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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가 말한 마지막 수단, '차벽' 불가피했나

윤지원 기자 입력 2020. 10. 04. 16:58 수정 2020. 10. 04.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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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위헌" 판단에도 광화문광장에 또 등장 '과잉' 비판
코로나 상황 집회금지 정당성과 차벽 설치의 적절성은 별개

[경향신문]

개천절인 지난 3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도로에 돌발적인 집회 등을 차단하기 위한 경찰버스가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광화문광장에 차벽이 다시 등장했다. 2011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이후 2013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규탄 집회, 2015년 세월호 추모 집회 등에 이어 다시 차벽이 시민 통행을 가로막았다. 경찰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조치였다고 하지만 과잉 대응이란 비판도 나온다.

경찰은 지난 3일 개천절집회를 차단하겠다며 오전 7시쯤부터 오후 6시까지 광화문광장 출입을 전면 통제했다. 세종대로와 인도 등에는 300여대 경찰버스로 차벽을 세우거나 펜스를 쳐 광장 전체를 봉쇄했다. 골목길에는 가벽을 세워 시민 통행을 막았다. 시위 참석이 의심되는 차량을 적발하기 위해 90여개 차량 검문소도 설치했다.

헌법에 보장된 집회 자유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법률 근거가 필요하다. 경찰은 개천절집회 금지 통보는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를 금지하도록 한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을 따랐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폭행, 방화처럼 집단감염 가능성이 공공안전을 해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광복절집회 참석자 200여명이 확진된 사례도 집회를 금지한 배경이 됐다. 법원도 집회의 위험성을 인정했다. 법원은 지난달 29일 집회금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시민단체 요구를 기각하며 적절한 방역대책 없이는 후속 감염 사태가 발생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집회 금지가 정당하더라도 ‘차벽’ 설치가 적절했는지는 별개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보수단체들이 법원 결정에 따라 집회 대신 기자회견, 조건부 차량시위 등을 수용한 상황에서 경찰이 차벽을 설치해 시민들에게 위화감만 조성했다”고 말했다. 2011년 헌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인 2009년 6월 경찰이 추모 집회를 막기 위해 차벽을 만들어 서울광장 출입을 막은 것을 위헌으로 판단하며 불법 집회 가능성이 있어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는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당시 헌재는 차벽 설치를 “급박하고 명백하며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해 취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수단”이라고 했다.

이 결정은 향후 경찰의 차벽 설치를 금한다는 의미로 해석됐지만 경찰은 2013년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규탄 집회, 2015년 세월호 추모 집회 등에서도 차벽을 쌓았다. 우회로나 통행로를 확보한 차벽 설치는 문제가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번에도 횡단보도, 버스정류장 등에는 통행로를 만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수천명이 모일 수 있는 광장에 한두 명 지나갈 수 있는 통로를 몇 군데 만든 것을 두고 ‘통행권 확보’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가 많다. 김정철 변호사는 “코로나 확산 방지라는 목적이 존재한다고 할지라도 일반적 통행이 금지될 만한 정도의 상황이 아니었다”며 “과잉금지원칙 위배”라고 말했다.

경찰은 사전 신고가 필요 없는 1인 시위도 통제했다. 1인 시위를 빙자한 다수가 집결해 사실상 집회가 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인데 이를 사전적으로 판단해 원천 금지한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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