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명씌운 학부모들, 누나 숨통 조였다" 어린이집 교사 유족 청원

신진호 2020. 10. 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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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자 "억울하게 누명 씌운 가해자 엄벌해야"
"어린이집 교사, 학부모에 시달리다 극단 선택"
법원, 폭행·폭언 학부모에 벌금 2000만원 선고

학부모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한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한 세종시 어린이집 보육교사 가족이 가해자의 엄벌을 청원하는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렸다. 억울하게 누명을 씌운 가해자들이 법원의 유죄 판결을 받은 후에도 여전히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대전지법은 자신의 아이를 학대했다며 어린이집 교사에게 폭언과 폭행을 한 혐의로 기소된 학부모들에게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중앙포토]


5일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동학대 누명 쓰고 폭언에 시달린 어린이집 교사였던 저희 누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유가족들은 어떠한 보상도 원하지 않고 처벌만 원할 뿐이다. (법원이 학부모들에게 부과한) 벌금은 저희와 상관없다”고 썼다.

자신을 A씨의 동생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B씨 등은 어린이집 안팎에서 누나가 아동학대를 했다며 원생 학부모와 어린이집이 있는 아파트단지 인근 병원 관계자에게 거짓말을 했다”며 “누나의 생계를 끊을 목적으로 시청에 민원을 계속 제기하고 정상적인 보육업무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일로 우울증을 앓았던 누나는 일을 그만뒀고 심적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며 “피를 말리듯 악랄하게 누나를 괴롭히고 숨통을 조여온 것”이라고 했다.

세종시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였던 A씨(30·여)는 2018년 11월부터 ‘아동학대’를 주장하는 원생 학부모 B씨(37·여)와 그의 시어머니 C씨(60·여)로부터 1년 6개월 이상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 유족 측은 A씨가 지난 6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원인이 B씨 등의 폭언과 폭행에 있다고 주장했다.

5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게시 글. 청원자는 '폭언에 시달린 어린이집 교사였던 누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요청했다.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검찰 조사와 B씨 등에 대한 1심 판결문 등에 따르면 이들은 어린이집에서 자신의 아이에 대한 학대를 주장하며 A씨 등 보육교사 2명을 수차례 손으로 때리고 가슴 부위를 밀치기도 했다. 다른 교사와 원생들이 보고 있는데도 “저런 X이 무슨 선생이냐, 개념 없는 것들. 일진 같이 생겼다”고 비난했다. 이어 “시집가서 너 같은 XX 낳아서”라며 15분간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이에 보육교사인 A씨 등은 학대를 하지 않았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어린이집 폐쇄회로TV(CCTV) 녹화 영상에서도 아동학대가 없다는 게 확인됐다. 그런데도 B씨 등은 A씨가 자신의 아이를 학대했다며 몰아붙였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검찰 또한 B씨의 고소로 이뤄진 수사를 통해 A씨가 아동학대를 한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검찰은 “의심할 만한 정황이나 단서도 없는 데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학대가 없다는 소견을 냈다”며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이후 B씨 등은 업무방해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모욕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달 17일 대전지법에서 각각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당초 검찰은 B씨 등에 대해 벌금 100만~200만원에 약식 기소했지만 B씨 등이 이들 받아들이지 않고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이들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대전·세종=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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