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님 자식이 당해도 그렇게 판결할래요?" 판사의 대답은..

김종훈 기자 입력 2020. 10. 4.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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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을 맞는 판사들의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을 것 같다.

최근 법원을 향한 비난여론은 정치판결, 이념다툼 수준을 넘어 '신상털기'로 판사 개인을 직접 공격하는 모습을 보였다.

악플러들이 판사들에게 가장 많이 따진 질문은 "네 자식이어도 그렇게 판결할래?"였다.

그래서 "네 자식이어도 그렇게 판결할래?"라는 물음은 출발점부터 틀렸다고 판사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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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살롱] 대중의 분노에 눈 먼 판사 신상털기, 더 이상 없어야
/삽화=이지혜 디자인기자 /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이번 추석을 맞는 판사들의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을 것 같다. 최근 법원을 향한 비난여론은 정치판결, 이념다툼 수준을 넘어 '신상털기'로 판사 개인을 직접 공격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주빈의 박사방 사건과 '다크웹' 손정우 사건, 광화문집회를 둘러싼 집행정지 사건을 거치면서 대중의 기대와 어긋난 결정을 내린 판사들이 실검에 올라 악플 테러를 받았다.

악플러들이 판사들에게 가장 많이 따진 질문은 "네 자식이어도 그렇게 판결할래?"였다. 박사방과 손정우의 다크웹에서 착취당한 소녀들, 광화문집회의 여파로 코로나에 감염된 사람들이 본인들 자녀라면 국민 법감정과 동떨어진 재판을 할 수 있었겠느냐는 아우성이다.

판사들은 이 질문에 뭐라고 대답할까? 한 판사는 "아니오"라고 대답했다. 판사도 감정을 가진 사람이다. 국민이 공분하는 사건에 판사만 냉혈한처럼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게다가 사건 피해자가 자신의 가족, 자녀라면? 아마 이성적인 판단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게 이 판사의 대답이었다.

그렇다면 국민 법감정에 동떨어진 판결을 내린 판사들이 '비정상'인 것일까? 대중의 법감정을 따라 최고 형벌로 범죄자들을 '참교육'하는 판사들이 '참판사'인 것일까? 대중의 참판사가 되지 못한 판사들은 비정상으로 낙인찍고 마음껏 욕하고 신상을 털어서 다시는 그런 판결을 못하도록 '본보기'를 보여야 하는 것일까?

대중의 법감정이 모여 만들어낸 공권력이 어떤 결과를 부르는지는 '디지털교도소'가 잘 보여준다. 이곳 운영자가 무능한 법을 대신하겠다면서 정의의 집행자 역할을 자처하자 대중은 열광했다. 그러다 한 대학생의 무고한 죽음을 부르자 운영자는 "무죄의 증거는 본인이 제시해야 한다"는 엉뚱한 주장을 늘어놓더니 결국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이처럼 감정에 오염된 공권력은 반드시 무고한 피해자를 낳는다. 법망을 빠져나간 범죄자는 언제든 다시 붙잡아 심판대에 세울 수 있다. 잘못된 공권력은 무고한 피해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그래서 법은 판결이 감정에 오염되지 않도록 여러 안전장치로 판사를 구속한다. 사건 당사자가 판사 본인이거나 가족인 경우 그 사건을 맡을 수 없게 한 민·형사소송법이 그 예다. 판사는 자녀가 피해자인 사건을 맡을 수 없다. 그래서 "네 자식이어도 그렇게 판결할래?"라는 물음은 출발점부터 틀렸다고 판사들은 말한다.

생각해보면 "범죄자에게 극형을"이라는 목소리 속에는 '범죄의 모든 잘못은 오로지 범죄자에게 있다'는 전제가 숨어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법 한 번 어기지 않고 잘 사는데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이상한 것 아니냐는 식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막대한 국가예산을 들여 법과 재판 제도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 말 그대로 모든 범죄자를 극형에 처하면 되니까.

그럼에도 법과 재판 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범죄의 모든 잘못이 범죄자에게 있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은 성별이나 계급 같은 우연한 요소들이 만들어낸 집단 속에서 살아가고 행동한다. 누구는 운이 좋아 법 없이도 살 사람으로 성장하지만 불운을 타고난 누군가는 왜 법을 지켜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으로 성장한다.

정말 범죄자가 얼마나 잘못했는지 알고 싶다면 이런 우연적인 요소들 속에서 어떻게 범죄에 이르게 됐는지를 자세히 살펴야 한다. 그래서 판사들은 "아무리 간단한 재판이라도 해도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을 평가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감정에 갇힌 사람에게는 이런 것들을 따져물을 시간이 없다. 그래서 언제 감옥에 넣을 거냐고 언성을 높일 뿐이다.

범죄자를 동정하자는 게 아니다. 동정도 감정이고 판결을 오염시킬 수 있다. 그저 판사가 법률과 이성에 따라 잘못한 만큼 책임을 묻는 판결을 내릴 수 있게끔 배려하자는 이야기다. 판결을 비판하고 싶다면 논리와 이성으로 먼저 무장하자. 감정만 앞세운 비난은 분풀이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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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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