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생부터 금수저..배당소득 4년만에 2배 늘었다
[경향신문]
금융자산과 부동산을 통한 ‘부의 대물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로부터 받은 물적 자원으로 소득이 늘어난 미성년자들이 많아진 것이다. 실제 ‘0세’ 영아 300여명이 연간 10억원이 넘는 배당소득을 올리는가 하면, 지난 2년간 청소년 322명이 상속 등으로 1억이 넘는 현금을 동원해 서울에 수억대의 집을 샀다. 최근 5년간 서울 강남 3구에서만 상속세를 아끼기 위해 할아버지·할머니가 손자·손녀에게 직접 재산을 물려주는 형태의 증여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부의 대물림을 통한 자산·사회적 양극화 방지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세청이 5일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만 18세 미만 미성년자 16만5506명이 거둔 배당소득 1233억6100만원은 2018년 18만2281명이 총 2647억2600만원을 가져가면서 두 배 넘게 늘어났다. 만 18세 이하 미성년자들의 부동산 임대소득도 2014년 388억2600만원에서 2018년 548억8600만원으로 증가했다.
강남 3구에서는 ‘세대생략 증여’가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세대생략 증여는 조부모가 자녀를 건너뛰고 손주에게 직접 증여하는 것으로, 증여세를 한 번만 내면 되기 때문에 일종의 ‘세테크’로 활용되고 있다. 김 의원이 강남 3구의 세대생략 증여세 추이가 담긴 국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4년 총 2696억이었던 증여액은 2018년 5185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강남 3구의 세대생략 증여 총액은 1조9432억원으로, 전국 대비 34%를 차지한다. 김 의원은 “한편에서는 ‘부의 대물림’이 가속화하는 반면, 한편에선 코로나19로 인한 재난 빈곤이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2년간 10대 청소년 322명이 상속금과 소위 ‘갭투기’라 불리는 세입자 보증금 등으로 서울에 집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병훈 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가 제출한 주택자금조달계획서 내역을 분석한 결과, 2018년부터 지난 8월까지 서울에 집을 산 10대 청소년 322명이 신고한 ‘자기자금’ 항목 중에서 가족으로부터 상속받은 자금이 평균 6400만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10대 청소년들은 이외에도 1인당 예금 4900만원과 부동산 매각대금 4100만원 등으로 1억8000여만원의 자금을 마련해 평균 3억3900여만원에 해당하는 주택을 구입했다.
소 의원은 “국토교통부와 국세청은 10대 청소년들이 어떻게 1억이 넘는 돈을 보유하고 있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서울에서 집을 산 10대 청소년들이 빌린 1억5500만원의 차입금 중 1억3600만원이 세입자 주머니에서 나왔다”면서 “10대 청소년을 집주인으로 둔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국토부가 보증보험 가입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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