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2만원 '받았다 뺏긴' 4050, 文정부 왜 지지할까

손덕호 기자 2020. 10. 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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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 전국민 지급→일부 연령 제외 바뀌면서
'2만원 혜택' 소외됐지만 4050 文 지지율은 올라
'노무현 열풍'으로 민주당과 정서적 일체감 형성
사안 따라 지지 정하는 20대와 달리 일관된 지지

누군가는 '고작 2만원'이라고 할 수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사람 마음을 팍 상하게 할 수 있다. 4차 추경을 통해 정부가 지급하는 '통신비 2만원'이 그런 사례다. 당초 정부는 통신비 지원 대상을 청년(17~34세)과 노인(65세 이상)으로 한정했다가, 여당 요구로 사실상 전국민인 '만13세 이상'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국회 협상 과정에서 지급 대상이 만16~34세와 65세 이상으로 축소됐다.

통신비 지급에서 빠진 연령대는 40~50대다. 문재인 정권의 핵심 지지층인 4050이 나라가 2만원을 '받았다 뺏긴'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결정(9월22일) 전후로 4050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오히려 더 올랐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40대 문 대통령 지지율은 58%로 전주보다 6%포인트 올랐고, 50대 지지율은 47%로 같은 기간 4%포인트 상승했다(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 일회적 요인에 흔들리지 않고 더 단단히 뭉치는 '콘크리트'와 같은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50대는 문재인 정권의 기반이 586세대여서 문 대통령 지지세가 강하다. 그런데 그보다 더 강한 것이 40대다. 70년대에 태어나, 90년대 학번을 갖고 있는 세대다. 이들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軍) 휴가 미복귀 의혹, 부동산 가격 급등에도 문 대통령을 튼튼하게 지지하고 있었다. 이유로는 학창시절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생을 겪으면서 현 집권세력과 형성한 '정서적 일체감', 보수 정권보다 진보 정권이 경제 성과가 더 뛰어나다는 '기대' 등이 꼽힌다.

◇'노무현 열풍'의 주역…정서적 일체감 형성

현 40대들은 2002년 대선 당시 20대로 '노무현 열풍'의 주역이다. 당시 KBS와 미디어리서치의 출구조사에서 20대의 노무현 후보 지지율은 62.1%, 이회창 후보 지지율은 31.7%였다. '386세대'였던 30대는 노무현 후보 59.3%, 이회창 후보 33.9%였다. 대학교에서 민주화운동이라는 공동의 경험을 쌓지는 않았어도, 변화를 바라는 열기는 더 거셌던 것이다. 반대로 그 후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실망은 더 깊어졌다. 2017년 대선 당시 지상파 3사 40대의 문재인 후보 지지율은 52.4%로, 30대(56.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40대가 청년기일 때 겪었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서적 일체감을 형성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박근혜 정권 때 60~70대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정서적 일체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 때가 정말 좋았다기보다는, 자신들이 젊고 역동적이었을 때의 기억 영향이 크다"며 "현재 40대들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그 시절을 겪었다"고 했다.

김영삼 정부 때인 1997년 터진 IMF 외환위기 경험으로 보수 정권에 반감을 갖고 있고, 그 영향으로 진보 정권을 지지한다는 분석도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현 40대는 1997년 10대 후반~20대였다"며 "당시 부모가 해고되는 등 가정이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고, 그러다 보니 보수 정권에 분노를 갖고 있고 진보 세력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40대 지지세는 20대와 비교하면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20대 문 대통령 지지율은 전주보다 16% 급락하며 34%를 기록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軍) 휴가 미복귀 의혹 등이 거세게 불거져 나온 가운데 발표된 여론조사였다. 같은 기간 40대 지지율은 52%에서 58%로 오히려 올랐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흔히 말하듯 20대는 보수화되지 않았다. 의식 성향을 조사하면 가장 진보적"이라며 "다만 20대는 그때 그때 현안에 따라 판단을 하지만, 40대는 민주당 정권에 일체감을 가지고 있어 지속적으로 지지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개별 현안에 대해 40대는 현 정권 입장에 찬성하지 않더라도, 보수 정당과의 관계 속에서 여전히 민주당 정권을 지지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집 가진 40대…부동산 정책 실패에도 둔감

일부 보수단체가 광복절에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코로나 재확산 원인으로 지목되기 전인 8월 14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역대 최저인 39%로 떨어졌다. 집값 급등 때문에 불만이 치솟은 가운데, 문 대통령이 "집값 상승세가 진정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발언해 상황 인식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을 받았을 때다.

그러나 40대는 상대적으로 견고한 지지를 보냈다. 40대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전주보다 6% 떨어진 47%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전 연령대 중에서 가장 높았다. 586세대 만큼은 아니어도, 40대들은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상대적으로 취업난이 덜할 때 직장을 가졌고 경제적으로도 안정돼 있는 게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국갤럽이 8월14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가 주택 보유율이 40대는 76%로, 50대의 78%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30대는 49%에 불과했다. 같은 날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30대 문 대통령 지지율은 1주일 전보다 17% 떨어진 43% 였다. 30대는 '패닉 바잉'이라는 신조어에서 나타나듯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수정하지 않을 경우 40대의 지지도 흔들릴 수 있다고 전망도 나온다. 김형준 교수는 "최근 '임대차 3법' 등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실질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을 이 세대가 갖게 됐다"며 "문재인 정권 지지에 균열이 나기 시작했고, 이런 정책 실패가 누적되면 지지를 철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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