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브랜드 '겐조' 창립자 다카다 겐조, 코로나19로 별세 [월드피플]

윤기은 기자 2020. 10. 5.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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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다카다 겐조가 2008년 11월25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작품 전시회에서 자신의 그림에 사인을 하고 있다. 뮌헨|EPA연합뉴스


명품 의류와 향수로 유명한 패션 브랜드 ‘겐조’의 창립자이자 디자이너 다카다 겐조(高田賢三)가 코로나19로 4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1세.

AFP통신과 르파리지앵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겐조의 대변인은 그가 프랑스 파리 인근 뇌이쉬르센 지역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고 전했다. 그는 프랑스 파리에서 최초로 성공한 일본 디자이너이며 명품 패션 브랜드 ‘겐조’를 창립했다.

1939년 일본 효고(兵庫)현 히메지(姬路)에서 태어난 겐조는 일평생 패션과 디자인에 열정을 바쳤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패션 잡지를 즐겨 읽었다. 고베 시립 외국어대학교에 입학했지만 지루함을 느껴 중퇴했다. 그 뒤 첫 남성 입학생으로 분카패션대학에 들어갔다. 이후 25살때 아파트 재개발 보상금을 들고 무작정 배를 타 태국, 프랑스 등을 거쳐갔으며 이듬해 파리에 정착했다.

프랑스에서 그의 삶은 녹록치 않았다. 겐조는 파리에 도착한 직후 의류 디자인 스케치를 팔며 생계를 유지했다. 이후 직물 생산 업체와 프랑스 브랜드 레노마에서 스타일리스트로 근무하기도 했다.

1970년, 그에게는 운이 따랐다. 매장을 저렴한 가격으로 빌려주겠다는 임대인을 만나 파리에 처음으로 자신의 패션 브랜드 매장 ‘정글 잽(jungle jap)’을 열었다. 그해 6월 패션잡지 ‘엘르’ 표지에 그가 디자인한 옷이 실려 유명세를 탔다. 이후 1976년에는 자신의 이름을 딴 명품 브랜드 ‘겐조’를 창립했고 1984년에는 프랑스 예술 문화 훈장을 받았다.

화려한 꽃무니와 호랑이 얼굴이 박힌 의상 디자인은 겐조 브랜드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패션계에서는 겐조 브랜드의 의류가 ‘일본식 문화와 서양식 문화를 아름답게 접목했다’는 평을 받아왔다. 1988년 향수를 출시했는데, 겐조 향수병에 그려진 꽃은 겐조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겐조 브랜드는 패션뿐 아니라 향수로도 유명하다. 그는 1980년 ‘킹콩(King Kong)’이란 향수 브랜드를 출시했고 이후 ‘겐즈 드 겐조(Kenzo de Kenzo)’ , ‘플라워 바이 겐조(Flower by Kenzo)’ 등 향수를 개발해 히트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1993년 그는 브랜드 ‘겐조’를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에 매각했으며 1999년 은퇴를 선언했지만 2003년 독립 디자이너로 복귀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일본 국가대표팀의 개막식 유니폼을 디자인했다. 또 가구, 식기, 크리스마스 트리 등 다양한 분야의 상품을 디자인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개막식에서 일본 선수들이 겐조가 디자인한 유니폼을 입고 입장하고 있다. |올림픽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 캡쳐


그는 지난 9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합병증으로 생을 마감했다.

그가 별세하자 패션계 인사들은 애도를 표했다. 시드니 톨레다노 LVMH CEO는 패션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나도 그가 경력을 시작했던 1970년대 그의 브랜드 팬이었다. 내 생각에 그는 위대한 디자이너였다”고 밝혔다.

안느 이달고 파리 시장은 자신의 SNS에 “엄청난 재능을 갖춘 디자이너로서 고인은 파리 패션계에 색깔과 빛을 선사했다”며 “파리는 지금 아들 중 하나를 잃은 걸 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겐조 브랜드는는 지난 2월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문양이 들어간 아동복을 공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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