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때 손 썼더라면 살 수 있었는데"..'진료 절벽' 농촌
[앵커]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등 의료정책을 놓고 정부와 의사단체 간의 갈등이 큰데요.
그 배경에는 지역 간 의료격차를 어떻게 해소할지에 대한 시각차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역 의료격차 실상은 어떤지 농촌지역 상황을 최보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19구급차가 구불구불한 마을 고갯길을 내달립니다.
응급환자 이송은 1분, 1초도 지체할 수 없는데도 경북 청송군에선 대개 30분 이상 달려야만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지역에 응급실이 단 한 곳만 있기 때문입니다.
[백철기/안동소방서 청송안덕119지역대 : "(커브가 심해서) 심폐소생술 환자분 계실 때 한 손으로 (손잡이) 잡고 한 손으로 심장 압박을 한다든지."]
경북의 중증외상환자 가운데 '골든타임'인 1시간 안에 응급실에 도착한 건 절반에 불과합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중증 입원환자가 사망으로 이어지는 일은 경북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습니다.
의료격차를 줄이기 위해 최일선에 보건소가 배치됐지만 해줄 수 있는 게 많지 않습니다.
[권유정/군위군 의흥면 : "당뇨가 조금 있고 그런데.. 제가 시골에 농사짓는다고 한 달분이 아닌 두 달분도 타주니까, 탈 수 있다고 해서 왔고.."]
주변에 약국조차 없어 빈약한 보건소 약품으로 처방하고, 공중보건의가 모든 과목을 진료합니다.
경북의 보건소별 의사 수는 평균 1.8명.
이마저도 모두 봉직의가 아닌 공중보건의입니다.
[홍병표/군위군보건소 보건행정과장 : "(앞으로) 의대나 여학생 수가 많이 늘어난다고 보면은 공중보건의 선생님들도 부족할 우려가.."]
공공병원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한 해 출생아가 천 명에 이르는 경북 김천, 도립의료원이 있지만 적자를 이유로 2008년 분만실 운영을 포기했습니다.
경북 영주의 공공병원도 필수 진료과목인 소아청소년과와 신경외과를 진료했다 말았다 할 만큼 의사 확보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윤여승/영주적십자병원 원장 : "일반 민간인 병원보다도 봉급이 상당히 작기 때문에 잘 지원도 안 되고..."]
의료공백이나 다름없는 현실에 농촌 주민들은 불편을 넘어 불안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보규입니다.
촬영기자:최동희
최보규 기자 (bokgi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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