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검찰, 秋 아들 수사 기자회견 왜 안 했나

강청완 기자 입력 2020. 10. 3. 18:36 수정 2020. 10. 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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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장관 아들 수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 접은 이유는?


● 기자회견 한다던 동부지검장, 접은 이유는?

그야말로 '전격 발표'였다. 지난 월요일(9/28), 검찰이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두고 발표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대 휴가 관련 의혹 사건 수사 결과 이야기다. 그날 아침 신문에 연휴 전 발표를 점치는 기사가 쏟아지긴 했지만 어느 누구도 못을 박진 못했다. 오전에도 아무 말이 없더니 오후 2시 49분, 서울동부지검 출입기자들에게 A4 용지 10쪽 분량의 보도자료가 배포됐다. 별도의 기자회견은 없었다. 관련자들은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수사 종료 선언에도 무성한 뒷말은 일단 접어두고) 통상 국민적 관심이 크고 사회적 중요도가 높은 수사를 마무리할 때 검찰은 기자회견(브리핑)을 열고 수사 결과를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가깝게는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이 그랬고, n번방 사건이나 코로나 마스크 사범 단속 결과 등도 마찬가지였다. 수사 결과를 떠나 서면자료에 모두 담을 수 없는 맥락과 정황을 질의응답이나 보충설명 등을 통해 상세히 알리고, 나아가 국민의 궁금증에 충실히 답하기 위해서다. 이번처럼 민감한 사건의 경우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혹은 수사로 풀리지 않는 의혹을 설명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없었다. 왜 없었는지 설명도 없었다.

물론 검찰이 수사를 마무리할 때마다 항상 기자회견을 여는 건 아니다. 그런데 정작 수사를 진두지휘한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당초 수사를 마무리할 때 기자회견(브리핑)을 열겠다고 주변에 공언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의 의혹 제기와 언론 보도로 검찰 수사 과정에 문제점과 의혹이 부각된 만큼, 이를 반박하고 소상히 설명하겠다는 취지였다고 한다. 그러나 다들 알다시피 기자회견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이유를 묻는 질문에 동부지검 관계자들 누구도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발표 당일 김관정 동부지검장은 취재진을 피해 지하주차장으로 퇴근했다.

지난 8월 10일, 서울동부지검장으로 보직 변경 신고를 하기 위해 법무부 청사로 들어가고 있는 김관정 당시 대검 형사부장 (사진=연합뉴스)


● 검찰 브리핑, 안 했나 못 했나

동부지검장 스스로 하겠다고 공언해온 기자회견을 돌연 접은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김관정 동부지검장은 최근 들어 대표적인 친(親) 정권 또는 장관 인사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예상된 행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오히려 의외"라는 의견도 있었다. 보다 적극적으로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을 해명하거나 아니면, 이 기회에 "나 그런 사람 아냐"라고 할 줄 알았다는 것이다.

막상 수사를 해놓고 보니 국민이 납득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아니면 '윗선'에서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던 걸까. 어쨌든 검찰은 국민적 의혹이 쏠린 수사 결과 발표를 보도자료로 갈음했고 민감한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결국 안 했거나, 못 했거나 둘 중 하나다. 안 했다면 수사 결과에 자신감이 부족했거나 여론의 비판을 의식했을 수 있다. 못 했다면 검찰 내부의 반발 또는 만류가 있었거나 윗선과 교감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가 책임지겠다"며 발표를 강행한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 秋 거짓말 입증한 '카카오톡 공개'…검찰의 초식

