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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시작된 '판사 탄핵' 청원..사법독립에 위험한 그림자

양은경 기자 입력 2020. 10. 04. 16:45 수정 2020. 10. 04.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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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새한국)이 주최하는 개천절 차량집회가 3일 오후 서울 강동구민회관 앞에서 진행되고 있다. 2020.10.03./뉴시스

개천절인 3일 서울 일부 지역에서 보수단체들이 주도한 ‘드라이브 스루’ 차량 시위가 열린 가운데 해당 시위를 허가한 판사의 탄핵을 청원하는 글까지 올라왔다. 지난 8월 광복절 집회를 허가한 서울행정법원 박형순 부장판사에 대해 여권에서 ‘박형순 방지법’까지 발의한 데 이어 ‘판사 탄핵’청원까지 올라오자 법조계에선 사법 독립의 위험 징후라는 우려도 나온다.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소규모 드라이브스루 집회 허가해 준 이성용 부장판사 탄핵 청원’이란 글이 올라왔다. “국민들이 코로나로 힘들어 하는데 왜 집회를 허용해 주느냐”며 판사 탄핵을 주장하는 내용이다. 청원인은 “인원 9명, 차량 9대 이내로 조건을 제한했지만 ·15 광복절 집회 당시에도 100명 신고했음에도 몇만명이 왔다”고 했다. 4일 오후 현재 이 글은 6만 70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법원은 왜 집회를 허가했나

이성용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드라이브스루’집회에 조건을 붙여 허용하는 첫 결정을 내렸다. 전날 이 법원 행정 13부(재판장 장낙원)는 8·15 집회참가자 국민 비상대책위원회(815비대위)가 신고한 200대의 차량시위에 대해 “준비나 해산 과정에서 집단감염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며 허용하지 않았다.

반면 이 부장판사는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 오모씨가 신청한 차량 9대 드라이브스루 집회에 대해 “감염병 확산 또는 교통 소통 방해를 야기할 위험이 적다”며 조건을 붙여 허용했다. 앞서 이 단체는 지난달 26일과 3일, 차량 9대로 강동구 일대에서 추미애 장관 퇴진운동 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3일 집회에 대해서만 금지통고했고, 이 단체는 금지통고가 위법하다며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법원은 “이 사건 집회는 2시간 동안 9명 이내의 인원이 차량에 탑승한 채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감염병 확산 또는 교통 소통의 방해를 야기할 위험이 적다”고 했다. 또한 “함께 신고한 9월 26일 집회는 신고한 대로 정상적으로 개최돼 개천절 집회 자체에 공공의 안녕·질서를 해칠 우려가 적다”고도 했다. 당시 집회에 대해 경찰은 ‘5대씩 끊어서 분산 출발’ ‘집단 서행 등 금지’ 등의 조건을 붙였고 집회는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대규모 불법집회로 이어질 우려가 있으므로 금지돼야 한다”는 경찰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경찰이 낸 자료만으로는 그와 같이 단정하기 어렵다”며 집회가 신고 내용과 달리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집회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원천봉쇄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했다.

법원은 그러면서 ◇집회 참가자의 인적사항 작성 ◇차량에 1인만 탑승 ◇창문 열거나 구호제창 금지 등 9가지 조건을 붙여 집회를 허용했다.

이 같은 결정은 지난 2일에도 이어졌다. 서울행정법원 행정 3부(재판장 유환우)도 ‘애국 순찰팀’ 의 차량 9대 시위에 대해 조건을 붙여 허용한 것이다. 이들은 3일 정오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차량 9대로 서울 서초구~강동구에서 차량시위를 하고 이후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신고했다. 해당 경로에는 서초구 방배동 조국 전 법무부장관 집, 강동구의 추미애 장관 집이 포함됐다. 경찰은 이들의 집회를 금지통고했고 이들은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금지통고로 차량시위를 못 하는 회복불가능한 손해를 입는 반면에 차량시위로 인한 코로나 감염 확산 및 교통소통 방해 우려는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헌법상 집회·결사의 자유에는 집회의 일시, 장소, 방법을 선택할 자유가 포함되므로 다른 날짜에 차량시위가 허용되더라도 본래 신고한 3일에 시위를 하지 못하게 되면 집회·결사의 자유가 침해된다는 것이다.

코로나 19확산 우려와 관련, 재판부는 “이 사건 시위의 참여 인원(9인)은 10인 이하의 집회를 금지하는 서울시 고시에 따르더라도 허용될 수 있는 범위의 인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참석자들이 자동차 안에 있으므로 접촉의 우려가 적고 일반교통이 방해되는 정도도 크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자회견을 제외한 차량집회에 대해 탑승자 인적사항 제출 등의 조건을 붙여 허용했다.

◇차량시위, 어떻게 진행됐나

‘애국순찰팀’ 관계자들이 모는 차량 9대는 3일 오전 경기도청을 출발해 정오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방역조치를 규탄했다.

이들은 오후 2시쯤 서울 서초구로 진입했고 경찰은 우면산 터널 입구에서 시위차량을 세우고 탑승 인원과 번호판 등이 신고된 내역과 일치하는지 확인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신고대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방배동 아파트와 추미애 장관의 광진구 구의동 아파트까지 두 시간에 걸쳐 차량시위를 벌인 뒤 해산했다. 당초 추 장관 자택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었으나 법원이 정한 조건에서 기자회견은 허용되지 않아 실행하지 못했다.

강동구 일대에서 차량시위를 한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행동’역시 시위 전 기자회견을 할 계획이었으나 법원이 이를 제한해 인쇄된 성명서 배포로 대신했다. 이들이 출발한 강동구민회관 앞 도로는 시위차량과 취재차량 등이 몰리면서 혼잡을 빚었지만 차량시위는 법원이 제한한 조건 내에서 비교적 무리 없이 이뤄졌다.

◇법조계 “사법독립 위험 징후” 우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집회 허가 판단에 대해 판사 이름을 딴 법안을 발의하거나 청와대 국민청원 등으로 압박하는 현상에 법조계에서 우려가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판결에 대한 비판은 날카롭게 해야 하고, 할 수 있어야 하지만 이를 넘어 판사 개인을 압박하고 신분을 위협하는 일은 사법 독립에 대한 명백한 침해가 될 수 있다”며 “이 같은 청원은 절대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와선 안 된다”고 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달 11일 “판결에 대한 합리적 비판을 넘어 근거 없는 비난이나 공격이 있더라도 흔들리지 말라”고 했다. 박형순 부장판사에 대한 여권의 공격에 한동안 침묵하던 끝에 나온 ‘뒷북 발언’이었다. 그나마 정치권에서 쏟아지는 박 부장판사에 대한 비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흔들리지 말라’고만 당부한 것이다. 김 대법원장은 "열린 마음으로 사회의 변화에 관심을 갖고 시대의 흐름을 읽어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고도 했다. 일선 판사들 사이에선 “대법원장이 사법권 침해를 방조하고 있다” “댓글 보고 여론에 따라 판결하라는 말이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승 연구위원은 “사법 독립을 몸으로 지키겠다고 한 대법원장과 대법원이 명확하게 의견을 표명해 해당 법관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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