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의 고민 '제주조릿대가 너무해'
[경향신문]
“장차 한라산이 ‘조릿대 공원’이 돼 국립공원에서 제외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2016년 환경부는 제주도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 공문을 보내며 “제주도가 제주조릿대 문제에 대해 아주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했다.
제주조릿대가 한라산을 빠른 속도로 장악하면서 다른 희귀·특산식물의 서식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결국 제주조릿대 벌채를 추진하기로 했다.
제주도는 (주)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에 의뢰해 2016년부터 진행한 ‘한라산 제주조릿대 관리방안 연구’ 용역을 올해 마무리한다.
제주도는 10월 ‘제주조릿대 관리방안’ 심포지엄을 열어 의견수렴을 하고 12월 초 연구용역 최종보고회에서 실행방안을 발표한다. 제주도는 앞선 4년간의 연구에서 제주조릿대를 제거했을때 식물 개체수가 다양해지고 특산·희귀식물이 다시 출현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릿대 제거 방안은 말 방목과 벌채 등 두 가지 실험이 추진됐으나 벌채를 하는 방안으로 모아지고 있다.
■한라산의 95% ‘장악’
제주조릿대는 한라산과 주변 지역에 자라는 벼과 식물이다. 크기는 10~80㎝ 정도로 긴 타원형의 푸른 잎을 가졌다. 가지가 갈라지지 않고 마디가 공처럼 둥글어 육지부의 조릿대와 다르다.
제주도는 한라산 내 제주조릿대가 국립공원 면적의 95.3%(146㎢)에 달한다고 밝혔다. 해발 400m 이상 지역(442㎢)에서는 78.5%(347㎢)를 점하고 있다. 30여년 전만 해도 주로 저지대에 분포해 해발 600~1400m에서는 드물게 확인됐지만 최근에는 고지대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번 연구 과정에서 제주조릿대는 한라산 해발 1400m 이상 지역(22㎢)의 88.3%(19㎢)를 덮고 있었고, 한라산 정상 부근인 해발 1900m까지 범위를 확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급속하게 고사하고 있는 구상나무가 쇠퇴한 자리를 제주조릿대가 차지하기도 했다. 돌로 이뤄진 계곡, 백록담 화구벽, 습지 일부를 제외한 한라산 모든 지역을 광범위하게 제주조릿대가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제주조릿대가 한라산에 확산된 것은 1980년대부터로 추정된다. 제주조릿대는 추위와 눈에 강한 생명력과 왕성한 번식력을 갖고 있다. 기후 온난화 등과 같은 환경변화, 한라산 내 말 방목 금지 등도 확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제주조릿대는 뿌리로 땅을 고정해 서식지를 넓혀가고 높은 밀도로 군락을 이루기 때문에 다른 식물이 자랄 틈을 주지 않는다. 이는 기존에 있던 한라산 고유식물의 생존을 위협하고, 생물 다양성을 훼손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제주도는 밝혔다.
■30년 만에 한라산 다시 오른 말
연구진은 지난 5년간 제주조릿대를 제거했을 때 생태계가 실제 변화하는지 여부를 연구했다. 이를 위해 한라산 내 말 방목과 직접 벌채라는 두가지 방법으로 제주조릿대 제거 실험을 했다.
2016년부터 말 방목과 벌채를 실시한 결과 제주조릿대 감소에 따라 식물 개체수가 다양해지고 희귀식물이 다시 출현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매년 일정 기간에 해발 1600m인 만세동산 일대 1㏊에 말 4~8마리를 풀어놓고 제주조릿대를 먹도록 했다. 장구목(1.8㏊), 선작지왓(0.5㏊), 진달래밭(0.1㏊)에서는 사람이 직접 제주조릿대를 벌채했다.
실험 결과 말 방목이 이뤄진 지역에서는 제주조릿대 생물량이 70% 이상 감소했고 식물종수가 2016년 37종에서 올해 52종으로 늘었다. 벌채를 한 지역에서는 식물종 수가 2016년 37종에서 2019년 67종, 올해 65종으로 늘었다. 또 산철쭉과 털진달래와 같은 관목류의 생육도 회복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도는 말 방목과 벌채 모두 제주조릿대 제거와 식물종 다양성을 회복하는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말의 경우 다른 식물을 먹는 부작용과 관리의 문제점이 있어 장기과제로 검토하고 우선적으로는 벌채를 추진하기로 했다.
제주도는 내년 8월부터 한라산 선작지왓과 남벽분기점 등 2곳 등 고지대에 있는 제주조릿대를 우선 베어내는 안을 검토 중이다. 고지대 이외 지역은 사업효과를 분석해 단계적으로 제거한다.
제주도 관계자는 “말 방목을 통한 제주조릿대 제거는 보다 시간적 여유를 두고 장기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12월쯤 최종 결과가 나올 예정이고, 유력한 제거방안인 벌채 역시 문화재청과의 협의 등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조릿대에는 유용한 성분이 다량 함유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추출물을 이용한 음료, 화장품, 차 등 다양한 상품의 원료로 활용되고 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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