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 사는데" 장관 남편의 마이웨이..공직자 가족 사회적 책임은 어디까지

이지혜 2020. 10. 5.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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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외교부가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한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가 요트를 사러 미국으로 떠났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뜨겁습니다.

"내 삶을 다른 사람 생각 때문에 양보해야 하느냐"는 이 교수의 말은 우리 사회의 평균 정서와는 거리가 있지만, 고위 공직자의 가족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은 어디까지인지 생각해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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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BAR_이지혜의 지혜로운 국회생활

'다른 사람 때문에 양보해야 하나'
이일병 발언 국민정서와 거리 멀어

"공인이면 가족도 똑같은 언행 필요?"
뿌리깊은 가족주의 문제 지적도
'방역-자유 제한' 한계 논의 필요
2017년 청와대에서 열린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한 강 장관과 남편 이일병 교수.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외교부가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한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가 요트를 사러 미국으로 떠났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뜨겁습니다. 기본권에 속하는 집회와 이동의 자유마저 방역을 위해 제한받는 상황에서 “내 삶 사는데 다른 사람 때문에 양보해야 하나”라는 이 교수의 발언은 끓는 여론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강 장관이 신속하게 사과했지만, 여당 내에서도 ‘이 교수의 행동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전국민에게 여행 자제를 당부하는 부처의 장관 가족이 취미 생활을 위해 ‘코로나 위험국’인 미국으로 떠났다는 것은 비판받을 만한 일입니다. 더욱이 강 장관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한 ‘케이(K) 방역’의 우수성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은 무작정 비난만 하고 끝내기엔 짚어볼 대목이 적지 않습니다. “내 삶을 다른 사람 생각 때문에 양보해야 하느냐”는 이 교수의 말은 우리 사회의 평균 정서와는 거리가 있지만, 고위 공직자의 가족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은 어디까지인지 생각해보게 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5일 라디오에서 “장관의 배우자이면서 대학 명예교수로 계시니까 공인이라고 볼 수 있다”며 “공인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여행 자제를 어긴 것은 상당한 유감”이라고 했습니다. 반면 박원석 정의당 정책위의장은 친지의 결혼 같은 중요한 일에도 출국을 자제하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이 교수의 행동에 대해 비판적일 수밖에 없다면서도 “이 교수는 공인의 배우자일 뿐이고 공인에게 요구되는 언행을 똑같이 요구받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가족 구성원의 행동거지를 단속하고 강제하는 것이 고위 공직자의 당연한 의무처럼 여겨져왔습니다. 강 장관이 여행을 간 것이 아닌데도 “왜 남편을 못 말렸느냐”며 강 장관에게 책임을 지우려는 분위기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몸과 마음을 수양하고 집안을 가지런하게 하며 나라를 다스리고 세상을 평안하게 한다)로 상징되는 유교적 공직 윤리의 유산입니다. 이번엔 강 장관이 여성이기는 하지만, 그동안 이런 가족주의는 정치인의 ‘아내’들에게 적용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코로나가 하루 이틀 내로 없어질 게 아닌데, 매일 집에만 있을 수 없고 정상 생활을 어느 정도 해야 한다”는 이 교수의 발언도 고민거리를 남깁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이 교수에 대해 “개인의 일탈적 행동”이라고 비판했지만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우리가 방역의 기준을 고민해봐야 될 때가 됐다”며 반론을 폈습니다. 그는 “일반 국민들에게 너무나도 강한 기준을 설정해놓고 그것과 반대되는 행동을 했기 때문에 그런(논란이 된) 것이지 이제는 기준 자체를 좀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이분이 가서 미국에서 격리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서 격리 기간을 잘 지킨다고 했을 때 이게 크게 방역 관점에서 문제가 될 만한 일이냐”고 했습니다.

길어지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모두가 조금씩 양보하고 절제하며 우리 공동체를 안전하게 지키고 있는 요즘입니다. 모두가 조금씩 지쳐가고 있는 지금, ‘방역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며 용인 가능한 ‘자유의 희생’과 ‘양보’는 어디까지인지 치열한 토론을 거쳐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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