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 관광의 상징 크루즈 선박, 줄줄이 폐선 신세
전 세계 호화 관광의 상징 크루즈가 코로나 국면에 고철 신세를 면치 못하면서, 폐선(廢船) 업계가 때아닌 호황을 맞게 됐다. 로이터통신은 3일(현지 시각) 코로나 팬데믹에 타격을 입은 크루즈 업계가 초호화 크루즈를 고철로 팔아넘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2일 터키 서부 이즈미르에서 북쪽으로 45km가량 떨어진 알리아가 항구에선 크루즈 5척 폐선 작업이 한창이었다. 수십명의 일꾼이 선박에 달라붙어 벽과, 창문, 바닥, 난간 등을 조각조각 해체하고, 수십 미터 높이 선박 곳곳에서 고철 더미를 벗겨냈다.
이렇게 해도 한 척을 처리하는 데 2500명의 일꾼이 6개월간 달라붙어야 한다. 이날 추가 3척이 폐선 작업에 투입되기 위해 대기 중이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터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곳에서 세계 최대 크루즈 업체 중 하나인 카니발 코퍼레이션·로열 캐리비언 크루즈 선박들이 줄줄이 폐선 신세가 됐다고 한다.
전 세계 1조달러 이상 규모의 거대 사업인 크루즈 산업은 잇따른 코로나 집단 발병 사태로 “코로나 배양접시”라는 오명을 쓰며 이 기간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산업이 됐다. 지난 1월 일본에 정박한 크루즈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내린 승객 중 코로나 감염자가 700명 넘게 나오고, 미국 샌프란시스코만에 정박했던 크루즈 그랜드 프린세스에서도 집단 감염이 발생해 사망자까지 나왔다.
코로나 사태가 격화되면서 세계 여행 수요는 절반가량 줄었다. 지난 3월 미국은 모든 크루즈 항해 금지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크루즈 라인스 국제 협회에 따르면 세계 크루즈 산업은 코로나 사태 이후 지난달 말까지 1070억달러 규모의 손실을 입었고 51만8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그새 폐선 업계는 반사적인 호황을 맞았다. 터키 선박재활용산업회 카밀 오날 회장은 로이터통신에 “기존 터키의 선박 폐선 사업은 화물선에 주력했다”며 “그러나 팬데믹 이후론 크루즈가 이 사업에서 매우 중요해졌다. 배들이 일감을 찾지 못해 고철로 전환되고 있다”고 밝혔다. 오날 회장에 따르면 폐선될 크루즈는 미국·영국·이탈리아 등지에서 속속 들어오고 있다. 터키 폐선 업계는 연말까지 폐선한 크루즈에서 확보한 철을 70만t에서 110만t으로 늘릴 방침이다. 비금속 설비도 호텔업계 등에서 재활용하려는 수요가 있어 수입이 쏠쏠한 편이다.
한동안 크루즈 운항 중단이 지속돼 폐선 업계의 호황은 지속될 전망이다. 크루즈 산업이 발달한 호주 매체 ‘뉴스닷컴’에 따르면 일부 크루즈 업계는 엄격한 방역 조치를 도입해 운항을 재개할 방침이나, 대부분은 연말까지 운항을 중단할 방침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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