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하지 못한 진보, 고집만 부리다 위기 맞아"

정진우 기자 2020. 10. 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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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4.0 II] 진보의 위기-보수의 자격<1>⑤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서울=뉴스1) 이성철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의 징계 절차를 진행 중이다. 벌써 3개월째다. 민주당은 금 전 의원이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에서 당론(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 처리)을 따르지 않았다고 징계(경고 처분)를 내렸고, 금 의원은 부당하다며 지난 6월 당 윤리심판원에 재심을 요청했다. 하지만 몇 차례 회의를 해도 지금까지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금 전 의원은 당시 본회의에서 기권표를 행사했다. 자신의 원칙에 따른 소신이었다. 민주당 당헌·당규는 ‘재심 접수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심의·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한참 넘겼다. 왜 그럴까.

금 전 의원에게 징계를 최종 결정하면 ‘소장파’ 의원들에 대한 압박으로 느껴질 수 있다. 당내 민주주의를 훼손했다는 비판에 휩싸일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반면 징계를 철회했을땐 강성 ‘친문’(친 문재인) 민주당 지지층의 거센 반발이 부담이다. 대한민국 진보세력을 대표한다는 민주당의 현 주소다.

금 전 의원은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결정할땐, 충분히 토론하고 숙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집권세력인 진보진영은 그러지 못했다. 금 전 의원은 지지층만 생각하거나 맹목적인 옹호 논리만 강요하다 ‘진보의 위기’가 왔다고 본다.

금 전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인터뷰에서 “요즘 진보진영을 보면 ‘우리 편이기 때문에 무조건 옳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며 “다양한 의견을 듣고 토론해야 하는데 하지 않는다. 과연 진보가 맞는지 의문이 든다”고 강조했다.

분명 진보의 측면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러 가치가 있는데, 진영논리 안으로 들어가면 깡그리 무시당한다는 얘기다. 금 전 의원은 “진보는 모름지기 ‘옳고 그른 것’을 따지고, 서로의 생각을 중시하는 걸 중요한 가치로 생각한다”며 “보수는 공동체나 가족주의, 의리 등을 중요시 하기 때문에 우리편이란 개념을 갖기 쉽다. 지금 진보진영이 오히려 그런 모습을 보인다. 우리편은 무조건 옳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금 전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개혁이 지지부지한 요인 중 하나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의 경험 부족과 무능”이라며 친문 세력이 무조건 옳다고 여기는 사안에 대해 소신을 밝혀 뭇매를 맞았다.

사실 금 전 의원의 지난 4년 의정활동이 그랬다. 그는 명색이 ‘진보’라고 하면 유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2020년 대한민국의 진보는 극단적으로 경직됐고, 고집만 세지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금 전 의원은 “지금 친문세력 등 소위 진보진영은 방향을 정하고 토론을 하는 게 아니라 위에서 혹은 특정한 곳에서 결정돼 내려오는 것을 무조건 받아들이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금 전 의원이 대표 사례로 꼽은 게 최근 ‘전국민 통신비2만원 지급’ 정책이다. 우여곡절 끝에 선별지급으로 결론났지만, 유연한 사고로 토론을 거치지 않고 추진하다보니 생긴 문제라고 했다.

금 전 의원은 “정책이 어디서 나왔고, 어떤 경로로 추진되는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가 무조건 편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다 보니 사달이 났다”며 “진보가 원래 논리에 강한 진영인데,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논리를 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열린 윤리심판원 징계논의에 참석하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금 전 의원은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투표 당시 기권표를 던졌다. 이후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지난 5월25일 금 전 의원이 당론과 다른 의견을 냈다는 이유로 '경고' 처분을 내린 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생겼고 금 전 의원은 지난 2일 재심을 신청했었다. 2020.6.29/뉴스1


그러면서 “정책이란 건 여러 가지 대안을 놓고 토론을 통해 결정해야 하는데, 유연하지 못하니까 나중에 앞뒤가 맞지 않는 게 많다”며 “지금 검찰개혁 방안도 마찬가지다”고 했다. 과거에 청와대와 여당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띄워주면서 강조했던 방향이 지금은 오히려 자신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금 전 의원은 특히 “어느 정부나 정책을 추진하다보면 예측했던 방향으로 가지 않을 수 있다. 설사 그렇더라도 빨리 교정해서 올바른 방향으로 가면 된다”며 “그런데 진보진영에선 정책을 수정하는 것 자체를 패배라고 생각한다. 정책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편을 들지 않는 보수세력과 언론을 의식해 억지를 부리고 자꾸 핑계를 댄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치의 영역은 지지층을 더 넓혀가야 하는 게 맞는데, 진보진영의 이런 모습 때문에 지지층도 염증을 느끼고 떠난다”며 “결국 강성지지층만 남게 된다”고 덧붙였다.

금 전 의원은 진보진영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결국 ‘우리도 틀릴 수 있다’는 유연함을 갖추고 맹신하는 교조적인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 전 의원은 “진보진영 안에서 좀 더 유연한 사고가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어떤 문제가 생길 때마다 계속 토론하고 받아들이면서 교정해 가는 능력을 키우면 지금 진보 앞에 놓인 위기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을 위한다는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다양한 목소리와 의견을 듣고 ‘이 정책이 실패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오염되지 않은 진짜 ‘진보의 가치’가 정책에 반영될 때, 더 많은 국민이 호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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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기자 econph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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