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분리수거 좀 잘해주세요" 경비원들, 추석 명절 쓰레기에 '한숨' [한기자가 간다]

한승곤 2020. 10. 5.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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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 쓰레기 더미에 경비원들 고생
재활용 분리수거 엉망..온종일 정리
성인 3명 중 1명 잘못된 방법으로 쓰레기 배출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 추석 명절 기간 쌓인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 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추석 같은 명절에는 몇 배나 힘들죠." , "분리수거만 잘해줘도 좋겠습니다."

닷새간의 추석 연휴가 끝나면서 각종 배달 포장에 선물 포장, 음식물 쓰레기가 평소보다 대폭 늘어나 경비원들의 한숨이 늘고 있다. 분리수거가 제대로 되지 않은 쓰레기 배출로 인해 경비원들은 이를 분리하는 등 평소 업무에 비해 몇 배나 더 고생하고 있다.

서울 소재 한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익명을 요구한 한 경비원은 "추석이나 설날은 우리 같은 경비원들은 아주 죽어난다"라면서 "분리수거만 제대로 해줘도 일이 훨씬 줄어든다"고 토로했다. 이 경비원은 연신 허리를 숙여 플라스틱 페트병에 붙은 상표를 떼어내고 있었다.

한국환경공단이 2018년 전국 공동주택 명절 연휴기간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을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명절 연휴기간, 평소에 비해 가정에서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이 20%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상황에서 재활용 수거 업체는 제대로 된 분리수거를 각 아파트에 요청하고 있어, 결국 경비원들이 잘못된 재활용 쓰레기를 일일이 분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경비원은 "이거(재활용 분리작업) 하다 보면 다른 일 못 한다"면서 "종이 상자도 마찬가지다. 종이에 붙어 있는 테이프와 택배 스티커를 제거하고 접어서 배출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일하고 또 택배 정리하고 아주 쉴 틈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아파트 단지도 상황은 비슷했다. 특히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가 담긴 커다란 포대는 경비실 인근에 있는 재활용 분리수거장을 가득 채웠다. 이 단지 역시 플라스틱에 붙은 상표지가 그대로 붙은 페트병이 있는가 하면, 아예 음료가 들어있는 채로 버려진 플라스틱병도 있었다.

해당 아파트 단지 경비원 역시 연신 허리를 숙여가며 쓰레기 분리수거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택배를 찾는 주민이 오면 다시 경비실로 이동해 택배를 주고, 분리수거장으로 오는 등 사실상 쉴 틈 없이 일하고 있었다.

자료사진.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배출된 재활용 쓰레기가 쌓여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무관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제대로 분리되지 않은 재활용 쓰레기 배출이 문제가 되는 가운데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8명은 자신이 쓰레기 분리배출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3명 중 1명은 잘못된 방법으로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해 11월 닷새간 전국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8명은 쓰레기 분리배출을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여성(76.7%)보다 남성(86.2%)에서 쓰레기 분리배출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많았다. 연령대별로는 50대(89.8%)에서 분리배출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30대(74.5%)가 가장 적었다. 또 1인 가구(77.7%)보다는 부부와 자녀가 함께 살거나(84.2%) 3세대 이상이 같이 거주하는 가구(80.2%)에서 잘한다는 답이 더 많았다.

주거 형태로는 오피스텔이 91.7%로 가장 높았고 빌라가 68.9%로 가장 낮았다. 분리배출을 잘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을 대상으로 배출 장소를 조사한 결과 집합주택 내 지정된 장소(77.7%)가 가장 많았다.

시민들의 반응도 이와 비슷했다. 한 40대 회사원 김모 씨는 "평소 쓰레기 분리수거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환경 관련 뉴스도 많이 나오고, 아무래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럼에도 분리수거를 잘 못하는 경우도 있을거라 생각한다. 계속해서 신경을 쓸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30대 직장인 이 모 씨는 "플라스틱 페트병의 경우 꼭 상표지를 떼서 버리고 있다"면서 "주변 지인들에게도 이렇게 하지 않으면 수거 업체나 경비원들의 수고가 더 해지므로 꼭 당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비원들은 늘어나는 업무량에 대한 불만에 앞서 분리수거만이라도 제대로 해달라고 호소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비원은 "평소에도 분리수거가 잘 안되는 경우, 업무량이 늘어 힘들지만, 추석 같은 명절의 경우는 그야말로 쓰레기 폭탄이다"라면서 "조금만 좀 신경을 써서 분리수거를 해주면 우리 같은 경비원들은 일이 줄어든다. 분리수거를 잘해달라"고 당부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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