국은 옛 소련에서 수입한 중고 항공모함 '발야그'를 개조해 2012년 첫 항모를 취역시켰습니다. 6만 톤급으로 선수 부분이 올라간 스키 점프대를 갖추고 있습니다. 2017년에는 7만 톤급 항모를 진수했고, 내년에 취역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15년 2월부터 8만5천 톤급 항모도 건조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자국에서 건조한 항공모함


중국은 미국의 항공모함과 비슷한 덩치인 10만 톤급 핵추진 항모 보유도 추진 중입니다. 2030년대까지 모두 6척의 항모를 보유해 남중국해를 장악하고 태평양에 진출한다는 원대한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중국 항모에서 이착륙 훈련 중인 함재기


일본은 이미 취역한 이즈모급 헬기 수송함 두 척을 F-35B를 운용할 수 있는 2만4천 톤급 항모로 개조하고 있습니다. 모두 4척의 항모 보유를 추진 중입니다. 일본은 센카쿠를 놓고 중국과 분쟁을 빚고 있습니다.

항모로 개조 중인 ‘이즈모’함과 ‘카가’함


미국도 일본의 항모 보유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강력한 미·일 동맹을 기반으로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견제하기 위해서입니다. 무기 판매를 치적으로 삼고 싶어 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본이 항모 보유는 F-35B를 팔 기회입니다. 지난해 5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이즈모급 2번함 '카가'에 아베 총리와 함께 올랐습니다.

카가함에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


2020년대 중반, 중국과 일본은 모두 스텔스기를 운용하는 항공모함을 작전에 투입하게 됩니다.

■'대양해군'의 숙원 항모

강대국의 상징 항모 보유는 우리 해군에게도 숙원이었습니다. 항모 보유 이야기가 나온 건 김영삼 정부 때부터였습니다. 당시엔 우리 경제력으로는 버거웠습니다. 해군도 덩치가 작고 대양 작전이 힘든 작은 프리깃함부터 대형 구축함으로 바꾸는 게 시급했습니다. "개발에 주석편자"라는 말이 나오며 사업화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물밑 노력은 있었습니다. 1994년 소련의 옛 항모 '민스크'를 우리 업체가 수입했습니다. 분해해 고철로 활용한다거나 해상 호텔로 쓴다고 했습니다. 한편으론 우리 정보기관이 나서 항모 구조를 파악하고, 설계와 소재 기술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한민국 경항모…모습은?

그런데 현 정부 들어 항모 보유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사업화'가 된 겁니다. 지난해 소요가 제기될 당시엔 대형수송함 사업이었지만, 올해 6월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할 때 '경항모'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내년에 기본 설계에 들어가 2030년대 초 전력화한다는 게 군의 목표입니다.

한국형 경항모는 4만 톤급으로 길이 250m, 폭은 약 40m(38m)로 연료와 함재기 등 최대 적재량을 실은 상태에서 선체가 밀어내는 물의 부피, 즉 만재 배수량이 4만 톤으로 일본이 건조를 추진 중인 항모보다 큽니다.

한국형 경항모에는 수직 이착륙 전투기 F-35B를 15대 정도 탑재할 수 있습니다.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지만, 연료를 절약하기 위해 이륙은 갑판을 달리며 하고, 선미 쪽 갑판에 수직으로 내립니다. 해병대 상륙작전을 지원할 기동헬기, 이를 엄호할 공격헬기도 실립니다. 이 F-35B가 원거리 공격에 나서거나 우리 해군 함대를 향한 적 전투기 공격을 방어하는데 8백여 킬로미터의 작전 반경을 확보하게 됩니다.


또, 항모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수평선 너머 먼 곳의 위협을 조기에 탐지하기 위해 우수한 성능의 에이사 레이더를 장착한 F-35B를 띄울 것으로 보입니다. 조기 경보 임무에는 함상 탑재 무인기가 활용될 수도 있습니다.

