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 주범? 중금속 범벅? 태양광발전에 대해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들 [팩트체크]

남지원 기자 2020. 10. 3.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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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사상 최장 기간 동안 계속된 장마와 초강력 태풍이 이어졌던 지난 여름, 태양광 발전이 갑자기 ‘수해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받았다. “탈원전으로 태양광 발전시설이 전국을 뒤덮었고 산림의 홍수조절기능을 마비시켜 수해를 일으켰다”는 주장이 보수야당을 중심으로 나왔다. 친환경이라는 태양광 발전시설에서 오히려 중금속과 화학물질이 유출돼 환경을 파괴한다거나 태양광이 한국 상황과는 맞지 않다는 해묵은 주장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태양광발전은 날씨에 따른 간헐성 문제 등 여전히 극복해야 할 점이 많지만 현재까지 개발된 가장 효율적인 재생에너지 발전수단이다. 전세계적으로 에너지산업이 재생에너지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데다 한국도 탄소배출을 감축해야 한다는 글로벌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태양광 설비 확충과 투자는 불가피한 일이기도 하다. 태양광에 대한 막연한 공포, 잘못 알려진 사실들을 정리해봤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이 지난 8월10일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충남 천안시 목천읍 소재 드림천안에너지를 방문,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태양광 설비가 장마와 태풍에 취약하고 산사태를 일으킬 수 있다

통계를 살펴보면 장마와 태풍이 태양광 설비 일부를 망가뜨린 것은 사실이지만 피해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15일까지 집중호우로 인한 태양광 설비 피해는 52건, 태풍으로 인한 태양광 피해는 38건이었다. 전체 태양광 설비 규모 34만4000곳 중 0.026%만 피해를 입은 셈이다. 올해 집중호우 기간인 7월20일부터 9월4일 사이 발생한 산지 태양광 설비 피해 사례는 27건으로, 올해 발생한 산사태 2143건 중 1%에 불과하다. 절대다수의 설비는 집중호우와 태풍에도 큰 문제 없이 운영됐다는 뜻이다. 다만 무분별하게 조성된 산지 태양광 설비가 산림을 훼손하고 산사태를 유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부인하기 어렵다. 정부는 산지태양광 규제를 강화해 2018년 2443㏊에 달했던 산지태양광 허가 면적을 지난해 1024㏊로 대폭 줄인 상태다.

■태양광이 오히려 수질오염과 토양오염, 빛공해 등으로 환경을 파괴한다

태양광 패널이 납과 카드뮴 등 중금속 범벅이고, 패널을 세척할 때 독한 화학물질을 사용한다는 것은 대표적인 가짜뉴스다. 한국에서 쓰이는 태양광 패널은 유리 76%, 폴리머 10%, 알루미늄 8%, 실리콘 5%, 구리 1% 등으로 되어 있다. 국내에서 시판되는 제품 중 카드뮴이 들어 있는 패널은 없다. 셀과 전선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극소량의 납이 사용되지만 가전제품에도 사용하는 수준이며 유해물질 용출검사도 거친다. 태양광 패널이 수명을 다하는 20년 뒤면 중금속이 들어 있는 폐기물이 무더기로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마찬가지로 기우다. 태양광 패널은 유리와 알루미늄만 분리하면 재활용하기 어렵지 않다. 실제로 독일은 폐패널의 71%를 재사용하고 있다.

태양광 패널 세척은 물로만 하는 것이 국제기준이다. 화학물질이나 세제를 사용하면 오히려 표면의 코팅을 훼손하거나 표면에 막을 형성해 패널을 훼손시킬 수 있다. 한국의 경우 빗물로도 오염물질을 충분히 세척할 수 있고, 대기환경이 최악인 방글라데시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물세척을 하는 수준이다. 태양광 패널은 기본적으로 빛을 흡수해서 발전을 하는 구조라 반사된 빛이 농작물에 영향을 끼치거나 주변 온도를 올리기는 어렵다. 태양광 패널의 반사율은 5.1%로 흰색 페인트를 칠한 벽(70~80%)이나 붉은 벽돌(10~20%)보다도 빛을 적게 반사한다.

