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출산 'NO'..내년 5만명 덜 낳는다

이윤재,우성덕,김유태,김연주,임형준 2020. 10. 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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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불황·집값 폭등 겹치며
출생선행지표 '행복카드' 급감
신생아 10년내 최대 감소할듯
올들어 혼인건수도 역대최저

◆ 위기의 호모 리베리 ① / 결혼·출산 막는 사회 ◆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급하는 국민행복카드 임신•출산 진료비 신청자 수가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임신해야만 신청 가능한 국민행복카드는 한 여성이 평생 낳을 수 있는 평균 출생아 숫자인 합계출산율을 예상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이 신청자 수가 줄었다는 것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변수와 폭등하는 집값에 따른 주거비 부담 등으로 인해 젊은 세대가 결혼, 출산을 미뤘기 때문으로 풀이뇐다. 이같은 속도라면 내년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인 '0.8명대 이하'를 기록할 전망이다. 저출산은 아이를 낳고 싶어도 경제력을 포함해 여력이 안돼 포기하는 '후진국형'과 출세 등 성공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꺼리는 '선진국형'으로 나뉘는데 한국은 두 유형이 혼재하는 '복합 저출산 함정'에 빠진 것이다.

4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국민행복카드 신청자 수는 22만870건에 달했다. 이는 25만4753건이던 작년 동기 대비 3만3883건 감소한 수치다. 2015년 5월 국민행복카드가 처음 발급된 이래 전년 동기(1~8월) 대비 신청 건수가 10% 이상 급감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3만명 넘는 신생아 수가 통계치 바깥으로 '증발'한 셈이다. '3만명'은 2019년 신생아 수의 약 10%다. 연간 기준으로 추산하면 내년에는 5만명가량 신생아가 줄어들 전망이다. 신생아 숫자가 5만명 이상 줄어든 것은 최근 10년간 내년이 처음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행복카드는 '출산 바우처'로 임신•출산이 확인된 건강보험 가입자나 피부양자에게 60만원(다태아는 100만원)을 지원한다. 최근 4년간 이 카드 신청자 감소폭은 완화되던 추세였는데 올 들어 무려 3만3883건 급감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감소율은 13.3%다. 통계청이 올해 8월 발표한 올해 2분기(4~6월) 전국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세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지경인데 2020년 국민행복카드 신청자 수의 급감은 2021년 합계출산율의 급락을 예고하므로 0.918명(2019년 합계출산율)의 벽이 또 무너질 전망이다.

올해 혼인 건수도 역대 최저 수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7월 인구동향'을 보면 올해 7월까지의 누적 혼인건수는 12만6367건이었다. 1981년 이후 최소 수치다. 혼인이 적어지면 자연스럽게 이후 과정인 출산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여기에 코로나사태로 젊은층의 취업한파가 향후 출산율에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청년 니트(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은 중장기적 저출산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니트 경험자의 6~9년 후 취업 가능성이 비경험자 대비 6~24%포인트, 임금은 3.5~12.3%포인트 낮다는 노동연구원 보고서도 나왔다. 메르스 사태를 고려하면 당분간 출산율 감소는 불을 보듯 뻔하다.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은 후 합계출산율이 2016년 0.07명 줄어 1.17명으로 떨어졌다. 당시 정부는 출생아 감소의 원인으로 청년 실업률의 상승과 메르스 사태의 여파로 경기가 악화된 점을 꼽았다.

이에 따라 매일경제는 결혼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아 저출산 상황이 악화된 한국의 상황을 '위기의 호모 리베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4회에 걸쳐 심층 분석한다.

■ <용어 설명>

▷호모 리베리 : 라틴어로 호모(Homo)는 '인간', 리베리(Liberi)는 '자녀'를 뜻한다. 호모 리베리는 '아이와 함께 있는 인간'이라는 뜻으로 매일경제가 만든 신조어다.

[기획취재팀 = 이윤재 차장(팀장) / 우성덕 기자 / 김유태 기자 / 김연주 기자 / 임형준 기자 /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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