검찰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오히려 희한한 초식을 구사했다. 이날 검찰은 이례적으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보좌관이 주고받은 카카오톡 내역을 공개했다. 추 장관이 '아들 건을 처리했다'는 보좌관의 보고를 받고 지원장교의 전화번호를 보내거나 아들과 연락을 취해달라고 말하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추 장관이 아들의 휴가 관련 문제로 보좌관과 이틀에 걸쳐 연락한 사실은 인정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동안 추 장관과 보좌관의 카카오톡 내역이 실제로 드러난 건 처음이라는 점에서 공개는 상당히 이례적인 조치였다. 추 장관과 보좌관의 연락 여부가 이번 논란의 핵심 의혹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이다. 애초 추 장관이 보좌관에게 지시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가, 보좌관이 군 부대에 연락한 정황이 드러난 게 의혹의 기폭제였다. 여당 의원조차 "연락한 건 맞는 것 같다"고 말하긴 했지만 그동안 정황증거에 머물렀던 것이, 검찰의 손을 통해 공개된 셈이다.

결국 추 장관의 '거짓말 논란'이 새로이 불거졌다. 추 장관의 거짓말을 검찰이 카카오톡 내역으로 명확히 입증해준 꼴이다. 보통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 논란이 가라앉아야 하는 것과는 반대다. 오히려 '전화번호를 주고 보고를 받은 적은 있지만 지시한 적은 없었다'는 괴상한 명제만 부각됐다. 과연 검찰이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카카오톡 공개는 발표일 오전 열린 동부지검 형사사건공개심의위의 결정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공개를 꺼렸지만 대검의 제안으로 찬성 쪽으로 선회했다는 후문도 전해졌다. 비록 대검의 제의가 있었다고는 하나, 동부지검 공개심의위는 결국 만장일치로 카카오톡 내용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카카오톡 공개에 추 장관 측도 상당히 곤혹스러워 했다는 후문이다. 검찰의 의도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 동부지검, 秋 장관 쪽에 폭탄 돌렸나

결국 검찰이 현직 법무부 장관 형사 처벌이라는 정치적 부담은 법적으로 피해가면서도 도덕적, 정치적 비판이 가능한 부분은 공개함으로써 추 장관 측에 공을 돌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죄가 되는 것과 문제가 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죄가 될 수 있는 부분은 법적으로 클리어해주고,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슬쩍 꺼내놓은 뒤 알아서 판단하라는 식이다.

검찰의 허술한 수사 결과 발표도 이 같은 시각을 뒷받침한다. 검찰은 보도자료에 추 장관과 보좌관의 카카오톡 내역을 첨부하고선 "조치를 취한 후 장관에게 알렸을 뿐 지시는 없었다"는 보좌관의 진술과 "확인해달라고 말했을 뿐 지시를 한 사실은 없다"는 추 장관의 진술을 쓰고 "청탁에 직접 관여한 뚜렷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결론내렸다. 피고발인의 진술만을 단순 나열한 뒤 별다른 설명 없이 혐의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비유하자면 "이 사람은 아니라고 하고 저 사람도 아니라고 해요. (그리고) 혐의를 입증할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어요" 라는 식이다. 진술에 대한 진위 여부나 카카오톡으로 보고가 오간 데 대한 검찰의 적극적인 판단은 쏙 빠졌다.

추미애 장관 부부의 전화 민원 의혹 부분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지난 2017년 6월 해당 기간의 국방부 자료 등을 검토한 결과 추 장관의 부모가 직접 민원을 제기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위 의혹을 면담 기록에 최초 작성한 지원반장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남성이 누구인지, 이 남성이 누구의 부탁을 받은 것인지 등은 '확인 불가'라고 못박았다. 통신 내역 보존기한이 지났고 당시 (지원반장이) 사용하던 휴대전화는 확보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추 장관의 민원 여부는 별도로 치더라도, 결국 수사가 미진했다는 얘기다. 검찰이 수사를 끄는 사이 보관기한인 3년이 지나 해당 통화 내역이 삭제됐다는 이야기는 언론 보도로 이미 알려졌다.

*SBS 보이스(VOICE)로 들어보세요.

