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 갔으니 좀 더" '강경화 남편' 이일병 블로그에는

문지연 2020. 10. 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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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한창이던 지난 2월 베트남 여행
6월도 그리스 여행 계획했다 급히 취소
연합뉴스, 이일병 교수 블로그 캡처


억대 요트를 구입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 비판 받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남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가 이전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무시하고 해외여행을 다녀오거나 계획을 세운 사실이 드러났다.

이 교수의 여행 기록은 그가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 ‘일병씨의 행복여행’에 고스란히 적혀있다. 여행, 문화생활, 가족 이야기 등이 담긴 것으로 보아 평소 일상을 공유하는 용도의 공간으로 보인다. 여기에 지난 2월 열흘간 다녀온 베트남 여행과 6월 요트를 사기 위해 계획했던 그리스 여행 관련 글이 게시됐는데, 모두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시기 일정이라 이번 미국행 논란과 비슷한 비판을 받고 있다.

베트남 확산세 시작되는데 여행
블로그에 따르면 이 교수의 베트남 여행은 지난 2월 8일부터 같은 달 17일까지였다. 그의 고교 동기 등 일행 5명과 함께 베트남 호찌민 지역을 여행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일정 동안 방문한 장소도 상세히 기록돼 있다. 그는 대형 해산물 요리집 등 유명 음식점을 방문했고 현지에서 테니스를 즐기기도 했다. 또 대규모 관광객이 몰리는 전쟁박물관과 호찌민시 박물관을 다녀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수가 여행할 당시 베트남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시작되는 시점이었다. 현지 감염 ‘0명’을 유지했으나 지난 1월 23일 다낭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뒤부터 호찌민과 하노이 등에서 감염자가 속출했다. 이후 2월 초까지 확진자 수는 10명대를 유지하는 듯 보였지만 한 달 만인 3월 초 60여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더 큰 문제는 바로 이 교수의 여행 일정이 세계보건기구(WHO)의 여행 최소화 권고 기간과 겹친다는 점이다. WHO는 지난 2월 11일 지역사회 감염이 확인되거나 추정되는 지역으로 12개국을 지목하고 이중 중국과 교류가 많은 싱가포르·일본·말레이시아·베트남·태국·대만 등 6개국에 ‘우선’ 여행 최소화 권고를 내렸다. 같은 날 우리 정부도 감염병 예방에 만전을 기해달라는 당부와 함께 같은 발표를 했었다.

이 교수 일행이 여행 최소화 권고 직전 출발하기는 했으나 부정적인 여론이 거세다. 그가 주무 부처 수장이자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잘 아는 강 장관의 배우자이기 때문에 출발 전 여행을 취소하는 등 좀 더 신중한 자세를 취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일단 예약했다”
이 교수는 블로그에 지난 6월 그리스 여행에 관련된 글 여러 건을 올렸다. 가장 먼저 쓴 ‘그리스 여행 예약들’이라는 제목의 글은 “요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인천공항에서 새벽 0시20분에 출발 그리스 아테네까지 가는 비행기 편도 예약했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자신의 출국 일정을 설명하는 글이다.
이 교수 블로그 캡처


머물 숙소 예약과 외국에서 사용할 체크카드 신청 등에 대한 내용 역시 자세히 쓰여있다. 아테네 국립 박물관과 이로드 아티코스 극장 등을 가보고 싶은 관광지로 언급한 부분도 있다. 귀국 비행기 표를 예약하지 않았다고 알린 대목에서는 장기 여행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 발언을 했다. 이 교수는 “생각하는 배(요트)를 계약하면 그냥 귀국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덴마크나 불란서(프랑스) 캐나다 미국 같은 다른 곳 가볼 여지 때문. 또 이왕 갔으니 근처 관광도 좀 하다 올까 해서”라고 썼다.

그리스 여행을 다녀온 뒤 있을 2주간의 자가격리에 대한 게시물도 남겼다. 그는 “거제집에 내 차로 가서 2주간 지내면 좋을 듯. 그 사이에 뭐 할지를 생각해서 준비하면 좋겠다”며 “사진앨범들과 PC, 스캐너를 차에 실어 놓던지 따로 구별해서 이 기간에 사진 스캐닝에 전념해보자”고 적었다.

이 교수 블로그 캡처


그러나 이 교수는 같은 달 16일 ‘그리스 여행 취소!!!’라는 제목의 글을 쓰고 여행 계획을 취소했음을 알렸다. 그는 “두어 시간 전에 뉴스에서 15일부터 그리스가 한국 출발 여행객을 입국시킨다는 소식이 잘못돼 7월 1일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외교부 소식에도 정정 보도됐다”며 “급하게 비행기 표 취소, 숙소 취소, 배 검사 취소, 선주에게 소식 알리는 등 바빴다. 아무래도 여기 생활을 잘 정리한 후 8월 초에 나가게 될 듯”이라고 밝혔다.

당시는 외교부가 지난 3월 전 세계 국가를 상대로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한 이후 그 기간을 계속 연장하던 때였다. 뿐만 아니라 유럽 지역에서는 스페인과 프랑스 등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대유행하고 있었다.

“송구스럽다” 강경화 사과했지만
강 장관은 이 교수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외교부 간부들에게 “송구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강 장관은 4일 오후 외교부 실·국장급 간부들과 회의 자리에서 “국민께서 해외여행 등 외부활동을 자제하시는 가운데 이런 일이 있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남편에게 귀국을 요청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남편이) 워낙 오래 계획하고 미루고 미루다 간 것이라서 귀국하라고 얘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또 이 교수의 여행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고 설득도 했다며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본인도 잘 알고 있고 저도 설명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 본인이 결정해서 떠난 거고 어쨋든 송구스럽다”고 재차 사과했다.

그러나 이 교수의 코로나19 사태 속 해외여행 전력이 드러나고 있어 대중의 공분은 쉽게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그가 미국 출국 당시 “나쁜 짓을 한다면 부담이지만, 내 삶을 사는 건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때문에 그것을 양보해야 하는가”라며 “모든 걸 다른 사람 신경 쓰면서 살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말한 것도 여전히 큰 분노를 사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누구는 해외여행 못 가서 집에만 있나” “강 장관 부부의 두 얼굴에 실망스럽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난리인데 혼자만 태평한 것 같다” 등의 댓글을 쏟아내며 강 장관과 이 교수의 공식적인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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