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의 '정권교체'에도.. 진보·보수, '무능·부패'만 닮아갔다

서진욱 기자 2020. 10. 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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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4.0 II] 진보의 위기-보수의 자격<1>-③
-"자기 부정 불사가 진보 숙명 불구 정치세력 안전 지키기 작정…민주공화정 아닌 사극"
-"보수, 한때 성공 지금 인기 잃었다? 자기세력 생명연장 외 어떤 공적 이해 갖는지 알 수 없어"

지난 20년 동안 대한민국은 두 차례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노무현 정권에서 이명박 정권, 박근혜 정권에서 문재인 정권으로 집권세력이 바뀌었다. 진보에서 보수로, 보수에서 진보로 권력이 넘어간 결정적인 이유는 전 정권의 '실정'(失政)이다. 야당의 실력보다는 정부·여당에 대한 실망감이 표심을 움직였다. 두 차례 정권 교체에도 보수와 진보는 퇴화를 거듭했다.
정권교체 '일등공신' 노무현과 박근혜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 격차가 531만표에 달했다. 경제정책 실패 등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집권여당에 등을 돌린 유권자들은 더 이상의 정권 연장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명박 후보를 앞세운 보수 진영은 '경제 대통령' 구호를 내걸고 진보 진영의 '무능함'을 집중 조명했다. 이명박 후보 승리의 일등공신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는 조롱 섞인 분석이 나올 정도였다. '전과 14범' 의혹을 비롯한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 논란은 대선 판도에 변수가 되지 못했다.

이때만 해도 보수진영은 국민의 마음을 얻는데 신경 썼다. 서민 단국대 교수는 "일단 사과할 줄 알았다"며 "노 전 대통령 탄핵 사건 후 천막당사에 들어간 게 대표적이다. 쇼지만 그런 쇼에 유권자들의 마음이 움직이는 게 정치"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되고 하루 뒤인 10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모여 촛불집회를 하고 있다.2016.12.10/뉴스1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은 보수의 무능과 불통을 보여줬다.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앞당겨진 2017년 대선은 일방적인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보수 정권의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난 탓이다. 촛불 혁명의 염원을 등에 업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41% 득표율로 당선됐다.

문재인 후보는 국민들에게 적폐 청산과 정의 구현을 약속했다. 인권변호사 출신이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동지로 보수 정권의 국정농단과 탄핵 사태를 수습할 적임자로 꼽혔다. 대선 국면에서도 국정농단 실상이 끊임없이 드러났다. '나라를 바로 세워달라'는 국민들의 열망은 문재인 후보로 향했다.
보수·진보 모두 '무능·부패'로 수렴


정권 교체를 택한 국민들의 열망은 이뤄지지 않았다. '유능한' 보수와 '깨끗한' 진보가 사라지고 '무능한' 보수와 '부패한' 진보만 남았다. 두 번의 정권 교체는 정치적 선순환의 계기가 되지 못했고 보수와 진보 모두 고유한 경쟁력을 잃은 채 상대 진영의 허물을 닮아갔다.

진보 진영이 내세웠던 '도덕적 우위'는 사라진 지 오래다. '진보는 도덕적이다'라는 인식은 숱한 논란 속에서 사라졌다. 과거 보수 진영의 부도덕성을 질타한 세력이 공격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이원재 KAIST 교수는 "진보는 말 그대로 '전진 (progress)'하는 것인데, 권력을 잡는 순간 수성의 필요가 생기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동기를 잃어버리게 된다"며 "이게 진보가 말 그대로의 자격을 잃고 위기에 빠지는 이유"이라고 설명했다.

자녀 입시 비리와 감찰 무마 의혹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올해 5월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첫 정식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 교수는 "과거의 자기 부정을 불사해야 하는 게 진보의 숙명이지만, 정치세력으로서의 안전을 지키기로 작정했다"며 "'노무현을 잃은 트라우마'를 그 이유로 대고 있지만, 국민 개개인의 권한을 위임 받아 공적 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한 자연인에 대한 연민을 이유로 댄다면 그건 민주공화정이 아니라 사극에 가까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보는 무능하다'는 통념은 여전하다. 소득주도성장, 부동산 대책 등 현 정부의 연이은 정책 실패에 따른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서민 교수는 "진짜 무능한 세력은 진보라는 점을 이번 정권 들어서 국민 모두가 알게 됐다"며 "보수는 대통령이 무능하고 아무 일도 안 해도 시스템대로 나라가 돌아가게 하지만, 진보는 없는 사람들을 챙겨주겠다고 하면서 역차별을 불러일으키고 공정의 가치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보조금관리법 위반·준사기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을 나서고 있다. 2020.9.15/뉴스1

거대 양당 정치 구도에서 여당에 대한 불만과 분노는 야당 지지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제1야당 국민의힘은 외면받고 있다. 민주당을 대체할 '대안정당'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해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탄핵으로 더 크게 잃은 건 유능한 경제세력 이미지"라며 "예전엔 신뢰할 수 없지만 일은 잘한다는 이미지가 있었다면, 탄핵을 통해 이것도 송두리째 잃었다"고 진단했다.

이원재 교수는 "보수의 자격이란 '시간의 시험 (the test of time)'을 견뎌낸 가치나 정책을 지켜나가는 것"이라며 "시간의 시험이란 정책의 효용이라는 기술적 합리성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추진하는 사람들의 공적 의식, 도덕성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런 면에서 사실 한국의 보수가 현대사 속에서 이상적 보수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적이 거의 없다"며 "보수 또한 자신의 이상적 상태를 실현해야 하는 도전의 과정에 있는 것이지, 한 때 성공했으나 지금은 인기를 잃어버린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수를 구성하는 정치인들 개개인이 보수의 이념과 가치에 헌신하고 있다면 위기를 변화의 기회로 삼겠지만, 현재 자신과 자기 세력의 생명 연장 이외에 어떠한 공적 이해를 갖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과거와 결별하지도 못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5월 취임 직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과 탄핵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아직 사법 절차가 끝나지 않았다"는 당내 반발에 직면했다. 결국 대국민 사과 시점은 사법 절차를 마친 이후로 밀리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9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임 100일을 맞아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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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욱 기자 sjw@mt.co.kr,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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