구체적인 형상과 현재로서의 운용 개념은 미국의 아메리카급 강습상륙함과 유사합니다. 이 배에는 해상 작전 시에는 F-35B 20대와 헬기 2대를 탑재하고, 상륙작전 시에는 F-35B 6대와 헬기 13대,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오스프리 12대를 탑재합니다.

항모는 바다에서 작전할 때 한 척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구축함과 잠수함, 그리고 연료와 탄약을 실은 군수지원함까지 5척에서 10척 사이로 전단이 구성됩니다.

■통일 이후 대비…"이미 늦어"

항모는 바다 위를 움직이는 군사기지입니다. 육지에 있는 고정된 공군기지는 유사시 적의 제1 타격 목표입니다. 북한과의 분쟁이 터졌을 때 항모는 함재기를 싣고 먼 바다로 나가 북한을 향해 발진시킬 수 있습니다. 북한으로서는 예측하지 못한 경로에서 항공세력이 침투하는 겁니다.

해군은 전투기 운용기지를 육상기지와 해상 플랫폼으로 다양화하면 방어는 물론 전력 운영의 융통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항모는 사실 북한보다는 통일 이후, 주변의 잠재적 위협을 대비하기 위한 전력이라고 봐야 합니다. 동해의 독도와 대화퇴어장, 남해의 7광구와 이어도까지 분쟁이 벌어졌거나 분쟁이 예상되는 상황에 대비해 항모 보유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항모는 "10만 톤짜리 외교"라고 불립니다. 항모 전단이 파견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상대국은 엄청난 압박을 받게 됩니다. 군에서 쓰는 말로 항모가 주는 '현시 효과'라고 합니다. 항모는 국력의 상징이자 우리의 전략적 의지를 보여주는 무기입니다. 항모를 통해 "우리를 건드리면 설사 이길 수 있다 해도 너희들 또한 다칠 것"이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겁니다. 주변국과 대등한 전력은 보유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상대의 전략적 의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억제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항모는 군사적으로는 물론 정치적으로도 유용한 무기지만 전력화엔 오랜 기간이 필요합니다. 우리 해군은 항모를 운용해본 적이 없습니다. 훈련하고, 항모에 맞는 전술을 개발해 시험도 해 봐야 하고, 다른 수상함, 잠수함과 묶어서 훈련도 해야 합니다. 이 모든 작업에 최소 10년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하고, 주변국의 발 빠른 움직임을 고려하면 이미 늦었다는 게 군 당국의 판단입니다.

■가성비 낮아…"비싼 표적일 뿐"

하지만 항모는 크고 비싼 무기체계입니다. 항모 한 척 건조에만 2조 원입니다. 이 비용 또한 낮게 책정됐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탑재할 F-35B는 예비기까지 20대를 구매하는데 또 2조 5천억 원이 들어갑니다. 기체 가격만 이 정도고 탑재 무장, 향후 유지비는 따로 계산해야 합니다.

항모 한 척으로는 실제 군사작전 활용은 제한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 척은 수리나 훈련을 할 동안 다른 한 척은 작전 해역까지 오가며 교대를 해야 합니다. 지금이야 한 척 건조지만 한 척을 전투에 투입하려면 최소 2~3척은 필요한데 비용은 그만큼 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항모 자체의 생존성에 대한 의문도 있습니다. 항모에는 어뢰와 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는 기초적인 방어 체계가 실립니다. 또 여러 척의 구축함이 둘러싸 항모를 방어합니다. 하지만 일본과 중국은 초음속 대함 순항 미사일을 개발 중이거나 개발했습니다. 미사일 전문가들은 북한 또한 초음속 대함 순항미사일 보유로 갈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중국은 마하 10의 속도로 날아가는 극초음속 활강체도 선보였습니다. 대함 탄도미사일은 아무리 속도가 빨라도 탄도를 그리며 비행하기 때문에 미래 위치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재래식 순항 미사일은 아음속으로 비행합니다. 이쪽으로 대응 무기를 발사해 요격하는 게 대함 미사일 방어 체계의 개념입니다. 하지만 극초음속 활강체는 탄도미사일과 다른 비행을 하고, 속도도 매우 빨라 기존의 방어 체계로는 대응할 수 없습니다. 중국은 이러한 무기체계로 미국 항모의 자국으로의 접근을 거부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대형 함정에 대한 새로운 공격 체계가 개발되고 이에 대한 방어체계는 아직 본격적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항모를 띄워봤자 전투 상황에서 비싸고 쉬운 표적으로 전락할 것이 뻔하고, 주변국과 항모끼리 대치하는 상황에서도 우리 항모는 생존성이 낮다는 겁니다. 때문에 주변국이 항모 보유에 열을 올린다면 우린 항모가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전력을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항모 보유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중국은 남중국해 장악과 미국과의 패권 경쟁, 일본은 센카쿠 열도 등 중국과의 해양 영유권 분쟁 대비라는 현존하는 목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항모는 '잠재적 위협'이라는, 바꿔 말하면 현존하지 않는 위협에 대비한다고 합니다.

