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연국칼럼] 그러시면 안 된다
공무원 피살에도 '북한 먼저' 외쳐
대북 저자세로 평화 요구하면
국가 생존마저 위험에 처할 것
우리는 그것이 ‘사람 먼저’인 줄 알았다. 재벌 딸들이 ‘땅콩 회항’ 횡포를 부리고 사람을 향해 물컵을 던지자 그들에게 저주의 화살을 퍼부었다. 4성 장군의 공관병 갑질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악마라도 만난 듯 온 나라가 법석을 떨었다. 한바탕 소란이 끝난 후 딸의 아버지가 죽고 장군 일가족이 인격 살인을 당했다는 비명이 들려왔지만 다들 무덤덤했다. 내 책임이 아닌 척했다. 자신은 악을 척결하는 정의로운 일을 했을 뿐이라고 스스로 변호했다.
어떤 화려한 이념도 사람보다 앞설 순 없다. 설혹 그것이 평화일지라도 말이다. 사람 속에 평화가 있지, 평화 속에 사람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개 겉포장이 화려할수록 속이 빈약한 싸구려일 확률이 높다. 나라가 망한 베네수엘라가 그랬다. 베네수엘라 거리에는 사람 구호가 넘쳐났다. 정치인들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사람이 먼저라고 했다. 우고 차베스 후임의 니콜라스 마두로 현 대통령은 “내 심장에는 무엇보다 사람이 먼저다”라고 소리쳤다.
베네수엘라에 앞서 사람을 외친 곳이 있다. 바로 북한이다. 북한은 ‘인간 중심’을 주체사상의 핵심으로 내세운다. ‘사람이 모든 것의 주인이며 모든 것을 결정한다.’ 더 없이 고상한 이론이지만 그것은 최악의 인권유린을 감추기 위한 위장막에 불과했다.
문 대통령은 8년 전 ‘사람이 먼저다’라는 책을 썼다. 대통령이 된 후에는 이 말을 손목시계에 새겨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대통령의 미언(美言)에 열광했던 국민들은 이제 진실의 민낯을 직시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알고 있다. 요란한 구호보다도 단 한 사람의 생명과 인격을 보호하는 것이 진짜 사람 먼저라는 것을. 그 한 명을 구하지 못하면 5200만 국민의 안전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을.
인권을 존중하는 나라는 한 사람의 생명도 포기하지 않는다. 미국은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처럼 국가 차원에서 전력을 쏟는다. 북한에 억류된 여기자 2명을 데려오기 위해 전직 대통령이 동토의 심장부로 들어가고, 대학생 1명을 구하려고 대통령과 국가기관이 총출동한다. 그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미워하는 일본 역시 그러했다. 2004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평양으로 날아갔다. 그의 방문 목적은 북한에 납치된 자국민 구출이었다. 당시 일본 내에선 국교 수립을 통해 배상금을 받아내려는 북의 술수에 말려들 것이라는 비판 여론이 적지 않았다. 고이즈미는 이런 비난을 감수하고 마침내 일본인 5명을 자신의 비행기에 싣고 돌아왔다. 국가 지도자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라면 낚싯바늘에 달린 미끼를 무는 위험도 마다해선 안 된다. 그것이 사람 먼저이다.
대통령의 첫 번째 의무는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지키는 일이다. 문 대통령은 북의 총구 앞에 갈대처럼 떨고 있는 한 생명을 구하지 않았다. 헌법 제69조가 명한 대통령의 숭고한 책무를 방기했다. 북한에는 지금도 우리 국민 6명이 장기 억류 중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세 번이나 만난 대통령은 그들의 안위조차 물은 적이 없다. 그것은 사람 먼저가 아니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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