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경화 장관 배우자, '코로나'에도 미국 여행..목적은 요트 구입

최영윤 2020. 10. 3.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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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으로 인적조차 드문 인천공항. 3일 오전 백발의 남성이 출국장이 있는 2터미널 3층으로 들어섭니다. 긴 여행을 떠나는 듯 가진 짐도 4개나 됩니다. 잠시 주위를 두리번대더니 곧 미국 국적의 항공사 카운터로 다가갑니다. 카운터 앞에 대기하는 사람도 역시 거의 없습니다. 짐을 부치고 비행기 탑승권을 발급받습니다.

특별할 것 없이 출국 절차를 밟고 있던 사람.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입니다. 취재진이 다가가 물었습니다.

(기자) "미국 가시는 것 같던데 여행 목적이 어떻게 되세요?"
(이 씨) "아, 그냥 여행가는 건데요. 자유여행."
(기자) "코로나 걱정 안 되세요?"
(이 씨) "걱정되죠. 그래서 마스크 많이 갖고 가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인 이일병 씨가 구입을 추진하고 있는 약 15미터 길이의 요트. 미국 뉴욕주에 있다.


■ 억대 요트 사러 미국행

구체적인 이 씨의 여행 목적은 요트 구입입니다. 지난달 중순 이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캔터 51' 선주와 연락을 주고받고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고 적었습니다. 여기서 '캔터 51'은 돛으로 항해하는 요트, 즉 세일링 요트입니다. 캔터라는 회사에서 만든 51피트, 약 15m 길이의 배입니다. 이 배의 선주와 구매 협상을 하기 위해 떠난다는 뜻입니다.

이 씨가 사려고 하는 요트는 몇 년 전 인터넷 홈페이지에 25만9천 달러, 한국 돈으로 약 3억여 원이라는 가격표를 붙이고 매물로 나온 적이 있습니다. 이런저런 감가상각을 고려해도 지금 이 씨가 구입한다면 최소 2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 씨는 요트를 구입한 뒤 그 요트를 타고 미국 동부 해안을 여행할 계획이라고 블로그에 적었습니다.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 미국에 있는 고등학교 동창 등 친구 2명과 여행을 함께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남쪽으로 내려가 카리브해까지 갈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이 씨는 이미 한국에 요트 한 척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첫 페이지. 빨간색 바탕에 흰 사선 표시가 ‘특별여행주의보’가 내려져 있는 지역으로 전 세계에 해당한다.


■ 외교부가 내린 '특별여행 주의보'는 무시

외교부는 지난 3월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자 '특별여행주의보'를 내렸습니다.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심할 경우 철수까지도 권고하는 수준입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잠잠해지지 않아 주의보는 아직도 계속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 씨가 불요불급한 사유가 아닌 '자유여행'을 위해 해외로 출국한 만큼 이 씨는 이 '주의보'를 어긴 셈이 됐습니다. 이 씨는 "하루 이틀 내로 코로나19가 없어질 게 아니다."라며 "매일 집에서 그냥 지키고만 있을 수 없으니까 조심하면서 정상 생활을 어느 정도 해야 하는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여행주의보는 여행자의 개인 건강만을 위해 내려진 것은 아닙니다. 외교부는 "국내 방역 차원에서도 우리 국민의 해외 방문 자제가 긴요하다"고 특별여행주의보 발령 이유를 밝히고 있습니다. 즉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더라도 해외에서 우리 국민이 귀국했을 때 국내 방역에 부담을 가중시키기 때문에 여행을 자제해 달라고 한 것입니다. 이에 대한 이 씨의 배려는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미국 뉴욕 주가 9월 29일 발표한 행정명령. 한국 등에서 오는 여행객에 대해 14일간의 자가격리를 의무화했다.


■ 미국 내 '자가격리' 명령도 어길까?

이 씨의 최종 목적지는 미국 뉴욕주입니다. 뉴욕주는 미국 내 코로나 확산의 진원지였고 최근까지 매일 천 명, 2일에는 1천5백 명에 달하는 코로나 19 확진자가 나온 곳이기도 합니다. 한때 확진자 수가 줄어들자 완화 조치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뉴욕주는 9월 29일 다시 빗장을 걸어 잠그는 조치를 내놨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2, 3단계로 분류하고 있는 나라에서 온 여행자들에 대해 14일 동안 격리해야 한다는 행정 명령을 주지사가 발표한 것입니다. 한국은 3단계 국가라 이 씨도 격리 대상입니다. 뉴욕주 주지사는 불응할 경우 민사적인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 씨는 "여기처럼 (자가격리가) 엄하지 않고, 특히 외국에서 가는 것은 괜찮다고 한다"며 "어디 가서 어떻게 있겠다는 정도 얘기하는 자발적인 자가격리라 굉장히 엄한 우리의 자가격리와는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자가격리 대상자라는 것을 잘 알지 못하고 있는 데다, 미국 내 자가격리 행정명령을 제대로 지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입니다. 실제 이 씨는 뉴저지 주의 공항에 착륙한 뒤 뉴욕시를 거쳐 구입 예정 요트가 있는 뉴욕주를 향하는 등 자가격리와는 거리가 먼 여행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 6월,청와대에서 열린 강경화 장관 임명식에 이일병 씨가 함께 참석했다.


■ 강경화 장관은 알고 있었나?

이 씨는 여행을 취소하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따르지 않고, 미국 내 행정명령을 어길 수도 있습니다. 아내인 강경화 장관은 이 씨의 여행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요? 알고 있었다면 왜 이 씨를 설득하지 못했을까요?

이 씨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기자) 이일병 교수 맞으시죠? 장관님께서 혹시 뭐라고 안 그러셨나요?
(이 씨) 서로 어른이죠. 어른이니까. 제 계획을 놀러 가지 말아야 한다 그런 건 아니죠.
(기자) 그래도 공직에 있는 사람 가족인데 부담 안 됩니까?
(이 씨) 아... 나쁜 짓을 한다면 부담이죠.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거 하는 것, 내 삶을 사는 건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때문에 그것을 양보해야 하나. 모든 걸 다른 사람 신경 쓰면서 살 수는 없잖아요.

되풀이하자면, 외교부는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하면서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계신 우리 국민께서는 여행을 취소하거나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이 씨는 이를 알면서도 해외여행을 떠났습니다. 외교부 수장인 강 장관이 남편조차 설득하지 못하는 지금, 외교부는 국민에게 계속 여행 자제를 요청할 수 있을까요? 특별여행주의보는 3월 이후 매월 19일, 계속 재발령되고 있습니다.

최영윤 기자 (freeyaw@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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