☞ 아래 주소로 접속하시면 음성으로 기사를 들을 수 있습니다.
[ https://news.sbs.co.kr/d/?id=N1006007381 ]

'추미애 아들' 의혹 수사 위해 국방부 압수수색하는 검찰 관계자들 (사진=연합뉴스)

● '봐주기 수사' 논란 자초했다

처음부터 쉽지 않은 수사라는 건 누구나 예상했다. 애초부터 검찰 수사가 아닌,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검찰은 지나치게 허술한 수사와 속 보이는 대처로 논란을 자초했다. 여덟 달 동안 잠잠하던 수사가 갑자기 주목을 받은 건 당시 카투사 지원장교의 보좌관 통과 관련 내용을 야당 의원이 폭로하면서부터다. 앞서 검찰은 비슷한 의혹에 "그런 적이 없다"고 신속히 발표한 바 있다. 구체적 내용이 나오고 논란이 커지자 부랴부랴 다른 곳으로 발령난 검사와 수사관을 복귀시켜 수사에 재투입하는 촌극을 빚었다. 수사 결과에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말하는 사람은 있는데, 들은 사람은 없다는 식이다.

* 검찰 보도자료 p.9
- D○○는 의혹이 제기된 후 2회 조사에서 '문답 과정에서가 아닌 다소 맥락 없이 이야기한 것이고, 조서에 남기지 말자고 제가 결정한 것입니다'라고 진술함
- 검사 및 수사관은 일관되게 처음 D○○를 조사할 당시에는 그와 같은 진술을 들은 바가 없다는 입장
※ D○○의 위와 같은 진술만으로도 검찰이 의도적으로 보좌관 관련 진술 부분을 조서에서 누락하였다고 보기 어려움

'늑장 수사' 논란에 대해서도 살뜰하게 해명했다. 사건 접수(1/7) 후 4월까지는 코로나 발병 및 인사 이동으로 당사자 소환이 어려워 관련 자료만 입수(사실 조회 20회)했고, 5월부터 7월까지(8월은 휴가를 갔는지 모른다) 제보자와 군 관련자 7명을 조사하는 등 성실히 수사했다는 것이다. 아래에는 당구장 표시까지 달아 '주임검사는 그 과정에서 매월 100건 이상의 일반 형사사건을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기간 다른 사건은 잘만 돌아갔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에 (민생이 직결된) 형사 사건 건수까지 동원하는 이 구차함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당혹스러울 정도다.

"검찰의 조사 결과이니 받아들여야 한다" 수사 결과 발표 이튿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 말이다. 오랜만에 듣는 집권여당 대표의 무게 있는 발언이니 나름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그러나 결과만큼 중요한 게 과정이다. 국민적 관심이 쏠린 이런 사건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고위공직자 자녀의 병역 문제는 사회 전체로 그 영향이 미친다. 모든 병역의무자들의 참고이자 준거가 된다. 한 개인의 사건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서울동부지검 청사 (사진=연합뉴스)


죄가 안 되는 걸 죄라고 하라는 말이 아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명명백백히 밝히고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설명했어야 한다. 추석 연휴 직전 사흘간 이뤄진 KBS 설문조사에서는 <추미애 장관 아들이 군 복무 중 특혜를 받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61.7%가 '그런 편이다'라거나 '매우 그렇다'라고 답했다. (9월 26일~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1명) 이번 수사가 국민의 의혹과 부정적 인식을 말끔히 해소했다고 말하기 어려워 보인다. 엄격한 법 집행 의지보다 일부 책임자들의 두뇌 회전이 더 돋보였다면 지나친 의견일까.

어쨌든 수사는 끝났다. 이번 수사가 검찰 개혁에 저항하는 수구세력의 현직 법무부 장관 때리기로 기록될지, 검찰은 권력에 약하다는 명제를 재입증한 흑역사로 기록될 것인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정치 권력이나 검찰, 언론이 아닌 국민의 눈으로 말이다.  

강청완 기자blu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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