청풍호 위에 떠 있는 수상태양광발전소 전경(위 사진)과 태양광 패널 밑에 사는 치어떼의 모습.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수상 태양광은 녹조를 유발하고 물 속 생물들에게 악영향을 끼친다

저수지나 얕은 바다 등을 활용한 수상 태양광 설비는 물이 패널을 식혀주기 때문에 기온이 올라가는 여름철에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산림을 훼손하거나 부지 문제로 갈등을 불러올 가능성도 적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전세계 저수지 수면 1%를 사용할 경우 404GW에 달하는 태양광 설비를 지을 수 있다.

수상 태양광이 녹조를 유발하거나 수중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는 우려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 수상 태양광은 수심이 최소 3m 이상인 곳에 설치되고, 수면의 극히 일부분만 차지해 녹조를 유발하지 않는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4회에 걸쳐 국내 수상태양광 설비 중 가장 오래된 합천호 수상태양광발전소에서 환경 모니터링을 시행했다. 그 결과 수질이나 생물 다양성, 퇴적물 등에서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지 않은 곳과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패널 아래쪽에 그늘이 생겨 치어가 모여들기도 했다.

■태양광 설비가 늘어나면 중국 기업들의 배만 불려줄 것이다

중국 업체들이 저가 제품을 내세워 전세계 태양광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의 경우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국내 기업인 OCI와 한화솔루션이 시장에서 철수하기까지 했다. 중국의 태양광 셀과 모듈(패널) 수출은 2017년 114억5000만달러에서 지난해 191억8000만달러로 급증했다. 올 상반기에는 중국 내수 태양광 수요가 줄면서 국내에 설치된 태양광 모듈 중 국산은 67.4%로 전년보다 11%포인트 줄었고, 중국산 모듈 설치가 그만큼 늘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태양전지에 해당하는 셀과 셀을 조립한 모듈은 기술력이 뛰어난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뒤떨어지지 않는다.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모듈 생산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70% 내외의 자국산 모듈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을 제외할 경우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자국산 모듈 공급비중은 미국이 6%, 일본이 17.6% 수준이다. 국내 기업인 한화큐셀은 태양광 셀 생산규모 기준 글로벌 1위 회사다.

지난달 21일 부산역 선상 주차장 지붕에 태양광 발전설비가 설치돼 있다. 한국남부발전이 한국철도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 부산대학교 등과 함께 공공 협업형 시범사업으로 준공한 설비로, 연간 1150MWh 규모 전력을 생산한다. 남부발전 제공


■태양광 발전은 국토가 좁은 한국 여건에 적합하지 않다

목표 보급량을 채우기에 모자랄 정도는 아니다. 정부는 2017년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을 수립하면서 2030년까지 태양광 설비 30.8GW를 추가로 보급하기로 했다. 태양광산업협회에 따르면 여기에는 262.2㎢의 부지가 필요하다. 이는 전 국토의 0.26%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국토 면적의 0.5%를 차지하는 골프장보다 작은 면적이다. 태양광 모듈의 효율이 높아지면 필요한 부지는 앞으로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총 규모 2.1GW에 달하는 새만금 수상태양광 발전단지처럼 바다 위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여지도 있고, 건축물 옥상 등 유휴공간도 활용할 수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은 태양광 발전 시설을 구축할 수 있는 국내 건축물 옥상을 600㎢로 추산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요금이 폭등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가격은 아직 원전이나 석탄에 비해 비싸지만 빠르게 저렴해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태양광발전 정산단가는 1kwh당 93.8원으로 2014년 220.8원, 2015년 169.2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 원자력발전(58.3원)에 비해서는 아직 많이 비싸지만 유연탄(86.0원)에 비교하면 이미 경쟁력이 있는 수준이다. 태양광 모듈 가격이 급격히 저렴해지고 원전 안전기준 강화, 탄소배출 비용 등으로 원전과 석탄발전 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생에너지 가격이 전통적인 발전원 가격보다 낮아지는 ‘그리드 패리티’에 곧 도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30년 태양광발전 단가가 원전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다만 현재 한국 가정용 전기요금 자체가 발전원가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알려져 있어,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전기요금이 원가에 맞춰 오를 가능성은 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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