■국회로 옮겨간 논란…"철저히 검증할 것"

당장 항모 사업의 타당성을 놓고 국회에서도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은 지난 8월 25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30년, 50년 이후까지 미래에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답변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9월 18일 원인철 합참의장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은 대형수송함 사업이 경항모로 바뀐 것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항모 탑재용인 F-35B보다 F-35A가 더 유용하다는 지적도 했습니다. 실제로 F-35B는 우리 공군이 도입한 F-35A보다 기체 가격이 20~30% 정도 더 비쌉니다. 수직 이착륙을 위한 팬을 기체 내에 장착하고 있어 부품도 A와 많이 다르고, 작전 반경이나 무장 탑재량은 떨어집니다. 공군에서는 F-35B를 구매하느라 F-35A 추가 도입 사업이 뒤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도 원양 수송로 보호 임무는 외교로 풀고, 국방력 건설의 기조를 설정하는 데 항모는 필요하지 않다고 지적하는 등 주로 야당 의원들이 비판적 입장을 내고 있습니다.

의원들은 이번 달 국정감사와 이후 예산 심의 과정에서 항모 도입의 적절성 철저히 검증할 계획입니다.

■"실에 바늘"…항모와 '핵추진' 잠수함

경항모와 관련해 주목되는 무기 체계가 하나 더 있습니다. 핵추진 잠수함입니다. 우리 군은 현재까지 공식적으로는 핵추진 잠수함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항모를 도입하면 결국 핵추진 잠수함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군 안팎에서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해군은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군이 보유하고 있는 디젤잠수함은 통상 시속 11~12km로 움직입니다. 최대 시속 40km 정도를 낼 수 있지만 이렇게 한시간여만 운항해도 축전지가 다 소모돼 작전 불능 상태가 됩니다. 반면 핵추진 잠수함은 시속 40km로 순항할 수 있습니다.

항모 전단은 순항 속도가 시속 28~40km에 이릅니다. 때문에 항모와 같이 움직이며(동조기동이라고 합니다.) 호위하고 작전을 하기 위해서는 디젤 잠수함으로는 불가능하고 핵추진 잠수함이 필요합니다. 실 가는데 바늘이 안 갈 수 없습니다.

물론 경항모를 보유한 나라 중 핵추진 잠수함이 없는 나라들도 있지만, 그들 나라는 핵추진 잠수함이 있는 나라를 분쟁 대상국으로 설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우린 다르죠.

현재 해군은 3천~4천 톤급 차세대 잠수함을 건조하는 장보고3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도산안창호급 잠수함 1차 사업 3척과 2차 사업 3척은 디젤 잠수함으로 결정됐지만 3차 사업의 3척은 추진체계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8월 10일 국방 중기계획을 발표할 때도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장보고3 3차 사업이 핵추진 방식이 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군 관계자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현 단계에서 말씀드리기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 적정한 시점이 되면 별도로 말씀드릴 기회를 갖겠다."

지형철 기자 (ica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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